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의료원 박문진 227일 농성 종료…13년 만에 일터로

12일 내려온 박문진, "노조할 권리 위해 목숨 거는 일 없어야"
의료원, "노사관계-의료원 발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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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2 16:26 | 최종 업데이트 2020-02-12 16:38

영남대의료원 해고노동자(박문진, 송영숙)가 2007년 해고 이후 13년 만에 일터로 돌아간다. 12일 해고노동자 박문진(59)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은 고공농성 227일 만에 74m 응급의료센터 옥상에서 내려왔다.

▲고공에서 내려와 김진경 영남대의료원지부장과 포옹하는 박문진 지도위원

11일 영남대의료원 노사는 대구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제3자 사적조정에 최종 합의했다. 이들은 ▲해고노동자 박문진 지도위원, 송영숙(43) 영남대의료원지부 부지부장 신규 채용 ▲노조 활동 자유 보장 및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사 상호 노력 ▲민·형사상 문책 금지 및 법적 분쟁 취하 등이다.

영남대의료원은 박 지도위원을 오는 3월 1일 간호사로 채용하고, 송 부지부장은 5월 1일 채용하기로 했다. 정년이 1년 남은 박 지도위원은 곧바로 퇴직하고, 병원은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노사 모두의 결단으로 14년간 지속된 아픈 과거를 딛고 새로운 노사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노사 모두의 결단으로 합의가 가능했다"며 "다시는 이 같은 아픔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진경 영남대의료원지부장도 "해고자 복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사 모두의 마음이 모였고 전국의 많은 분들의 관심과 피땀이 모아져 해결됐다"며 "노사관계 발전과 병원 발전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나가자"고 강조했다.

김태년 영남대의료원장은 “사적조정대로 상호존중을 통해 노사화합을 이루고 노사관계의 발전과 의료원의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를 바란다”며 “상호 간에 합의안이 잘 지켜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대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내려오는 해고노동자 박문진, 송영숙

12일 오후 3시 보건의료노조, 민주노총대구본부, 영남대의료원노동조합정상화를위한범시민대책위 등 250여 명은 영남대의료원에서 '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 투쟁 승리 보고대회'를 열고, 227일 만에 땅으로 내려온 박문진 지도위원에게 꽃다발을 안겨주며 환영했다. 박 지도위원은 동생과 오랜 친구인 한진중공업 해고자 김진숙(59)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도 현장에 함께 했다.

박 지도위원은 오후 3시 10분께 내려왔다. 박 지도위원이 1층 로비로 내려오자 직원들, 환자들이 곳곳에서 "고생하셨다"며 인사를 건넸다.

그는 "제가 무탈하게 땅으로 내려줄 수 있게 많은 연대와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이제는 더 이상 노동자들이 노조할 권리를 위해 목숨을 거는 사회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땅으로 내려온 소감을 전했다. 박 지도위원은 바로 입원해 건강 상태를 확인할 예정이다.

송영숙 부지부장도 "긴 시간 동안 꿈을 꾼거 같다. 드디어 꿈을 이루게되었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70m 고공농성장에서 내려오는 박문진

앞서 대구고용노동청이 중재한 영남대의료원 사적조정은 두 번이나 결렬됐다. 지난해 9월 첫 사적조정은 조정안도 내지 못하고 결렬됐다. 이어 지난해 12월 조정안이 나왔으나, 의료원 측이 거부하면서 조정은 결렬됐다. (관련기사=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 조정안 노조만 수용···의료원은 거부('19.12.31))

이후에도 노사는 조정안을 바탕으로 실무교섭을 해왔다. 지난 1월 23일 해고자 복직 등에 잠정 합의했으나 의료원 내부 반발을 이유로 무산됐다. 이어 1월 31일 수정안으로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같은 이유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 6일부터 노사는 실무교섭을 재개했고, 11일 오후 7시 대구고용노동청 중재로 사적조정을 재개했다. 이날 3시간 30분가량 조정 끝에 최종 합의했다.

▲농성장에서 내려온 박 지도위원은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두 해고노동자는 지난해 7월 1일 ▲해고자 원직 복직 ▲노조 기획탄압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 및 재발 방지 ▲노동조합 원상회복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송 부지부장은 지난해 10월 농성 107일째에 건강 악화로 내려왔다. (관련기사=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 1명 '건강 악화'···박문진 지도위원 홀로 농성('19.10.15))

해고 문제가 불거진 2007년 창조컨설팅 심종두 노무사가 의료원 측 자문을 맡았다. 201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창조컨설팅은 유성기업 노무 제안서에 영남대의료원의 단체교섭 및 노동쟁의 대응을 지원했다고 밝혔고, 조합원 수를 1,200명에서 60명으로 줄였다고 소개했다. 심종두 노무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관련기사=왜 고공에 올랐나…‘노조파괴’ 창조컨설팅 성과였던 영남대의료원('19.7.11))

고공농성과 함께 로비 농성, 촛불문화제 역시 227일 동안 이어졌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김진경 영남대의료원 지부장, 이길우 민주노총대구본부장은 각각 23일, 19일, 11일 동안 단식했고, 정의당, 민중당 대구시당도 동조 단식에 나섰다. 한진중공업 해고자 김진숙(59)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부산에서부터 100km를 걸어 찾아오기도 했다. (관련기사=친구 박문진 찾아 100km 걸어 온 김진숙, "그 외로움 내가 잘 아니까···"('19.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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