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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12.3 내란 이후 매주 대구와 경북 곳곳의 광장에 선 시민 41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내란의 원인과 그로 인해 악화된 문제는 무엇이며, 대구·경북이 그것에 더 기여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뿐만 아니라 12.3 내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완수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광장의 힘으로 우리는 대구·경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을지 엿보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TK리부트는 가능할 것인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광장 : TK리부트] ① 박정희를 청산해야, ‘윤석열 내란’도 청산할 수 있다
[광장 : TK리부트] ② ‘윤석열’과 ‘윤석열들’을 만든 사회
[광장 : TK리부트] ③ 내란으로 핀 혐오의 꽃
12.3 내란 사태 동안 광장에서는 민주주의 수호, 새로운 민주주의의 방향에 대한 여러 제안이 제시됐다. 이 광장에는 이주민들도 함께했는데, 대구에 사는 중국 출신 이주민 손홍매(46) 씨도 그들 중 하나다. 홍매 씨는 계엄 선포 당시 상당한 공포심을 느꼈다. 윤석열 정부는 중국 혐오를 직간접적으로 드러냈던 정부였기 때문이다. 윤 씨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면서 서버 비밀번호가 중국 민원 번호와 동일하다는 내용으로 헌법재판소에 답변을 제출한 바도 있다.
공포를 느끼던 홍매 씨는 대구의 광장으로 향했다. 홍매 씨는 윤석열 정부의 폐해 중의 하나로, 중국 혐오를 조장하고 정치적으로 악용한 점을 꼽는다. 그로인해 혐오 정서가 강화됐다고 그는 우려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유세할 때부터 중국 사람 싫다고 했어요. 내란 할 때도 중국사람들 탓인 것처럼 이야기했고요. 대통령의 이런 이야기가 중국 혐오를 더욱 조장했어요. 한 나라의 대표인데, 공식 석상에서 중국 사람이 어떻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밑에 사람들은 어떻겠어요. 대통령이 그렇게 얘기하는데, 원래도 혐오하던 사람들은 더 크게 이야기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래서 홍매 씨는 강화된 우리 사회의 문제 중 하나로 ‘이주민 혐오’를 꼽는다.
“대구에서 18년 살았어요. 코로나 이후 중국 혐오가 심해진 거 같아요. 중국 사람이 건강보험 먹튀한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에요. 건보재정은 외국인 상대로 해서 흑자를 내고 있고요. 또 영화라든지, 방송에서 자꾸 중국의 이미지를 마치 ‘대림동에서 칼부림한다’는 사실과 다른 이미지로 씌우고도 있어요. 혐오 받으면 기분 나쁘죠. 한국에서 살기로 선택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는 상황이 창피한 일인 것 같아요.
윤석열 씨 파면 이후 대선 국면에 접어들자, 자칭 ‘보수’ 후보들에게 이목이 집중되면서 광장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사그라든 것처럼 보인다. 홍매 씨는 내란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는, 혐오 없이 사람으로 대하는 사회와 정부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는 영주권이 있거든요. 내란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사람을 평등하게, 혐오 없이 대하는 정부가 돼야 해요. 한국인이든 이주민이든, 차별 없이 권리를 보장하는 정부. 그런 정부라면 당연히 한국 사람도 자기 권리를 다 누릴 수 있겠죠. 그런 상황이라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없을 거 같아요.”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