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소나무재선충병 극심···“당선인들 총력대응 해야”

녹색연합, "대구경북 행정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손 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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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다 푸르러서 상록수라 부르는 소나무가 온통 하얗거나 누렇게 변했다.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탓이다. 대구·경북의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이 심각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더 이상 확산을 막기 어려운 지경으로 감염이 광범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녹색연합은 영남 지역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이 심각한 수준인 건 해당 지역 행정기관의 방치 탓이라며, 행정기관과 국회의원 당선인들에게 총력적인 대응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안동시 임하면의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 (사진=녹색연합)

12일 녹색연합에 따르면 영남 지역 동해안권, 그리고 낙동강 인근 지역 중심으로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녹색연합은 경북 포항시, 경주시, 안동시, 성주군, 고령군 등은 확산을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상태로 평가했다. 해당 지역은 정부가 지정 고시한 소나무재선충병 특별방제구역이기도 하다.

먼저 동해안권인 포항과 경주를 보면, 포항 남구, 동해면, 호미곶면, 구룡포읍, 장기면, 경주 감포읍, 문무대왕면, 외동읍까지 광범위한 재선충병 감염 벨트가 형성됐다. 녹색연합은 해당 범위를 약 2만 5,000ha로 추정한다.

녹색연합은 “포항은 도시 전체로 재선충병이 퍼져 있다. 포항은 2015년 재선충 2차 확산 때도 감염이 가장 활발했던 도시로, 더 이상 방제가 의미 없는 지경”이라며 “경주도 마찬가지다. 남산지구, 토함산 불국사 지구까지 재선충병이 맹렬하게 퍼지고 있다. 문화유산 주변은 대부분 소나무림이 형성돼 있는데, 이 소나무림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가 숙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감염 지대가 길고 넓게 퍼져 훈증 등 방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지금은 방제를 하지도 않고 있다”며 “갈변한 소나무뿐 아니라 6개월 이상 방치된 고사목도 쉽게 관찰된다. 오랜 기간 방제를 못 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대구시 달성군과 낙동강 일대의 성주군, 고령군, 칠곡군, 구미시까지 재선충병 확산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연합은 경북 북부지역인 안동시, 봉화군, 울진군 등에도 확산 상태가 심각하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경북 북부지역은 금강송 보호구역이 있어, 이 지역의 특별방제전략이 시급하다고도 강조했다.

녹색연합은 이처럼 심각한 상황은 과거 재선충병 확산 초기에 정부와 지자체가 손을 쓰지 않아 골든타임을 지났기 때문인 것으로 여긴다. 광범위하게 확산된 2024년 이전에, 소나무재선충병이 1988년 부산에 처음 유입된 시기, 또는 2006년 1차 확산, 2014년 2차 확산 시기에 전방위적인 협력을 통해 방제에 나섰어야 했다는 거다.

또한 기후변화가 최근의 재선충병 확산을 촉진하는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녹색연합은 “재선충의 매개충인 하늘소가 서식하기 좋은 조건이 되고 있다. 기온상승에 따라 하늘소 서식지도 점차 북상할 것”이라며 “기후변화 탓에 기후 스트레스로 인한 고사, 병해충 확산을 무시할 수 없어 정밀한 관찰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녹색연합은 “재선충병 감염 확산이 워낙 심각해, 더 진행될 경우 예측하지 못한 재난, 재해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며 “붉은 소나무가 고사목으로 변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기존 임업적 대응이 아닌, 기후변화로 인한 산림생태계 변화를 정밀한 시선으로 살피는 거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행정과 의회의 통합된 대응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여야 정치권 모두 재선충병에 대해서는 무관심했고, 기후생태 공약도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특히 재선충병 확산이 심각한 지역의 당선인은 국회에 들어가서 해당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포항시 호미곶의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현장. (사진=녹색연합)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