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의회 무시하고 있어”···‘박정희 동상’ 독단 추진 반발 기류

육정미·이동욱 시정질의···“의회 심의권 존중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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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시장이 추진하는 박정희 동상 건립 사업이 대구시의회 내에서 적잖은 반발을 사고 있다. 시의회는 32명 중 31명이 홍 시장과 같은 국민의힘 소속이고, 이들 다수는 박정희 기념사업 자체엔 큰 이견을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홍 시장이 의회를 무시하듯 하며 사업을 추진하면서 의원 반발이 커지고 있다.

23일 오전 대구시의회 308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육정미 의원은 시정질문을 통해 박정희 동상 건립 사업 추진 과정에서 대구시가 보인 독단적인 행정을 질타했다. 의회에서 유일하게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육 의원은 “올해 첫 추경예산에 박정희 동상 건립을 14억 5,000만의 예산을 편성해 조례와 동시에 의회에 제출했다. 대구시의 이러한 원칙 없는 행정은 하루 이틀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육 의원은 “특정 인물을 기리는데 있어 사회적 동의와 지지가 가장 먼저다. 기념사업으로 갈등이 생긴다면 기념사업이 무슨 의미가 있나. 공론화를 통해 여러 의견을 들어본 후 그 결과를 갖고 공감과 지지를 얻는 것이 예산 편성보다, 조례 제정보다 먼저”라며 “대구시의 이러한 민주적 절차의 누락은 또 다시 홍 시장의 독선적 행정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육 의원은 김선조 행정부시장을 상대로 한 시정질의에서 조례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이를 근거로 제출한 동상 건립 예산 14억 5,000만 원은 어떻게 사용할 예정이냐고 물으며, 대구시가 대구시의회의 심의권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김선조 부시장은 “어제 시장님 말씀처럼 정부 예산을 제출할 때도 예산부속법안이 함께 제출되는 게 상례”라고 말했다. 전날 홍 시장은 시정연설을 통해 “그건 멍청하고 무식한 주장”이라며 “매년 국회에는 예산 부수 법안과 예산안을 동시에 제출한다”고 주장한 한 바 있다.

또 김 부시장은 “250만 대구 시민의 대표이신 의회에서 논의하는 게 가장 큰 공론의 장”이라며 “입법예고, 언론보도 등을 통해 입법 과정 자체가 크나큰 공론의 장이기 때문에 의회에서 공론화가 없었기 때문에 열 수 없다는 건(심의를 할 수 없다는 건) 의회의 권능을 스스로 폄훼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육정미(오른쪽) 의원이 김선조 행정부시장을 상대로 박정희 동상 건립 절차에 대한 질의를 하고 있다.

육 의원과 김 부시장 간 시정질문이 끝난 후 이동욱 의원(국민의힘, 북구5)도 보충질의에 나서 대구시가 의회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기념사업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떠나서 의회를 무시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조례가 단 3줄이다. 의원 생활 10여 년을 하면서 이런 조례는 처음이다. 세칙이 없다. 임의대로 집행부에서 하겠다는 의미 같다”고 지적했고, 김 부시장은 “임의대로 하겠다는 건 아니다. 의회의 수정 권한이 있으니 고견을 주시면 반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부시장 답변을 했듯 모든 걸 의회에 떠넘기듯 한다. 사실 최소한의 주민 의견 수렴 정도는 해서 의회에 넘겼다면 짧은 시간에 의회도 검토할 수 있다”며 “그런 것도 없이 어느 날 동상 이야길하고, 예산과 조례가 왔다. 조례는 상당히 부실해서 집행부에서 임의대로 할 수 있다. 3줄 조례 자체만으로도 의회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임위와 사전 협의도 없었다. 이런 걸 보면 의회를 무시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홍 시장은 24일부터로 예정된 중국 청두 시장포럼 및 청두 세계 원예 박람회 참석 등을 이유로 회의에 불참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