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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경북 산불은 대구·경북 지역 시도민이 기후위기 심각성을 체감하는 계기가 되었을까? 지난 2024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전국 유권자의 기후정보 인지도와 기후위기 민감도, 기후투표 성향 등을 분석해 ‘기후유권자’를 개념화한 기후정치바람이 6.3 대선을 앞두고 ‘기후민주시민’을 새로 개념화했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기후유권자 분석 대비 기후민주시민 분석에서 대구경북은 유의미한 변화값을 보였다. 이들은 그 배경을 경북 산불 영향으로 추정했다.
기후정치바람, 2024년 총선 이어 기후위기 인식조사
전국 시도별로 800명씩 1만 3,600명 대상+전국 4,482명 조사
기후유권자에서 기후시민으로 확장 시도
7일 오후 녹색전환연구소, 더가능연구소, 로컬에너지랩 등이 참여하는 기후정치바람은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기후민주주의자들이 바라는 대한민국 : 18,000명 기후위기 인식조사 발표 집담회’를 열고, 대선을 앞두고 실시한 기후위기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처음 전국 17개 시도에서 각 1,000명 씩 1만 7,000명을 상대로 기후위기 인식조사를 실시한 기후정치바람은 이번에도 전국 시도별 각 800명씩 1만 3,600명과 전국 18살 이상 성인 4,482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이날은 전국 4,4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고, 시도별 800명씩 1만 3,600명을 조사한 결과는 이달 중순경에 추가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 조사는 기후유권자의 분포를 알아봤다면, 이번 조사는 전례 없는 내란 사태 이후 이뤄진 만큼 기후위기 대응과 민주주의 두 가치를 함께 지향하는 ‘기후민주주의자’를 탐색하는데 목적을 뒀다. 이를 위해 각각 6가지 조작적 질문을 통해 ‘기후시민’과 ‘민주시민’을 구분하고, 기후+민주시민, 비기후+민주시민, 기후+비민주시민, 비기후+비민주시민 등 4개 유형을 도출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작년에 기후유권자를 발표했을 때 많은 분들이 기후유권자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기후시민이어야 하는 거 아니냐, 좀 더 폭넓게 고민을 해봐야 될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셨다”며 “그래서 다른 나라에선 기후시민 정의를 어떻게 하는가 참조했고, 총 6개의 조작적 문항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전국 기후민주시민 36.0%
기후유권자 비중 가장 높은 전남,
기후민주시민도 비중도 가장 높아
기후유권자 비중 하위권이었던 TK
기후민주시민 비중 중위권으로 상승
그 결과 전국의 기후민주시민은 36.0%로 분석됐다. 기후민주시민은 50대 이하 여성, 40·50·60남성 그룹에서 많은 분포를 보였고, 지역별로는 전남 42.7%, 전북 42.3%, 인천 39.9%, 경기 37.9% 순으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대구와 경북은 각각 34.1%, 36.9%로 전국 17개 시도 중 기후민주시민 비중은 아홉 번째, 여섯 번째로 많다. 지난 2024년 인식조사에서 기후유권자 비중이 각 29.9%, 30.7%로 열다섯 번째, 열네 번째였던 것과 비교하면 유의미한 변화다. 특히 기후시민만 따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경북은 55.8%, 대구는 54.4%로 인천(57.4%), 전남(56.1%) 다음으로 경북, 대구순이다. 기후시민의 비중이 급증하면서 기후민주시민의 비중도 증가한 것이다.
서복경 대표는 “조사 직전인 3월 22일부터 30일까지 의성 발로 시작해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규모에서도 역대 가장 큰 규모였기 때문에 아마 산불의 효과가 기후 인식에 있어 지역 시민들, 응답자들한테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추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기후정치바람의 인식조사는 산불이 진화된 후 일주일 가량 지난 4월 7일부터 4월 30일까지 진행됐다. 이 기간엔 대구에서도 함지산 산불이 발생해 지역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몇 주째 지역에서 산불이 이어지면서 그 이유가 기후위기라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던 시점이다.

지난 1년 동안 살고 있는 지역에서 발생한 기후 재난을 모두 선택해달라는 물음에서 전체 응답자의 16.9%만 산불을 선택한데 반해 경북 43.1%, 대구 39.9%가 산불을 선택한 것도 이러한 추정에 힘을 싣는다. 2023년 12월 이뤄진 첫 조사에선 같은 물음에서 전국 응답자 17.5%가 산불을 선택했고, 경북 33.3%, 대구 22.7%가 선택했던 것과 비교해도 차이가 난다.
기후민주시민과 비민주기후시민,
원전에 대한 입장에서 확연한 차이
그렇다면, 기후민주시민이 많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가질까? 기후민주시민과 다른 3개 유형 간의 인식 차이를 살펴보면, 기후민주시민과 비민주기후시민은 큰틀에서 유사한 경향성을 보인다. 예를 들어 ‘헌법에 탄소중립 국가책임을 명시해야 한다’는 명제에 대한 평가가 기후민주시민 5.02, 비민주기후시민 5.04로 큰 차이가 없고, ‘입법과정에 미래세대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서도 기후민주시민 5.41, 비민주기후시민 5.42다.
이들이 큰 폭의 의견 차이를 보이는 지점은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입장이다. 정부의 전력분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발전 감축, 원자력발전 확대, 재생에너지 확대 등의 정책 중 우선해야 할 것을 묻는 물음에서 기후민주시민은 재생에너지를 선택한 비중이 68.1%로 가장 크고 원자력 발전은 13.6%에 그쳤지만 비민주기후시민은 원자력 발전이 34.5% 수준이고, 재생에너지는 53.4%다.
원전과 관련한 좀 더 구체적인 물음에서 입장은 더 확연하게 갈린다. 원전 신규 건설에 대해 기후민주시민은 42.6%가 반대하고 43.8%가 찬성하지만, 비민주기후시민은 21.2%만 반대하고 71.5%가 찬성한다. 비민주비기후시민 중 74.7%가 찬성하고 20.2%가 반대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노후원전 수명연장에 대해서도 기후민주시민은 51.8%가 반대하고 35.9%가 찬성하지만, 비민주기후시민은 34.6%만 반대하고, 57.3%가 찬성한다.
한편, 기후정치바람의 이번 조사는 메타보이스에 의뢰해 온라인패널 방식으로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기간은 4월 7일부터 30일까지이고, 표본오차는 전국 ±1.5%p(95% 신뢰수준), 광역 ±3.5%p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