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선우] 신앙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양면성, ‘문신을 한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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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 마약, 과실치사 등의 죄목으로 소년원에 복역 중인 20살 다니엘(바르토시 비엘레니아). 예배하는 토마시 신부(루카시 심라트)를 돕는 그의 표정은 해맑다. 사제를 꿈꾸는 다니엘은 토마시 신부에게 신학교 입학 여부를 묻지만 “전과자는 안돼”라는 냉담한 대답이 돌아온다.

가석방으로 소년원을 나온 다니엘은 마약과 술에 전 밤을 보낸 뒤 토마시 신부가 소개해준 목공소로 향한다. 하지만 다니엘은 목공소를 지나 마을 성당에 들어선다. 성당 안에서 만난 엘리자(엘리자 리쳄벨)에게 다음 미사가 언제냐고 묻는데, 엘리자는 “목공이냐”면서 다니엘을 조롱한다. 오기가 생긴 그는 훔친 사제복을 보여주며 자신을 신부라고 속인다.

놀란 엘리자는 주임 신부님을 돌보는 엄마 리디아(알렉산드라 코니에츠나)에게 황급히 다니엘을 안내한다. 충동적 거짓말로 사제로 행세하게 된 다니엘은 건강이 악화된 주임 신부 대신 마을 성당의 주임 신부 자리를 대행하게 된다.

다니엘은 소년원에서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대로 얼떨결에 마을 사람들의 고해성사를 들어주고 미사와 추도 행사 등을 주도한다. 마을 사람들은 여느 사제와 다르게 도발적인 방식으로 설교하는 젊은 신부의 낯선 모습에 당황한다. 다니엘은 고해성사에서 ‘아들이 담배를 피워서 고민’이라는 신도에게 ‘더 독한 담배를 사주라’고 조언한다.

추모 게시판 앞에선 “하느님, 분노가 솟는 것을 참을 수 없습니다. 우리를 판단하시기 전에 제발 먼저 이해부터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울부짖으며 유족들에게 감정을 속이지 말라고 강조한다. 또 마을 청년들과 유희를 즐기고, 우울하고 냉랭하던 미사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고, 고해성사의 무거움을 즐겁게 만든다.

마을 사람들은 금세 마음을 열고 다니엘은 마을 사람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게 된다. 급기야 과거 마을에서 일어났던 비극적 사고(교통사고로 마을 사람 7명 사망)의 유족들을 치유하고, 정체가 탄로 날 위기에서 부도덕한 시장의 협박에 “당신에게 힘이 있더라도 옳은 건 나”라며 맞서기도 한다.

상투적이고 형식적이며 점잔을 빼는 기득권 세력과는 확연히 달라 통렬하다. 가장 강렬한 대사는 마을 성당 미사에서 다니엘이 마을 사람들을 향해 던지는 설교다. “저는 살인자입니다. 제가 죽였습니다. 머릿속으로 죽였고 실제 죽이려는 척했으며 실행에 옮겼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제일 잘하는지 아십니까? 사람들을 포기하고 손가락질하는 것입니다”

<문신을 한 신부님>은 폴란드의 작은 마을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각색했다. 영화는 종교를 강요하거나 설교를 하지 않는다. 종교와 속죄, 믿음과 불신, 위선과 참회 등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진중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를 위해 설교할 자격이 없는 사제와 속죄, 참회를 바라면서도 이기심이 하늘을 찌르는 마을 사람들을 화면에 내민다.

범죄자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다니엘은 가짜 사제 행세를 하며 타성에 젖은 주임 신부가 해결하지 못한 갈등을 풀어내고, 침묵으로 덮인 카르텔을 서서히 벗겨낸다. 그는 갖은 협박과 회유를 겪지만 묵묵히 이겨내고, 마을 사람들의 혐오와 지탄을 받고 있는 가정의 편에 선다. 신의 구원을 바라는 마을 사람들은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의 아내를 마녀사냥 한다.

<문신을 한 신부님>은 ‘신앙’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양면성을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진실을 간과한 마을 사람들은 사제복만 보고 존중과 신뢰를 보내지만 옷을 들춘 다니엘은 문신투성이 전과자로 나타난다. 인간의 믿음이 얼마나 쉽게 변하고 얄팍한지를 역설을 통해 묻고 있다.

영화는 명확한 정답을 내리기 위해 감정적으로 흔들어 놓지 않고 중립적 시선을 유지한다. 판단을 관객들의 몫으로 남기기 위해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혹은 선이고 악인지 모호한 경계선에 선 증오, 용서, 구원은 무엇일까? <문신을 한 신부님>은 폴란드 출신 얀 코마사 감독의 영화다. 제92회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후보작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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