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지 르포-수성을] 이인선, “문재인이 무소속으로 국회의원·대통령 됐나?”

4년 만에 재도전···4년 전처럼 무소속 '암초'
“홍준표 출마 비판하는 당 지지자 많아”
“통합당 상징색 입어, 짝퉁처럼 보여”

12:30

[편집자 주] 대구 수성구을 선거구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출마로 전국적인 관심 선거구가 됐다. <뉴스민>은 홍준표 전 대표 뿐 아니라 이곳에 출마하는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인선 미래통합당 후보와 동행 취재한 기사를 순차적으로 연재한다.

[관심지 르포-수성을] 홍준표, “이상식·이인선 관심 없어. 문재인 타도”
[관심지 르포-수성을] 이상식, “문재인vs홍준표는 이미 승부 나···승리 자신”

“차라리 서울에 출마하지”

“맞습니다. 수성구민들은 뜬금없다고 느끼는 분도 있고, 대권 후보였으니까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왔다 갔다 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야 별로 없어요. 없는데, 그러나 아직까지는···.”

“어르신 보기엔 우째하면 승리하겠습니까?”

“끝까지 강하게 밀고 나가고, 많이 다니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경남 창녕이 고향이라는 70대 이 씨는 이인선(60) 전 경상북도 경제부지사를 보자마자 ‘판세’를 물었다. 창녕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 씨는 이 전 부지사와 한참을 이야길 하다가, 홍 전 대표가 서울에 가는 게 맞았다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도 반갑게 맞장구를 쳤다.

▲지난 26일 수성구 수성못에서 미래통합당 후보 이인선 전 경상북도 경제부지사를 만났다.

지난 26일 오후 5시를 넘겨 수성못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수성구을 선거구에 나선 이 전 부지사를 만났다. 당을 상징하는 밀레니얼 핑크색 점퍼에는 당명과 ‘경북 경제부지사(전)’, 이름과 숫자 2를 크게 새겼다. 그는 시민들에게 명함을 건네며 통합당 공천을 받은 후보임을 강조했다. “이번에 공천받았습니다. 이인선입니다. 미래통합당 2번입니다” 문장 순서만 조금씩 다르게 그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같은 말을 반복했다.

통합당 지지자들은 이 전 부지사가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먼저 안부를 물어왔다. 특히 70대 이 씨처럼 홍 전 대표의 무소속 출마를 걱정하는 말을 먼저 꺼냈다. 이 전 부지사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고 돌아선 이 씨는 기자와 만나서 “(홍준표를) 대권 주자로 밀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소수”라며 “지난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한테 표 차이가 많이 났다. 다음에 나가도 안 된다”고 말했다.

대구 사람으로 국회의원이 되어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건 홍 전 대표의 총선 도전 포부다. 하지만 이 씨는 “그 사람(홍준표)은 미래통합당 후보가 두 번 다시 되어선 안 된다”며 “저 사람 가지곤 승산이 없어. 저 사람으론 여당을 이길 수 없어”라고 반복해 말했다.

이 씨처럼 이 전 부지사에게 인사를 건네는 통합당 지지자들은 대체로 같은 의견이었다. 손종익(56) 씨는 “홍준표 씨는 미래통합당에서 험지 출마하라는 걸 마다하고 자기 혼자서 양산 갔다가 안 되니까 대구 와서 이러는 건 정당성이 결여됐다”며 “황교안 대표가 크게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홍준표 씨가 하는 건 여기 있는 사람들도 거의 다 수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처럼 홍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을 표현하는 시민들을 자주 만난다는 게 이 전 부지사의 설명이다. 그는 “애달프다고 한다. 왜 이렇게 판을 깨느냐는 거다. 대표를 두 번 하고 대선까지 간 사람이 개인 욕심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게 잘못이라는 거다”며 “왜 밀양, 양산 갔다가 여길 왔냐고 자존심 상해하는 분도 있다”고 전했다.

