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와 돌봄’ 그들이 기후위기에 대항하는 방식···‘바로, 지금, 여기’ 대구 상영회

대구 오오극장서 상영회+관객과 대화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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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먼 남의 나라 문제가 더 이상 아니다. 서울 돈의동 쪽방촌이나 경북 상주 농촌의 모습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목격되는 기후위기 문제를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가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영화는 청년과 노년 기후활동가 모습까지 더해서 이 시대에 우리가 찾아야 할 기후위기 대응책이 ‘연대와 돌봄’에 있다는 화두를 제시한다.

기후위기가 불평등하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체감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최전선에서 견디고, 싸우고, 맞서는 쪽방촌 주민과 여성 농민, 청년과 노년 기후활동가들에 주목한 영화가 있다. 영화는 기후위기 속에서 공동체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민을 던져준다.

1일 대구 중구 오오극장에서 ‘바로, 지금, 여기’(감독 남태제·문정현·김진열) 상영회와 관객과 대화가 진행됐다. 영화는 폭염 속 서울 중구 돈의동 쪽방촌 주민들의 삶과 주거권을 다룬 ‘돈의동의 여름’, 경북 상주에서 농사를 짓는 여성 농민의 모습을 담은 ‘열음지기’, 탈석탄 기후행동을 펼치는 청년과 노년 기후활동가가 등장하는 ‘마주 보다’가 각각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돼 있다.

관객과 대화는 김기훈 책빵고스란히 상상더하기팀 활동가가 사회를 맡고, 오현주 대구쪽방상담소 사업팀장, ‘열음지기’ 주인공인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 김진열 ‘마주보다’ 감독이 패널로 함께했다.

▲ 1일 대구 중구 오오극장에서 ‘바로, 지금, 여기’(감독 남태제·문정현·김진열) 상영회와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김기훈 책빵고스란히 상상더하기팀 활동가(왼쪽부터 차례로)가 사회를 맡고, 오현주 대구쪽방상담소 사업팀장, ‘열음지기’ 주인공인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 김진열 ‘마주보다’ 감독이 패널로 함께했다.

김진열 감독은 세 가지 이야기가 관통하는 키워드로 ‘돌봄과 연대’를 꼽았다. 김 감독은 “연출자들끼리 사전에 어떤 메시지를 넣자고 의논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편집이 거의 마무리가 되는 시점에서 보니까 공동체의 돌봄과 연대라는 메시지가 자연스레 드러났다”며 “기후위기 시대를 우리가 이렇게 겪어나가자 하는 게 결국 중요한 메시지로 보여지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돌봄과 연대가 주제로 드러나게 된 배경에 대해 김 감독은 “청년 기후활동가가 쪽방촌에 사는 할아버지를 주기적으로 찾는 장면이 나온다”며 “기후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려는 연대의 마음이 더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른 출연자들의 삶의 모습을 충실하게 담아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런 모습들이 공통적으로 나오게 된 것 같다”고 부연했다.

같은 질문에 김정열 위원은 “저희 농민들은 WTO 체제 속에서 ‘자유로운 국제 무역’으로 농업이 말살되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공동체와 연대를 기대게 됐다”며 “1993년에 국제 소농의 연대를 위해 비아캄페시나가 창립됐고, 1989년도에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창립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9년에 ‘언니네텃밭’을 설립했는데, 여성농민들끼리, 또 도시사람들과 연대가 중요하다고 체감했다. 특히 개별적으로는 약한 여성 농민이 사회적, 정치적으로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알게됐다”며 “기후 문제도 결국 자연과 인간, 또 인간과 비인간의 돌봄이 깨진 것인데, 이 돌봄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기후대항’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오현주 팀장은 “어려울 때 연대가 되는 것 같다. 어제도 ‘전태일의 친구들’ 후원행사가 있었고, 지금 제가 입고 있는 옷도 반빈곤단체 후원 티셔츠다. 어려운 사람이 어려운 사람의 어려운 마음을 알고, 돕게 되는 것 같다”며 “공동체 연대는 기꺼이 같이 비를 맞고, 땀을 흘리고 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고 짚었다.

이들은 기후위기 문제 해결이 중요한 이유 역시 공동체에서 찾았다. 김정열 위원은 “지구 평균 기온이 올라가서 거기에 적응하는 것은 대책이 아니다. 돈 있는 사람들은 거기에 적응하고, 돈 없는 사람은 죽어가고 이런 게 아니라 더 이상 탄소배출을 하지 않아서 모두가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통해 공동체가 지속가능하길 희망했다. 김 위원은 “온실가스 1/3이 농업, 먹거리에서 배출된다. 농업 방식의 변화를 통해 공동체적으로 먹고, 같이 연대하고 돌보는 것이 기후위기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며 “최근 정부와 지자체에서 확장에 나서려는 스마트팜 방식에 대해 깊은 우려가 든다. 스마트팜은 많은 자본과 에너지를 쓰고 정작 탄소 배출에는 무관심하다. 지금 농업은 탄소배출을 줄이는 농업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김기훈 활동가는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한다. 정세랑 작가의 수필집에 ‘세상이 망가지는 속도가 무서워도 고치려는 사람 역시 쉬지 않는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이 있다”며 “우리에게 용기를 주는 말 같다. 이 자리에 함께 하신 분들이 그런 분들 같다. 고치려는 사람들이 얽히고 설켜서 힘든 기후위기 시대를 함께 넘는 용기를 가지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한편, 상영회는 생명평화아시아,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대구쪽방상담소, 대구주거복지센터가 주최하고,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협력해 마련됐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