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청년 힘내라던 의원님들, 토론을 시작하니 떠났다 /조영태

청년 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토론회를 다녀와서

09:27

25일, 청년 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토론회가 대구시청 10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프로그램 식순을 보면 청년희망 뮤지컬, 청년이 미래다 퍼포먼스 같은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었다. 시의회에서 주도하고 대구시 청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마련한 자리라니,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갈지 궁금했다.

그런데 참여자가 뭔가 이상하다?
토론회에 참석하기 전, 계획서를 받아보았다. 200명 정도의 인원을 예상했다. 참석 패널 10명, 시의원 및 관계 공무원 100명, 구·군의원 및 관계공무원 50명, 그 외 각종 협회, 단체, 시민, 언론인 등이 50명 정도였다. 계획서의 참여인원을 보고 나니 쎄한 느낌이 들었다. 퍼포먼스도 어떻게 진행이 될지 서서히 그려지기 시작했다. 청년 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토론회를 여는데 청년들이 참석할 수 있을만한 시간대가 아니었고, 계획서에서조차 고려하지 않았다. 시의원과 관계 공무원들이 우르르 몰려든 곳에 소수 청년을 모아놓고 심도 깊은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삐그덕
처음 공지는 14시로 안내받았다. 하지만 당일 아침에 30분이 연기됐다. 설명은 없었다. 그냥 <시간변동>이라는 제목으로 재수정된 공지사항이 온 것뿐이었다. 조금 일찍 시청 앞에 도착해보니, 공무원들과 의원들이 시청 앞 주차장에 모여 있었고, 소방훈련을 하고 있었다. 시청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청원경찰이 막아섰다. 민방위 훈련 중이라는 것이었다. 30분 연기의 이유였다. 계획된 민방위 훈련으로 사전에 계획된 토론회 시간이 당일 재공지 됐다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소방훈련을 구경하다가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의례, 의례 또 의례
어쨌든 민방위 훈련을 고려한 토론회는 오후 2시 30분부터 시작이었다. 그런데 바로 시작하지 않고 대구광역시의회 홍보영상이 나왔다. ‘청년’ 관련 영상이 아니었다. 정말 대구광역시의회 ‘홍보’였다. 배부받은 자료집과 계획서를 보았다. 식전행사로 대구광역시의회 홍보영상 시청이 있었다. 아뿔싸, 이 부분을 확인하지 못했다. 배분 시간이 무려 20분이다. 그다음 청년희망 뮤지컬이 시작됐다. 계획상으로는 10분이었다. 홍보영상은 계획보다 짧게 끝났고, 뮤지컬은 계획보다 조금 더 시간이 할애됐다.

홍보영상과 뮤지컬이 끝나고 행사가 진행됐다. 행사가 시작되니 참여한 의원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의원이 호명되면 박수쳐주고, 또 의원이 호명되면 박수쳐주었다. 그리고 참석한 각종 단체 대표들을 소개했다. 또 박수를 쳐주었다. 그러고 나니 국민의례가 시작됐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라는 멘트와 웅장한 음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자랑스러운 태극기를 보며 생각했다. 대체 토론회는 언제 시작하는 것일까.

국민의례가 끝나자 배지숙 의장과 이상길 행정부시장 축사가 이어지더니 이제는 퍼포먼스를 한다고 했다. 내심 청년 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토론회인데 참석한 청년들과 같이 무엇을 하겠지 생각했었는데 진행을 맡은 장찬호 대구시의회 입법담당관이 말했다.

“준비하신 피켓을 들고 의원님들은 나와 주세요.”

그렇다. 의원님들이 친히 퍼포먼스를 준비하신 거였다. 준비된 피켓을 보니 대구청년 힘내라, 결혼 yes, 희망 yes, 꿈 yes 같은 문구가 적혀져 있었다.

“청년들 힘내라!”

▲대구 청년 힘내라며 퍼포먼스를 준비해온 의원님들

의원님들이 구호를 외치자 기자들이 바쁘게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어느덧 시간은 한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겨우 시작한 토론회, 우르르 나간 바쁘신 의원님들
박상우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의 주제발표가 시작됐다. 청년들은 누구인가?를 시작으로 이야기가 쭉 이어졌다. 사회진입기가 장기화되니 일자리가 불안정해지고 소득이 불안정해져서 N포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고 했는데 주요 골자는 청년에게는 시간기회와 공간기회 활동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간기회는 청년수당을 의미하고 공간기회는 활력공간을 제공하고 활동기회는 청년들이 스스로 자율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열어주자는 것이다. 단순하게 ‘불황’을 견디는 정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청년정책이어야 한다고 했다.

뒤에 남아있는 자료가 많이 남아있었지만 시간 관계상 주제발표는 서둘러 끝이 났다. 주제발표가 끝이 나고는 토론회가 시작될 순서였는데 주제발표가 끝나고 대다수 의원님들이 우르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앞쪽에 마련된 의원석이 휑하게 비었다. 무슨 바쁜 일이 있으셨던 걸까?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하자 의원님들은 자리를 떠났다.

