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교협 시사 칼럼] 대학교육,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 최인철

10:26

사람들에게 대학교육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 십중팔구는 대학 입시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한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대학입시 제도는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 혹은 부동산 가격이 얼마만큼 상승하고 있는가에 못지않은 뜨거운 이슈이다. 그러나 막상 대학교육 자체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이 대학교육에 대해 만족하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사람들은 대학에서 뭘 배우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피력하는 정도로 현 대학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대학 교육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이는 아마도 대학에서 무엇을 배웠고 그 능력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게 되었는가가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무슨 대학에 들어가느냐가 개인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많은 부분의 역할을 미리 결정해버리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어쩌면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의 관심이 대학교육이 아닌 대학 입시에만 쏠리는 것이 당연지사일지도 모르겠다. 더 큰 문제는 교육 당국마저도 이러한 세태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교육이 실질화 된다면 국민들도 어느 대학으로 갈 것인가의 문제가 아닌 대학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사진= pixabay.com)

한국의 대학교육경쟁력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국제경영개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2011년 39위였던 한국 대학교육경쟁력이 2018년에는 49위로 추락했다. 물론 대학에서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죄송한 일이다. 그러나 고등교육 전반의 위기가 역대 정권의 무책임하고 무계획한 교육정책과 그다지 큰 변화를 이루지 못한 현 정권의 잘못에서 기인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16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정부의 고등교육 지원은 0.7%에 불과했다. 이는 OECD 평균 보다 현저히 낮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에 투여되는 재원에도 이르지 못하는 수준이다. 반면, 초·중등 교육 공교육비 지출은 이미 OECD 평균을 넘어서고 있다.

구체적으로 2016년도 기준으로 OECD 국가에서 대학생 1인에게 연간 지출되는 공교육비는 평균 1만 5,556달러였지만 한국에서는 1만 486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초등학생, 혹은 중·고등학생에게 지출되는 공교육비보다도 낮다. OECD 국가에서는 대학생 한 명에게 평균적으로 지출되는 공교육비가 초·중등 학생의 두 배에 이르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그 보다 더 적은 액수가 대학교육에 지출 된 것이다. 더구나 정부에서 지출된 대학교육 관련 비용은 교육과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 사용되었다기 보다 개별 대학생들의 장학금 지원을 위해 주로 사용되었다.

이명박 정권은 2012년 대학에 반값 등록금 정책을 시행하면서 그를 위한 재원은 쥐꼬리만큼 늘렸고 그 모자란 부분을 대학의 교육 및 연구 예산을 줄여 충당했다. 학생 등록금 부담을 줄이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대학의 교육과 연구가 그로 인해 희생당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 이후 몇 번의 정권이 바뀌었지만 우리 대학교육 여건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10여 년간 전체 교육 예산은 97% 증가했지만, 실질적인 대학교육 예산은 42% 증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점점 피부에 와 닿는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학령인구 감소의 문제는 가뜩이나 빈사 상태에 있는 대학 재정과 교육 환경에 회복하기 힘든 결정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학교육에 대한 국민적 무관심과 정부의 방치가 지속된다면 우리 대학교육은 앞날을 장담하기 힘든 백척간두의 위기로 내몰릴 것이다. 대학교육이 내팽개쳐진 나라에서 밝은 미래를 설계한다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은 무모한 공상이다.

대학은 한 나라를 지탱하는 학문과 정신적 가치를 창출하고 전승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한 국가의 경제적 첨병으로서 첨단 기술과 원천 기술을 개발해 내기도 한다. 때문에 대학이 창출해내는 유형적 혹은 무형적 가치는 그 국가의 직접적인 경쟁력으로 작동한다. 실제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대학 경쟁력이 39위에서 49위로 후퇴하는 동안 국가 경쟁력도 22위에서 27위로 후퇴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대학교육이 방치되고 그 준비단계인 중등교육의 결과만이 더 강조되는 국가에서 너무나 당연히 겪을 수밖에 없는 퇴보인 것이다.

문제는 심각하고 그 폐해는 더 파괴적이다. 그러나 의외로 해결책은 간단하다. 대학의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고 그를 위해서 더 많은 재원을 투여하는 것이다. 대학은 경비의 절감 효과가 가장 비효율적으로 나타나는 기관이다. 산업체에서처럼 로봇으로 인력을 대체한다든가 원자재 수급을 바꾸는 방식으로 경비를 절감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라는 의미다. 훌륭한 학자들이 기꺼이 와서 교육하고 연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학생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 시설 여건을 공급해야 한다.

교육의 공공재적 성격을 고려하면 빈부의 차이를 떠나 능력 있는 학생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장학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대학교육은 돈이 많이 드는 사업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그 과실은 작지 않다. 투자한 만큼 보다 훨씬 더 큰 이익을 사회 전체가 향유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정부가 이를 위해 나서야 한다. 대학교육이 실질화 된다면 국민들도 어느 대학으로 갈 것인가의 문제가 아닌 대학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최인철 경북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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