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음성은 중요치 않아···왜 유엽이는 죽었을까” 청와대를 향하는 물음

정유엽 씨 아버지 정성재 씨 도보행진 이틀차
영남대의료원에서 칠곡군 지천역까지 16km

12:18

지난해 3월 18일 영남대의료원 음압병실에서 당시 고3이었던 정유엽 씨가 숨을 거뒀다. 같은 시각 그의 아버지 정성재 씨와 어머니 이지연 씨는 병원으로부터 아들이 코로나19 양성으로 확인됐으니 자가격리하라는 이야길 듣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집에 가서 격리하라는 명령을 받고 집으로 운전해가는 길에 유엽이가 숨을 거뒀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성재 씨는 23일 오전 영남대의료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관련기사=[코로나19 대구 보고서] (11) K방역도 메우지 못하는 공백(‘21.1.11))

▲정유엽 씨 아버지 정성재 씨가 2일차 도보행진을 앞두고 영남대의료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동행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22일 청와대까지 약 370km에 달하는 도보행진에 나선 성재 씨는 이틀째 도보행진에 앞서 영남대의료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섰다. 그는 “3월 13일 6시 10분, 영남대병원에 도착한 뒤 우리는 엿새 동안 차 안에서 지내며 지옥을 경험했다”며 “먹지도 제대로 자지도 않고 아들의 소식을 기다렸던 초조함, 절박함, 매일매일 고비이고 희망이 없다는 소식을 들었던 순간을 생각하면 끔찍한 악몽을 꾸는 듯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성재 씨는 “기저질환이 없던 유엽이는 폐렴으로 사망했다. 죽음이 코로나19 양성인지 음성인지 정치적으로 이용되다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지만, 음성이냐 양성이냐는 애당초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유엽이는 왜 죽었을까. 주변에 병원이 많았는데 유엽이는 왜 진료받을 수 없었고, 열이 41도를 넘는데 왜 집으로 돌아가야 했을까,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정말 아무 처지도 받을 수 없는 지금의 의료시스템이 올바른가, 그저 혼란한 시기에 어쩔 수 없는 불운이었을까”라고 되물었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 답을 찾았다. 성재 씨는 “무언가를 개선하면 충분히 살 수 있었던 우리 의료시스템의 빈 구멍을 보여주는 인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우리는 감염병 위기 시 의료시스템 개선을 요구하고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세워진 K방역의 허울을 벗기고 실체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고 도보행진의 의미와 의지를 다졌다.

▲23일 오전 정성재(앞줄 가운데) 영남대의료원에서 2일차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이날로 2일차를 맞는 도보행진은 유엽 씨가 숨을 거둔 영남대의료원에서 시작해 약 16km를 걸어 대구와 경북의 경계 지점에 있는 지천역까지 이어진다. 3일차부터는 대구를 벗어나 본격적인 도보행진이 시작된다. 3일차는 지천역에서 칠곡군보건소까지 약 17km, 4일차에는 칠곡군보건소에서 남김천휴게소까지 약 17km, 5일차에는 남김천휴게소에서 김천의료원까지 약 17km로 이어진다.

계획대로 일정을 소화하면 15일차가 되는 3월 8일경에는 우리나라 보건복지 정책을 책임지는 보건복지부 앞에 도달한다. 성재 씨는 이날 다시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공의료 공백에 대한 정부 정책을 주문하고, 유엽 씨 죽음 진상규명도 요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