이 전 부지사는 특히 통합당 원로들이 화가 많이 났다고 표현했다. 그는 “당 원로들이 화가 많이 났다. 오기 전에 논의가 없었다는 거다”며 “‘야, 문재인이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됐나? 니(홍준표)는 탈당하고 무소속인데 어떻게 되노’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대구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부산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만든 것처럼 대구도 자신을 그렇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이인선 당시 자유한국당 수성구을 지역위원장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이인선 캠프 제공)

이 전 부지사 본인도 홍 전 대표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 수성구을 원외 지역위원장으로 홍 전 대표 당선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기억 때문이다. 그는 “선거 한 달 앞두고도 대구에서 지지율이 문재인 대통령이랑 비슷했다”며 “그 지지율을 내가 노력해서 올려놨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는 “국회의원이 없는 곳을 찾아왔다고 하는데 동구갑에도 없었고, 북구을에도 없다. 특히 북구을은 한 석이라도 빼앗아야 하는 홍의락 의원 지역구”라며 “또, 막천이라고 하면 막천으로 내려온 이두아(달서구갑), 이진숙(동구갑) 예비후보들이 있었다. 본인 말이 다 안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 전 대표가 통합당 상징색을 선거운동에 사용하는 것을 두고도 “약간 짝퉁처럼 보이지 않느냐”며 “본인 옷이 아닌데, 나는 미래통합당 대권 주자였고, 대권 주자가 될 거라고 상징처럼 하는데, 선관위에선 문제가 없다지만, 흰옷을 입고 백의종군하지 않고 그냥 (통합당에) 기대가려고 한다”고 핀잔했다.

이 전 부지사는 홍 전 대표 출마로 어려운 싸움을 하게 됐지만, 4년 전 출마 경험과 18년간 이 지역을 떠나지 않은 토박이이자, 경제전문가라는 점을 강점으로 해서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수성구을에 나섰지만, 당시 공천 배제된 후 무소속으로 나선 주호영 의원에게 패해 고배를 마셨다.

그는 “나는 여기서(수성구을) 18년을 살았다. 한 번도 대구를 떠난 적이 없고, 대구에서 국가 일을 맡아서 결과물도 있다. 지난번(2016년)엔 주호영 의원이 중·남구에서 열흘 살았다고 네거티브를 하던데, 나는 여기에서 살면서 자길 찍어준 사람인데 그렇게 호도를 하더라”며 “이상식 후보는 시장 선거 마친 후 계속 여기에서 스킨십이 있다고 하지만, 나랑 함께 있으면서 아는 사람 빈도를 체크하면 분위기가 전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약 40분 동안 수성못에서 인터뷰하는 동안 10여 명의 시민들이 그에게 아는 체를 하며 인사를 건넸다. 친구의 친구라거나, 같은 동에 산다거나 하는 인연을 그들도 피력했다. 이 전 부지사는 “지역에 모임이 많았고, 연결이 많이 되어 있다”며 “제가 TV에도 많이 나왔기 때문에 친숙함이 있다. 선거는 원래 이곳 주민 17만 명을 모두 만나지 못한다. 다만 외지에 있는 사람들이 이인선을 찍으라고 연락이 올 거다. 그런 네트워크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선 전 경제부지사가 인사를 건네오는 시민들과 이야길 나누고 있다.

이 전 부지사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 64세 여성 오 씨는 이 전 부지사에게 “그러잖아도 친구들이랑 이야길 했다. (홍 전 대표는) 왜 여기도 아닌데 나왔노. 고향에 가지”라고 말하며 응원했다. 오 씨는 기자와 만나서 “우리 부부랑 딸은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 도리라는 게 있고,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은 져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대선에서 지지한 분이지만 내가 생각했던 큰 그릇이 아니더라”고 말했다.

오 씨는 특히 “제가 어디에서 마음이 접혔냐면, 대구에 올 땐 박근혜는 죄가 없다고 해놓고, 나중엔 ‘박근혜는 춘향인지 알았더만, 향단이더라’라고 하더라”며 “아무리 정치가 왔다 갔다 해도,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어떻게 공식적으로 나와서 그렇게 말하나”라고 분노를 표시했다. 홍 전 대표는 경남도지사로 재직하던 2016년 12월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을 ‘춘향인 줄 알았는데, 향단이더라’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