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글라스 해고 6년 다룬 영화, ‘당신은 거미를 본 적이 있나요’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담은 첫 영화

11:51

6년째 복직 투쟁 중인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를 담은 영화가 나온다.

12일 오후 5시 대구시 중구 오오극장에서 김상패 감독의 영화 <당신은 거미를 본 적이 있나요> 시사회가 열렸다. 영화 주인공은 경북 구미의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23명이다.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영화 주인공만큼이나 자주 등장한다. 구미공단 여성노동자였던 김미숙 이사장은 아들의 사고로 투쟁에 나서면서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과 ‘동지’가 됐다.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의 일상을 쫓아가는 영화는 직접고용 투쟁을 벌이던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교육공무직 등 전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난다.

▲왼쪽부터 김상패 감독,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

김상패 감독은 “아사히 동지를 따라가서 촬영하다 보니 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 이야기를 좀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일상을 다 못 쫓아가더라도 전체적인 (비정규직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처음 영화를 찍겠다고 약속할 때 즐겁게 만들겠다고 했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고 설명했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저희가 과연 저 많은 투쟁에 함께 연결할 수 있는 정도로 활동을 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보여지면 좋을 것 같다”며 “아쉬운 것은 동지들의 이야기를 다 다루지 못한 점이다. 한 명, 한 명을 보면 굉장히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많았다. 영화는 99점이다”고 말했다.

영화 출연자를 소개하는 엔딩 크레딧도 특별하다. 해고노동자들이 투쟁하며 만났던 비정규직 노동자들, 고 김용균 씨처럼 산재로 숨진 노동자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김 감독은 “당신은 거미를 본 적이 있나요. 아사히 동지들, 용균이 어머니,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가 거미다. 이들이 하나의 거미줄처럼 네트워크로 엮어서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