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해외연수①] 10개 중 7개 베낀 수성구의회, '표절연수보고서' 총집합

2년간 10차례 연수, 15개국 방문...연수보고서 10개 중 7개 베끼고, 짜깁고
올해 김진환 의장 다녀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해외연수보고서 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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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7 10:31 | 최종 업데이트 2016-06-14 18:19

2년간 10차례 연수, 15개국 방문...연수보고서 10개 중 7개 베끼고, 짜깁고
올해 김진환 의장 다녀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해외연수보고서 압권

대구 수성구의회는 지난 2년 임기 동안 가장 많은 나라로 연수를 다녀왔다. 의원 개인별 연수 횟수는 최대 3회로 다른 구⋅군의회와 큰 차이 없지만, 매년 연수팀을 2~5개로 나눠서 방문국가가 가장 많고, 연수보고서도 가장 많다.

보고서가 많은 만큼, 수성구의회를 살펴보면 대구 구⋅군의회 해외연수보고서가 어떤 부실함이 있는지 모든 유형을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내용이 충실하고 짜깁기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훌륭한 보고서도 발견됐다.

▲수성구의회 해외연수현황(2014년 7월~2016년 5월)

수성구의회 보고서 10개 중 3개만 훌륭한 보고서로 분류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3개 보고서 모두 동일하게 석철, 박원식 의원 등이 진행한 복지시설에 대한 일본 연수보고서다. 이 외 7개 연수보고서는 모두 부실해 수성구의회에 만연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보고서는 해당 연수가 실제로 연수 목적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는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검증 도구여서, 보고서의 부실함은 해외연수가 해당 목적과 관계없는 외유였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지난 4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연수보고서 부실 총집합
총 48페이지 보고서 중 온전한 페이지 거의 없어

구체적으로 수성구의회 연수보고서를 살펴보면, 앞서 언급한 3개의 연수보고서를 제외한 모든 보고서에서 네이버-다음 등 포털 백과사전, 블로그 또는 다른 의회나 공공 기관 보고서와 토씨 하나까지 똑같은 문장이나 문단이 다수 발견됐다.

특히, 지난 4월 김진환 수성구의회 의장을 포함한 의원 7명이 ‘행정도시 및 커뮤니티센터 방문 등 도시 행정 기반시설 견학’을 목적으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다녀온 결과물은 대구 의회 연수보고서에서 볼 수 있는 모든 부실함의 총집합소였다.

표지와 보고서 작성자 명부, 목차 등을 포함해 전체 48페이지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크게 🔺연수목적 🔺연수개요 🔺연수국현황 🔺방문 및 주요연수내용 🔺기타 정책 및 우수사례 🔺연수총평 등 여섯 개 항목으로 나뉘는데, 연수목적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베낀 내용이 확인됐다. 베낀 내용과 사진 등을 제외하면 48페이지 중 온전한 페이지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정도다.

우선 연수국가나 도시에 대한 설명을 베끼는 행위는 앞으로 살펴볼 거의 모든 연수보고서에 만연한 행태여서 굳이 지적할 것도 없지만, 이 보고서는 정도가 심하다. 짜깁기를 무작위로 하다 보니 보고서 페이지마다 통계 수치가 다르다. 연수국의 전(前) 최고수반 이름도 일관성 없이 기재됐다.

예를 들면, 싱가포르 현황을 설명하면서 인구를 556만 명으로 적었는데, 싱가포르 문화를 설명할 때는 갑자기 인구가 16만 명 줄어들어서 “인구는 5백 40만 명으로 공용어는 영어, 중국어, 타밀어⋯”라고 설명한다.

재미있는 점은 싱가포르의 문화를 설명하는 이 내용이 인구수를 제외하면 다른 보고서나 포털 블로그 내용과 일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 이미지를 보면 왼쪽은 수성구의회 보고서 내용이고 오른쪽은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shin0598/120185220043)에서 갈무리한 내용이다. 문제의 ‘인구 5백 40만 명’을 제외하고 모든 내용이 동일하다. 짜깁기 과정에서 수치를 잘못 기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왼쪽은 수성구의회 보고서, 오른쪽은 블로그 갈무리
▲왼쪽은 수성구의회 보고서, 오른쪽은 블로그 갈무리. 인구수만 제외하고 토씨 하나까지 똑같다.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수치뿐 아니라 리콴유 전 싱가포르 수상의 이름 표기에도 일관성이 없다. 머라이언 공원을 설명하는 20페이지에서는 리콴유 전 수상을 ‘이광요 수상’이라고 썼지만, 불과 3페이지 뒤에선 ‘리콴유’로 쓰는 식이다.

