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산동은 왜 ‘날아온 산’이 됐을까?

햇빛따라도서관, 희년공부방 ‘날뫼유사 프로젝트’
비산동 마을 이야기 모아 책 만들고, 노래 만들고

15:27

아득한 옛날, 한 아낙네가 달서천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는데, 그윽한 음악 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아낙네가 빨래를 멈추고 고개를 들어보니 서쪽에 커다란 산이 둥둥 날아오고 있었다. 아낙네가 자신도 모르게 산이 날아온다고 소리치자 날아오던 산이 털썩 주저앉았다.

오래된 전설이 하나 있다. 대구 서구 비산동이 날아온 산, ‘날뫼(飛山)’로 불리게 된 이유에 대한 전설이다. 국가가 계획해서 만든 동네가 아닌 다음에야 어느 동네든 그 마을에 대한 오래된 전설이 하나쯤 있기 마련이다. 역사가 깊을수록, 전설은 더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30일 햇빛따라도서관에서 이야기수집가를 대상으로 한 강의가 진행됐다.
▲30일 햇빛따라도서관에서 이야기수집가를 대상으로 한 강의가 진행됐다.

30일 저녁 대구 서구 비산동 햇빛따라 마을도서관에서는 오랜 역사가 깃든 비산동의 전설과 현재를 알아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권상구 (사)시간과공간연구소 이사가 강사로 나섰다. 권 이사는 “문화인류학에서 신화를 분석할 때, 꿈을 해석할 때처럼 해석해요. 돼지 꿈은 돼지 꿈이 아니죠. 복권을 사야 하는 것처럼 신화는 이야기 자체를 지시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며 “신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상징과 비유를 확인해보면 아주 재미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요”라고 운을 뗐다.

권 이사는 “빨래를 하고 있는데 서쪽에서, 동쪽도 아니고 서쪽이에요. 왜 서쪽일까요. 그리고 산이 날아왔다. 한반도에 산이 날아왔다는 신화는 많은데, 저는 이걸 어떻게 해석하느냐면 어떤 정치 세력이 왔다는 거예요. 서쪽에서 특정 정치세력이 와서 ‘주저앉았다’는 뭐냐면, 주둔했다. 자릴 잡았다, 터를 잡았다고 해석할 수 있어요”라고 설명을 이었다.

권 이사의 설명에 약 20명 정도 되는 참석자들이 귀를 기울였다. 권 이사 강연 이후 추가 강연을 2차례 더 듣고 나서 이들은 직접 이야기를 ‘수집’하러 나서야 한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이들은 비산동의 마을 이야기를 수집할 임무를 가진 ‘이야기 수집가’들이다.

햇빛따라 도서관과 희년공부방은 대구시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가 진행하는 ‘2016 마을공동체활성화 마을의제사업’에 선정됐다. ‘날뫼유사 프로젝트’로 이름 지은 이들의 사업은 오랜 역사를 가진 비산동의 마을 이야기를 수집하고, 마을 이야기가 담긴 노래와 책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은자 햇빛따라 도서관장은 “비산동이 엄청 오래된 동네잖아요. 비산동 염색공단, 3공단이 대구 경제 주축이었는데, 거기서 일하시는 많은 분이 비산동에서 살았고, 그런 분들로 대구를 먹여 살렸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서구는 매년 인구가 1만 명씩 줄고 있고, 노인 인구가 비산 2, 3동은 24% 초고령화 사회”라고 서구의 현재 상황을 요약했다.

김 관장은 “이 사업을 통해서 비산동의 재발견뿐만 아니라 오래 살았던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동네를 알아가면서 동네에 대한 자부심도 갖고, 아이들한테도 비산동을 새롭게 알릴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해요”라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