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왜 몸에 휘발유를 부었나

[기고] 청주시 노인전문병원 사태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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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4 14:00 | 최종 업데이트 2016-02-04 14:09

분신시도

2월 2일 그녀는 28일째 단식농성 중이었습니다. 며칠 째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한 채 누워있었습니다. 그날 아침, 조합원들은 분회장님을 천막에 두고 지난 10월 26일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문제에 대해 법제처가 청주시에 보낸 답변서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시간 홀로 누워있던 그녀는 휘발유통을 들고 청주시청 앞마당으로 향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부었습니다. 62세의 여성노동자는 온 몸으로 절규했습니다.

청주노인병원1

청주시는 그런 그녀에게 ‘청주시의 행정업무를 마비시킨 불법행위’를 했다며 엄정대처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어 언론을 통해 천막농성장 강제철거까지 하겠다며 ‘강경대응’ 엄포를 놓습니다.
청주시청 앞마당에서는 왜 이토록 참담한 일이 벌어졌을까요?

노조설립, 연이은 부당징계와 노조탄압

권옥자. 그녀가 일했던 곳은 청주시노인전문병원입니다. 2009년 지어진 병원은 청주시가 157억을 들여 만든 시립병원입니다. 그런데 청주시는 시민의 세금으로 병원을 지어놓자마자 바로 민간병원에 위탁운영 했습니다. 위탁병원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 병원에 대한 모든 운영권은 수탁자인 민간병원에 있었습니다. 엄청난 돈을 들여 병원을 지은 청주시는 아무런 권한이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공공병원임에도 불구하고 병원 운영은 민간 병원 마음대로였습니다.

청주노인병원2

그녀들은 노조를 만들었습니다. 24시간 맞교대로 일하면서도 일한 노동시간만큼 임금도 받지 못했고, 휴식시간조차 보장되지 않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그녀들에게 노동조합은 유일한 힘이었습니다.

그녀들은 노조를 만들어 근무형태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병원 경영진은 그녀들의 요구에 용역투입으로 답했습니다. 노조파괴 전문가를 기용했습니다. 그리고는 그녀들을 해고하고 징계하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 CCTV를 달아 그녀들을 감시했습니다. 지방노동위원회가 병원의 일방적인 해고를 부당해고로 판결했지만 추가적인 징계와 재해고가 이어졌습니다. 임금이 체불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들은 2~30만원을 받으면서도 병원을 지켰고, 환자를 돌봤습니다.

그런 그녀들에게 청주시와 병원경영진은 ‘강성노조’라는 딱지를 붙였습니다. 그리고는 전원해고와 임시폐원으로 그녀들을 모두 병원에서 내쫓았습니다.

천막농성, 거리에서 보낸 9개월

그녀들은 청주시로 달려갔습니다. 병원의 실질적인 운영자는 청주시였기 때문입니다. 청주시는 2차 병원 위탁공모 절차를 진행하면서 병원을 임시폐원 했습니다. 2차 공모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청주병원은 그녀들에게 사실상 노조활동 중단을 강요했습니다. 민주노총, 의료연대를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병원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단체교섭도 요구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복직 역시 순차적으로 진행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녀들은 수용할 수 없었습니다. 4~60대 여성노동자들에게 가해진 부당한 탄압에 그녀들을 지킬 수 있는 것은 노조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포기하라는 청주병원과 이를 방조하는 청주시에 굴복할 수 없었습니다. 그녀들은 다시 피켓을 들었고, 거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고용승계를 해야 한다”는 법제처의 답변은 왜 숨겨졌을까?

그녀들은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공공병원으로써 면모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조례개정을 통해 청주시의 관리감독의 권한을 높이고, 지역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해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이 공공병원답게 운영될 수 있도록 힘을 쏟았습니다. 그녀들의 주장에 청주시도 동감했고, 조례개정을 위한 절차가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청주시는 관련법을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고 조례개정 입법예고를 했고 그 때문에 조례개정은 수개월동안 표류했습니다. 10월 27일, 드디어 조례개정이 이뤄졌습니다. 그녀들은 이제 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랜만에 천막농성장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임시 폐원된 병원 앞을 서성이며 다시 일할 날을 기다렸습니다.

청주노인병원3

하지만 청주시의 답변은 그녀들을 절망케 했습니다. ‘고용승계는 법위반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청주시의 ‘고용승계 불가 입장’이 그녀들에게 전해진 시기 즈음에 청주시는 고용승계 문제에 대해 법제처에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법제처의 답변은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은 복지시설로 사회복지법에 근거해 위탁 체결 시 고용승계조항을 넣어야한다(안건 번호 의견15-0277, 회신일자 2015년 10월 26일)’는 것이었습니다. 청주시는 법제처의 해석에 따라 ‘고용승계’를 이행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청주시는 이 사실을 숨겼습니다. 그리고 고장 난 레코드를 돌리듯이 ‘고용승계는 불가’입장만 되풀이 했던 것입니다.

청주시의 은폐, 그녀들의 분노, 그녀들의 절규

그녀들은 청주시가 법제처의 법 해석을 질의한 사실도, 법제처의 답변 사실도 전혀 몰랐습니다. 청주시에 대화를 요구했지만 번번이 외면당했습니다. 심지어 3차 공모에서 수탁우선대상자로 선정된 의명의료재단은 간병업무 재위탁(용역)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녀들은 분노했습니다.

청주시의 냉정한 태도에 그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권옥자 분회장은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죽음을 각오한 단식 농성에도 청주시는 노조와 단 한 번도 대화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또 한 번의 조례개정 입법예고가 이뤄졌습니다. 1월 22일 ‘노인전문병원 조항을 삭제하고 요양병원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녀들은 의심했습니다. 그리고 관련법을 뒤지기 시작했고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은 청주시가 법제처에 보낸 ‘고용승계’ 문제에 대한 질의와 법제처 답변서를 발견했습니다. 3차 공모를 위한 조례개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던 바로 그 시기에 받은 답변서였습니다. 청주시는 그녀들에게 거짓말을 했던 것입니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청주시, 이번엔 법질서 확립?

권옥자 분회장은 그 사실을 전해 듣고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너무나 억울하고 분했습니다. 자신이 제대로 알지 못해 조합원들을 이 추운 겨울날 힘들게 했다는 생각까지 이를 때는 물도 삼킬 수 없었습니다. 몇 날 며칠 밤을 조합원들 모르게 울었습니다.

2월 2일 그녀는 청주시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절규했습니다. 그리고 휘발유를 몸에 부었습니다. 죽음을 각오한 단식에도 철저하게 외면당했던 그녀들의 외침은 이렇듯 극단적인 행동을 하고서야 알려지고 있습니다. 청주시는 2일 ‘전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노조원들의 불법시위에 대한 청주시의 입장’을 발표하고 “불법적인 노조의 위법사항과 행동에 대해서는 민원불편 해소와 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합니다. 2월 4일까지 천막을 철거하지 않으면 물리력을 동원해 강제철거 하겠답니다. 심지어 경찰은 ‘방화미수 혐의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합니다. 후안무치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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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승계 의무를 이행하면 될 일!

그녀들이 무엇을 했습니까? 청주시가 숨겨놨던 진실을 밝혔을 뿐입니다. 법제처의 법해석대로 고용승계를 이행하라고 절규했을 뿐입니다. 청주시장과의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권옥자분회장은 청주시에 자신의 몸을 던지는 것으로 이 말을 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듣지 않을 것이 뻔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녀들이 더 이상 청주시에 농락당하지 않고, 병원으로 돌아가 공공병원과 공공의료를 지킬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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