이 역시 무분별하게 짜깁기하는 과정에서 생긴 어이없는 실수로 보인다. 머라이언 공원을 설명하는 부분은 2011년 강원도 춘천시의회 해외연수보고서에서 동일 문구를 발견했고, ‘리콴유’로 기재된 부분은 1998년 박길성, 양종회 두 교수가 쓴 ‘호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의 환경정책’이라는 연구논문에서 같은 문구를 발견했다.

▲위는 수성구의회 보고서, 왼쪽 아래는 2011년 강원도 춘천시의회 보고서, 오른쪽 아래는 1998년 발표된 연구논문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위는 수성구의회 보고서, 왼쪽 아래는 2011년 강원도 춘천시의회 보고서, 오른쪽 아래는 1998년 발표된 연구논문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 인구, 556만 명이었다가, 540만명이었다가
“이광요 수상”이랬다가, “리콴유 수상”이랬다가
20년 된 연구논문 베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환경정책 설명

박길성, 양종회 교수의 연구논문은 이 보고서에서 무분별하게 표절되고 있는데, 보고서가 연수목적과 크게 상관없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환경정책에 대해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21페이지부터 25페이지까지는 싱가포르의 환경정책, 38페이지부터 43페이지까지는 말레이시아의 환경정책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 내용은 모두 위 연구논문을 출처표기 없이 가져온 것이다.

연구논문을 출처표기 없이 가져온 것도 문제지만, 발표된 지 20년가량 지난 논문을 그대로 가져와서 현재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환경정책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의회의 개별성이나 독창성이 드러나야 할 연수총평도 마찬가지다. 연수총평 중 절반은 2010년 서울 성동구의회, 2012년 경기도 고양시의회 2014년 부산 남구의회 연수보고서 내용과 똑같다.

▲왼쪽은 수성구의회 보고서, 오른쪽은 표절의혹이 드는 다른 의회 보고서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왼쪽은 수성구의회 보고서, 오른쪽은 표절 의혹이 드는 다른 의회 보고서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왼쪽은 수성구의회 보고서, 오른쪽은 표절 의혹이 드는 다른 의회 보고서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수성구의회의 연수보고서 10건 중 7건은 모두 이 보고서와 유사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연수국 설명은 대부분 포털에서 가져온 내용이 다수였지만, 출처 표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10건 중 7건은 모두 유사한 문제점
김진환 의장, “베껴오면 절대 안 된다고 한다”

출처 표기가 있는 보고서는 강민구 의원이 홀로 지난해 중국을 다녀온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는 출처 표기는 밝혔지만, 보고서 내용 일체가 언론 기사이거나 시민단체 자료집을 전재하고 있다.

지난해 유춘근 부의장 등 5명이 ‘도시기반시설 우수사례 견학 및 벤치마킹’을 목적으로 체코 등 동유럽 6개국을 다녀온 보고서는 많은 내용이 앞서 2012년 수성구의회가 동유럽을 다녀온 연수보고서 내용과 일치했다.

지난해 김삼조 사회복지위원장 등 3명이 미국, 캐나다를 다녀온 연수보고서 역시 국가 설명은 인터넷 백과사전에서 많은 내용이 일치했다. 김삼조 위원장의 개인 소감문 역시 군데군데 짜깁기 흔적이 발견됐다.

김삼조 위원장의 소감문은 마지막 단락을 제외한 모든 내용이 방문지 설명 위주였고, 그러다 보니 소감문인데도 불구하고 포털 블로그나 백과사전과 일치하는 문장이 확인됐다.

지난 4월 김희섭 도시보건위원회 부위원장 등 4명이 다녀온 미국, 캐나다 연수보고서 소감문에서도 짜깁기 흔적이 발견됐다. 김희섭 부위원장의 소감문 중 뉴욕시의 첼시마켓이 언급되는 부분은 인터넷 블로그 내용과 일치했다.

한편 부실 보고서 문제에 대해서 김진환 수성구의회 의장은 “저도 검사를 하고 제대로 된 걸 보고 결제를 한다”며 “나름대로 잘 됐다고 이야기도 하고⋯ 보통 우리 수성구는 과거보다 잘하는 걸로 알고 있다. 저도 거기에 대해서 강조를 하고 있다. 보고서를 잘 쓰라고, 강조를 한다”고 말했다.

의장의 강조와 달리 실제로는 부실한 것이 많은 것 같다는 지적에 김 의장은 “보기 나름이겠지만, 성의 있게 쓰고 있고, 어디에서 베껴오면 절대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재차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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