30분 만에 끝난 토론, 질문할 기회는 없었다.
토론은 최철영 대구대학교 법학부 교수님의 진행으로 곽진향 지역청년, 김근우 매일신문 사회부 기자, 김요한 대구광역시 청년정책과장, 김지만 대구시의원, 이민욱 벙커하우스 대표, 조용란 (사) 코리안 키즈 대표가 참석하여 진행됐다.

이민욱 벙커하우스 대표는 요즘 청년들이 도전의식이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청년 스스로가 약자에 위치에 존재하려 한다고 했다. 대구시 역시 투자시장이 작고 민권협력이 낮다는 점을 이유로 대구에서는 스타트업을 시작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그래도 대구 청년들은 스타트업과 특성이 잘 맞는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대구 청년에게는 228 정신이 있다는 이유였다.

곽진향 청년은 요즘 청년들이 포기하고 싶어서 포기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사회에서, 여러 경제적인 상황에서 주어진 환경 속에서 발버둥 치고 있지만 도전할 수 없기 때문에 포기세대라는 낙인이 찍혀져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서 여러 청년정책들이 있지만,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고 했다. 아직 많은 청년들이 정책에 대해서 잘 모른다며 홍보 문제를 지적했다.

김지만 대구시의원은 쓴소리를 하겠다고 자처했다. 앞서 이민욱 벙커하우스 대표의 말처럼 요즘 청년들이 도전의식이 없다는 점을 제차 이야기했다. 그리고 본인도 청년들과 소통을 하려고 하는데 본인의 정당을 이유로 또 나이를 이유로 선입견을 가지고 대화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해외인턴쉽 프로그램 등 여러 프로그램에 청년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며 도전의식이 결여돼 있다며 청년들이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근우 매일신문 기자는 토론회와 앞선 이민욱 벙커하우스 대표와 김지만 대구시의원의 발언에 반대되는 입장을 내놓았다. 김근우 기자는 초대받기로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라고 들었는데 막상 와보니, 도전의식이 결여가 됐다는 이야기하고, 의원님들 자리는 맨 앞에, 청년들 자리는 뒤로 배치를 하더니, 이렇게 의원님들이 빠져나가니 앞이 비어있다며 비판했다.

조용란 (사)코리안 키즈 대표는 취업과 결혼 그리고 육아에 대한 연계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청년문제를 살피기에 앞서 청년의 가치에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토론은 끝났다. 시간은 오후 5시였고 토론 시간은 30분이었다. 질문할 기회는 없었다.

끝나는 시간도 예고와 달랐다.
민방위 훈련 시간을 고려하지 못해서 앞에 30분은 그렇다 치더라도 배부받은 자료에는 폐회가 오후 5시 30분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5시에 끝났다. 그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 관계자분께 개인적으로 물어보니 민방위 훈련 시간을 고려하지 못해서 시간 조정이 잘못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시의회 주관 행사가 이래도 되는가 싶었다.

보여주기용 그리고 꼰대성 발언
주제발표 때 청년들의 이야기라며 조사한 결과가 발표됐다. 최저소득이 보장되는 도시, 대구라는 이야기였는데, 오전에만 일하고 오후에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최저소득을 보장받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그러자 주변에서 어이없어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많았다. 사실 의원님들이 피켓 퍼포먼스를 할 때도 직감했다. 이 토론회가 어떻게 흘러갈지 말이다.

토론회에서도 ‘청년의 노력’과 ‘도전의식’ 결여가 등장했다. 질문할 기회가 있었다면 질문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질문하지 못했다. 단군 이래로 최대 스펙을 쌓고 있고 지금의 청소년들이 일주일 내내 학원을 다니고 있으니, 국회에서는 학원휴일 휴무제까지 논의되고 있다. 그렇게 자란 청소년들이 지금의 청년이 된 것이다.

공무원을 준비하고 안정된 취업시장에 뛰어드는 것만을 비판하지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취업 하기 위해 어학학원이나 스펙 쌓은 학원을 다니고 자격증을 따고, 밤새워 공부하고 알바를 하면서 바쁘게 살아가는 청년들의 노력은 노력이 아니고 도전이 아닌가 말이다. 그 과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청년들은 노력하지 않아서인가, 대체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해야 도전이고 노력으로 되는가 말이다.

김지만 대구시의원이 자신의 정당과 나이 때문에 청년들이 벌써 선입견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진정으로 소통하고 싶다면 본인 스스로 소통 방법에 문제가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행사 시간에서 거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이 의례와 의원님들 사진촬영용으로 할애됐다. 정작 중요한 토론회는 심도 깊은 이야기가 이어지지 못하고 끝나고 말았다. 배지숙 대구시의회 의장은 이번이 처음이고 처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열 계획이라고 했다. 어떻게 첫술에 배부를 수 있으며 식당에 가도 뒤로 갈수록 고급진 요리가 나온다고 했다.

배지숙 의장님께 이 말을 전하고 싶었다. 요즘은 첫술에 실망한 식당은 발걸음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