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학생들, “TK예산홀대 황교안 발언 허위” 팩트체킹 공모전 대상

“받아쓰기 저널리즘은 언론 신뢰 떨어뜨려”
“언론인은 시민의 입장에서 보도하고 팩트체킹 해야”

15:29

경북대 학생 4명이 방송기자연합회가 주최한 제2회 팩트체킹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김서현(23, 경영학부), 노재언(23, 신문방송학과), 손윤경(26, 컴퓨터학부), 조현영(22, 정치외교학과) 씨로 구성된 ‘와이카노(Why can O)’ 팀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TK 예산 홀대론’을 검증했다.

▲팩트체킹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와이카노’ 팀원들. 왼쪽부터 손윤경(26, 컴퓨터학부), 노재언(23, 신문방송학과), 김서현(23, 경영학부) 씨.

지난 7월 16일 대구에 온 황교안 대표는 “작년에 편성한 금년 예산, 대구만 줄었다는 거예요. 여러분. 이래도 되겠습니까? 이건 경제보복이죠. (현 정부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짓들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라며 정부가 대구지역에 예산을 홀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 PD를 지망하는 ‘와이카노’ 구성원 4명 모두 대구가 고향이 아니다. 그래서 발언 내용이 사실인지, 왜 지역 예산 홀대론 이야기를 하는지 더 궁금했다. 게다가 황 대표 발언 이후 한 달 동안 지역 언론의 기사가 줄을 이었지만, 적극적으로 근거를 제시한 보도는 없었다.

대구시 국비 예산 현황은 황 대표 주장과 달라
지방자치단체마다 국비 예산 집계 기준도 달라
지역 언론, 정치적 공방만 있고 팩트체킹 소홀
대구경북 공무원, 선출직은 TK홀대론 부정

우선 대구의 국비 예산 반영부터 살폈다. 대구시로부터 받은 국비 예산 현황에 따르면 신청한 국비 예산 반영율이 황 대표 주장과 달랐다. 다른 곳은 늘었는데 대구만 제 자리인지도 검증을 해봤다. 17개 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7년간 국비 예산 자료를 정보공개청구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집계 기준이 달라 확인할 수 있는 기준 자체가 없었다.

지역 매체들의 보도 현황도 짚었다. 대구경북기자협회 소속 언론의 TK 홀대론 관련 보도를 웹크롤링으로 수집해 분석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보도는 여야 정치권 공방만 다뤘을 뿐, 황 대표 발언에 대한 팩트체크 시도는 전무했다. 지방의회 회의록을 통해 대구경북 단체장과 광역의원들의 인식도 살펴봤다.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대구시 보고에도 정당 간 TK 홀대론을 거론하며 공방이 벌어진다고 강민구 대구시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지적, 예산 확보는 지자체의 능력임을 강조하며, TK 홀대론 자체를 부정한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발언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와이카노 팀은 “지역언론들의 보도 경향, 실제 지역 정치권 및 행정담당자들의 반응 등을 살펴본 결과, 일부 지역언론이 국비 예산 기준에 대한 엄밀한 검증 없이 TK 홀대론을 주장하는 보도를 해왔다”며 “지역의 발전과 지역민들의 상생을 추구한다면, 앞으로 정파성에 치우친 보도를 지양하고 철저한 비교 분석과 검증을 거친 보도를 지향해야 할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받아쓰기 저널리즘은 언론 신뢰 떨어뜨려”
“언론인은 시민의 입장에서 보도하고 팩트체킹 해야”

팀원들은 팩트체킹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이 한층 더 깊어졌다.

손윤경 씨는 “받아쓰기 저널리즘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언론이 비판받는 걸 두려워한다는 느낌도 들었다”고 했고, 노재언 씨는 “지역언론이 지역 사안을 면밀히 알아야 하는데 쉽게 보도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경북도의회 회의록을 보면 지역 정치인들이 쉽게 쓴 기사를 쉽게 인용했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더 떨어졌다”고 말했다.

김서현 씨는 “받아쓰기 저널리즘은 지역언론만의 문제는 아니다. 수도권 언론의 데이터를 분석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언론인을 지망하는 팀원들에게 ‘만약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PD를 지망하는 윤경 씨는 “한 명의 기자가 받아쓰기 저널리즘을 이겨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어떻게 메시지를 전할까 고민하는 드라마 PD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재언 씨는 “기사 하나 쓰기 위해 많은 노력이나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저도 모르게 발언을 옮기는 보도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시민의 입장에서 적극적인 팩트체킹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현 씨는 “자연스럽게 회사의 방향성에 묻어갈 수 있고. 정치인들의 입장에 포섭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자가 도움을 줘야 할 대상은 사주도, 정치인도 아닌 시민이라는 생각을 가진 기자가 되어야겠다”고 말했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팩트체킹 공모전은 허위정보가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가운데 시민들이 이를 가리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시작됐다. 팩트체크 부문, 콘텐츠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고, 각 분야별 대상을 포함해 총 22편이 선정됐다. 오는 31일 오후 2시 서울목동방송회관에서 시상식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