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TK리부트] ⑧-3. 최진아, “좀더 평등한 사회를 위한 잣대,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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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12.3 내란 이후 매주 대구와 경북 곳곳의 광장에 선 시민 41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내란의 원인과 그로 인해 악화된 문제는 무엇이며, 대구·경북이 그것에 더 기여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뿐만 아니라 12.3 내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완수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광장의 힘으로 우리는 대구·경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을지 엿보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TK리부트는 가능할 것인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광장 : TK리부트] ① 박정희를 청산해야, ‘윤석열 내란’도 청산할 수 있다
[광장 : TK리부트] ② ‘윤석열’과 ‘윤석열들’을 만든 사회
[광장 : TK리부트] ③ 내란으로 핀 혐오의 꽃
[광장 : TK리부트] ④ 내란 청산이 제1과제
[광장 : TK리부트] ⑤ 내란이 들춘 언론의 민낯
[광장 : TK리부트] ⑥ 양당체제가 키운 내란의 씨앗
[광장 : TK리부트] ⑦ 내란을 넘어 대전환으로 : 어떤 민주공화국인가
[광장 : TK리부트] ⑧ 뉴스민이 만난 대구·경북 광장 시민들

“최애(좋아하는 사람)야, 살기 좋은 세상 만들어줄게”

전직 대통령 윤석열 씨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일주일여 지난 지난해 12월 11일. 매일 이어지는 윤석열퇴진대구시민시국대회에서 최진아(30) 씨가 발언했다. 진아 씨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눈물로 배운 세대라며, 동료 시민으로서 지치지 않고 ‘윤석열 즉각 퇴진’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나온 마음이란 가족과 아끼는 사람의 삶을 응원하는 마음과 같을 것이라며, ‘최애야,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줄게’라고 함께 외치자고 제안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저마다 소중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함께 외쳤다.

진아 씨가 윤석열퇴진 대구시국대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것은 세 차례다. 진아 씨는 매번 ‘성소수자’로서 발언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씨 파면을 선고한 4월 4일 저녁, 진아 씨는 마지막 집회 무대에서도 성소수자로서 발언했다. 바로 근처에 직장이 있어 걱정된다면서, 윤석열 파면에도 여전히 세상은 성정체성을 들키면 차별을 걱정해야 하는 곳이라며 앞으로 함께 세상을 바꿔나가자고 말했다.

진아 씨는 12.3 윤석열 내란 사태를 겪으며 청년층 우경화와 소수자를 배척하는 사회 분위기가 심각하다고 느끼게 됐다. 청년층 우경화는 성별 문제로 볼 수도 없다고 느꼈다. 여성 청년 또한 소수자를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윤석열 내란 사태가 이어지는 동안 확인된 문제이기에, 좀 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문학적이고 윤리적인 담론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층의 우경화, 보수화. 그리고 다른 집단에 대한 배척 문제가 심각해요. 이런 문제와 관련해 인문학적이고 윤리적인 담론도 확산돼야 해요. 윤리가 필요한 건, 모든 걸 법으로 할 수 없으니까요. 지금 우리 사회,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배척하는 경향이 너무 커요.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도 크고요. 윤리에 대해 생각하면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이어가야 해요.”

▲최진아, “청년층 우경화, 다른 집단에 대한 배척 문제가 심각해요. 인문학적이고 윤리적인 담론도 확산돼야 해요. 모든 걸 법으로 할 수 없으니까요”

12.3 윤석열 내란이라는 현상은 한국 사회가 어느 한쪽에서는 퇴행한 결과다. 하지만 진아 씨는 다른 한쪽에서 과거보다 나아진 사회의 모습도 발견했다고 한다. 윤석열 퇴진 광장의 모습에서 진아 씨는 ‘나아진 모습’을 발견했다.

“박근혜 퇴진 집회 때를 기억해 보면, 집회 안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다소 획일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 공간 안에서 여성 혐오, 청소년 혐오 같은 문제도 이어졌고요. 그런데 이번 윤석열 퇴진 광장에서는 훨씬 더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를 느꼈어요. 집회를 시작하며 윤리 수칙을 공식적으로 공유했고, 혐오적 발언도 나오는 일이 드물었어요. 그래서 8년 전보다 더 안전하게 느껴졌고, 광장은 더 진보하고 다양성이 넘치는 공간이 됐다고 생각했어요.”

분명히 사회는 한쪽에서는 퇴행했겠지만 한쪽에서는 나아진 면도 있다. 진아 씨는 광장에서 나아진 면을 확인했지만, 그러한 ‘광장의 진보’가 알아서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여긴다. 박근혜 정권 퇴진 이후 여러 여성 혐오 범죄나 사건을 겪는 시간은 한편으로는 소수자가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방법에 대해 경험을 쌓아가는 시간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험이 ‘페미니즘 리부트’와 같은 사회적 운동으로도 나타났고, 결국 ‘평등한 광장’이 구현되는 것에도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예전 박근혜 퇴진 집회에서는 주최 측의 기획에 따르는 식이었다면, 이번에는 각자의 불빛을 들고 각자의 할말을 갖고 나와, 광장에서 함께 걸었다는 것이거든요. 그게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온라인상의 소통이 활발해진 탓도 있고, 또 과거부터 페미니즘 리부트 흐름이 생기면서 사회적 인식이나 개인적 경험도 쌓인 것 때문이기도 한 것 같아요.”

진아 씨는 끝으로 ‘윤리적 사회’로 나아가는 방법으로는 타인의 존엄 또한 자신의 존엄 만큼, 차별하지 않고 존중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제도적인 장치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 과정에서는 우리 지역의 변화도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지역의 반성과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대구경북 시민에 대한 과도한 비난과 배척은 오히려 지역민에게 패배감과 좌절감의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도 우려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