대구 살찐 고양이 조례 등 3건, 심사도 못해보고 폐기될 처지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 18일 조례 상정않기로 결정
김동식, 이진련 의원, “설명도 못 들어”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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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9 20:20 | 최종 업데이트 2019-09-19 20:21

지난 17일부터 열린 대구시의회 269회 임시회에서 발의된 조례 3건이 상임위 상정이 보류돼 논란이다. 조례를 발의한 의원들은 상정이 보류된 이유조차 설명 듣지 못했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김동식 대구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대구광역시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전범기업 제한 조례)’과 이른바 살찐고양이법으로 불리는 ‘대구광역시 공공기관 임원 보수기준에 관한 조례안(살찐고양이 조례)’ 등 2건을 발의했고, 이진련 대구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대구광역시 민주시민교육 조례안(민주시민교육 조례)’을 발의했다.

해당 조례들은 19, 20일 이틀 동안 열리는 기획행정위원회(위원장 임태상)에서 심사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두 의원은 19일 조례 제안설명을 하러 오라는 이야길 전해 듣는 대신 3개 조례를 회의에 상정하지 않는다는 이야길 전해 들었다.

대구시의회 회의규칙 등에 따르면 조례안은 의회에 접수되면, 의장이 상임위에 회부해서 심사 절차를 거치고, 상임위 심사 후 가결되면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 절차를 거친다. 이때 상임위원회에 회부된 안건을 심사할지 여부는 위원장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게 의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임태상 기획행정위원장(자유한국당)은 “전날(18일) 기획행정위원들이 모여서 회의를 통해 해당 조례들은 시기상조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며 “조례는 상위법에 근거하는데 살찐고양이 조례는 상위법도 없다. 민주시민교육 조례는 교육을 할 수 있는 평생교육진흥원이 출범하고, 다른 교육기관도 있어서 조례의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의회에서 의원 발의한 조례를 상임위 심사 절차에도 올리지 않는 경우는 현재까지 거의 없었다. 이렇게 심사 보류 등의 이유로 의원 임기 중에 처리되지 않는 조례안은 폐기처리 된다. 대구시의회 의안통계 시스템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역대 대구시의원 발의 안건 2,050건 중 폐기된 안건은 9건에 불과하다. 전체 안건의 0.4% 수준이다. 아주 이례적인 경우에만 폐기된다고 볼 수 있다.

해당 조례들이 현재 폐기된 건 아니지만, 현재로선 위원회 차원에서 심사할 의사가 적어서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 임 위원장은 이후 다른 회기에서 조례를 심사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통상적으로 이렇게 한 번 보류되면 다시 올리긴 어렵지 않겠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 10일 조례 발의 이후 별다른 의견 조율이 없다가 회의를 하루 앞두고 급작스럽게 상정하지 않기로 한 것도 논란이다. 대구시의회는 의회 시작 전 사전에 배부한 일정표에서 전범기업 제한 조례, 민주시민교육 조례는 19일, 살찐고양이 조례는 20일에 심사한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해당 조례 취지를 설명하고 심사를 예고한 상태였다. 18일 전까진 심사가 예정됐던 조례가 하루아침에 증발한 셈이다.

김동식 의원은 “어제(18일) 저녁 운영위원장이 연락 와서 조례 모두 상정하지 않게 됐다고 이야길 했다”며 “전범기업 제한 조례는 정부 차원에서 참아달라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에 상정 보류 이유를 수긍할 수 있었지만, 살찐고양이 조례는 전문위원실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올라왔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동료의원이 발의한 조례를 이렇게 처리를 했으면 합당한 설명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런 과정이 없다”며 “전범기업 조례는 현 상황에서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을 수용할 수 있지만, 살찐고양이 조례는 충분히 토론할 수 있는 내용인데 그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진련 의원도 “오늘(19일) 오전 9시 30분경에야 상정하지 않는다는 이야길 들었다”며 “상정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을 요구했는데 아직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18일에 갑자기 조례에 반대한다는 문자폭탄이 쏟아졌다. 번호는 다른데 똑같은 내용으로 온 문자도 있었다”며 조례안이 상정되지 않은 배경에 의구심을 품었다.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팀장은 “조례에 대한 찬반은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내용을 공개적인 회의에서 의원들이 이야길 해서 유권자들에게 의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대구시의회는 매번 이렇게 비공개로 결정하거나 만장일치여서 유권자의 알권리를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팀장은 “더구나 상위법이 없어서 살찐고양이 조례는 시기상조라는 설명도 말이 안 된다. 이미 조례를 제정해서 도입하는 다른 시·도가 있고, 지자체가 충분히 법령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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