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교육청 비정규직 ‘일반해고’도입, 근로기준법 위반 논란

교육청, “해고 조항 모든 학교에 원래 있었다” 노조, “전수조사도 없이 어떻게 아나”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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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교육청이 학교비정규직의 근무 성적을 평가해 해고할 수 있는 취업규칙을 만들자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교육청은 지난 10월 관내 학교 비정규직 6,000여 명에게 일괄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발표하며 “근무성적 평가결과 3회 연속 최하위 등급(불량)을 받은 경우”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했다.

문제는 발표된 취업규칙이 기존 근로조건보다 불리한지 여부다.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만들 때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동자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이때 변경한 취업규칙이 기존보다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불이익 변경’)을 포함한다면 의견 수렴이 아닌 노동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 동의나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교육청은 취업규칙이 개별 학교 취업규칙을 참고해 ‘신설’한 것이며, 근무성적 평가 해고 관련 조항도 개별 학교에서 모두 시행 중이던 규칙이라 ‘불이익 변경’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조(경북학교비정규직대책위)는 관할 학교에 대한 전수조사도 없이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근거가 없으며, 노동자에게 불리한 조항이 포함되었는?데도 동의 절차를 밟지 않아 위법하다며 맞서고 있다.

관할 공립학교가 778개교(유치원, 분교 제외)인 상황에서 교육감 직고용제와 달리 학교가 개별적으로 체결하던 취업규칙 모두에 근무성적 평가 해고 관련 조항이 있었는지 의심해볼 수 있다. 만약 예외 사례가 생긴다면 ‘불이익 변경’이다.

대법원도 일부 노동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인 경우 ‘불이익 변경’이라고 판시한 바 있어, 노조 주장대로라면 경북교육청이 결국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대법원 판례(2010다17468)에는 “(취업규칙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경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자 전체에 대하여 획일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고, 그 변경이 일부 근로자에게는 유리하지만 다른 일부 근로자에게는 불리할 수 있어서 근로자에게 전체적으로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단정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운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하여 근로자들 전체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돼 있다.

이철연 경북교육청 교육실무직담당은 “사립학교를 제외한 학교비정규직 6,245명 중 5,668명(90.8%)의 의견을 수렴했다. 기존 취업규칙에 비해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 조항이 없다. 이미 관할 모든 학교에 근무성적평가 해고 관련 조항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가 최근 정부의 일반해고와 연관 짓는데 교육청은 2년 전부터 준비한 것”이라며 “일반 회사가 법적으로 직장폐쇄로 단체행동권에 대항할 수 있다면 교육청은 복무규정을 통해 해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수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전수조사는 하지 않았다. 모든 학교의 취업규칙을 다 받아볼 수는 없다”며 “하지만 매년 교육실무직원(학교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처우개선 등을 점검해 안내하면서 법과 동떨어진 취업규칙이 있는지 점검하고 변경사항도 확인했다. 만약에 그런 사례(불이익 변경)가 있다고 하면 고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최상훈 전국학비노조 경북지부 조직국장은 “전수조사도 하지 않고 불이익 변경이 없다고 할 근거가 없다. 상식적으로도 700여 개 학교 모두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취업규칙 조항이 있었다고 보기도 힘들다”며 “불이익 변경 시 과반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동의도 받지 않았다. 노동청에 취업규칙 제정 승인 취하 제소를 계획 중”이라고 반박했다.

1일 오전 10시 30분, 민주노총 경북본부, 전국학비노조 경북지부, 전국여성노조 대경지부,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북지부, 전교조 경북지부, 전국공무원노조 경북교육청지부로 구성된 경북학교비정규직대책위원회는 “불법적 취업규칙 제정”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