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앞두고 ‘보호자 코스프레’ 간호사 등장한 칠곡경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17일부터 나흘간 의료기관평가인증 "평가 위한 벼락치기로 노동강도 심화...환자 서비스 질로 이어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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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9 17:34 | 최종 업데이트 2016-05-22 23:12

칠곡경북대병원 간호사 김유진(가명) 씨는 낮 12시 병원에 출근해 환자 보호자실로 향한다. 간호사복이 아닌 평상시 차림이다.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보호자실에서 나왔다. 김유진 씨는 다섯 시간 동안 ‘보호자 코스프레’를 하며 민원을 처리하고, 쓰레기통을 비웠다. 왜 그는 보호자실에서 평상복을 입고 청소와 민원처리를 했을까?

칠곡경북대병원, 19일부터 나흘간 의료기관평가인증
인증평가 대비한 ‘선수’ 간호사와 민원 처리 ‘보호자 코스프레’ 간호사 등장

보건복지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지난 17일부터 나흘간 칠곡경북대병원 평가를 시작했다. 약물관리, 감염관리, 시설 및 환경관리 등 6개 부분에 대한 평가가 4년마다 돌아온다.

평가를 앞두고 칠곡경북대병원은 6개월 전부터 의료질관리팀에 따로 평가를 대비하기 위한 TFT(특정업무부서)를 꾸렸다. 평가 100일 전부터 전 직원은 평가 대비에 돌입한다. 진료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병원 평가 기간에 퇴사자가 가장 많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인증평가
▲의료기관평가 항목

2년 차 간호사 유진 씨는 이번 주 4번 연속 오후 근무표를 받았다. 인증평가단이 오는 낮 시간대는 일명 ‘선수 간호사’로 배치하기 때문이다. 통상 오후 근무는 오후 2시에 시작해서 10시에 끝나지만, 12시부터 출근해 ‘보호자 코스프레’를 한다.

유진 씨는 “간호복도 안 갈아입고 보호자실에서 환자들 민원 관리한다. 환자들이 인증 중인 간호사한테 갑자기 민원을 제기하면 당황하거나 대처를 못 할 수도 있으니까 우리가 미리 민원을 처리하는 거다”고 말했다.

오전 근무를 하는 선수 간호사의 퇴근 시간은 통상 오후 2시다. 하지만 5시까지 근무를 한다. 인증단이 평가를 마치는 시간이 5시기 때문이다. 유진 씨가 5시까지 보호자 코스프레를 하는 이유다.

이순종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경북대병원분회 사무장은 “훈련된 간호사가 (인증단 평가 시간에 맞춰)근무를 뛰는 거다. 누가 물어보면 바로 답할 수 있어야 하니까. 선수들만 불러서 몇 시간씩 교육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병원은 평가 기간 벌어지는 기형적인 근무에 대해 알고 있을까. 칠곡경북대병원은 직원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평가 준비라는 입장이다.

정윤진 칠곡경북대병원 대외협력팀장은 “저희가 들은 건 없다. 평가 준비를 위해 조금 일찍 나와 준비하는 건 있는데, 간호사뿐 아니라 모든 직원이 그렇다”며 “담당자들이 부당한 지시를 했다기보다 상식적인 선에서 모두 준비하고 있다. 결국 환자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건데 간호사분들이 상대적으로 더 힘들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대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경북대병원분회 부분회장은 “평가 기간 4일을 위해 일선 노동자의 노동 강도만 증가한다. 평소의 서비스 질과 안전을 점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덕분”이라며 “경북대병원은 지난해 의료질평가에서 대구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4일을 위한 벼락치기는 실제로 환자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처음 실시한 의료질평가에서 경북대병원 본원과 칠곡분원은 낮은 등급을 받았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이 4개 항목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지만, 경북대병원 본원은 ‘의료질과 환자 안전’, ‘공공성’, ‘의료전달 체계’에서 2등급을 받는데 그쳤다. 칠곡경북대병원은 3개 항목에서 3등급, 1개 항목에서 2등급을 받았다.

칠곡

업무 시간 느는데도 시간외수당은 ‘선수 간호사’만

일명 ‘선수 간호사’는 평가를 앞두고 업무 강도가 늘어난다. 더불어 오후, 야간 근무 간호사도 업무 강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4년 차 간호사인 이지은 씨(가명)도 “오전 근무자만 인증 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니까, 오후 근무자는 더 일찍 출근해서 민원을 처리한다. 휴무조인데도 나올 때도 있다”며 “야간 근무자는 더 심하다. 오전 근무자가 해야 할 일을 다 해놓고 퇴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 씨도 “입원 환자도 일부러 4시 이후에 받는다. 최대한 인증하는 시간에 일을 안 만드는 거다. 주치의는 5시에 퇴근하고, 약국도 5시에 문 닫는데 4시에 환자가 들어오면 그만큼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과중한 업무로 오후 근무 간호사는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퇴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주 ‘인증 리허설’ 기간부터 2시간 일찍 출근해 3시간 늦게 퇴근하고 있다. 하지만 평가 기간 중 시간외 근무수당은 오전조에 근무하는 ‘선수 간호사’에게만 돌아간다.

지은 씨는 “오버 타임(시간외수당)을 오전조만 준다. 인증할 때 오전조가 메인이라 이거지. 다른 건 몰라도 휴무조가 나와서 일하는데도 수당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칠곡경북대병원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3교대 근무이기 때문에 누구든 한 번은 오전조 근무에 평가단을 마주치게 된다”며 ”(특정한 사람이) 수당을 못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칠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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