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희망원 강제입소 피해자 국가상대 손배소 첫 공판···국가, “책임 없다”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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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희망원 강제입소 피해자 전봉수(기록상 69, 실제 나이 59세) 씨의 국가상대 손해배상소송 첫 기일이 열렸다. 피고 대한민국 측은 이번 재판에서 전 씨에 대한 강제입소 가능성이 낮다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강제입소 했다고 하더라도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다.

22일 대구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전 씨의 국가상대손해배상청구소송 첫 기일을 열었다. 피고 측 소송 대리는 박경환(법무법인 지름길) 변호사가 맡았다.

▲전 씨와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10일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대구시립희망원 강제수용사건 국가배상청구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민 자료사진)

앞서 전 씨는 1998년 천안역에서 납치돼 대구시립희망원에 강제수용돼, 24년간 희망원에서 생활했다. 전 씨는 희망원에서 지내는 동안 7~8명과 함께 한 방에서 생활하며 종이가방 만드는 일을 해야 했다. 희망원을 벗어나려 했다가 독방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벌을 받기도 했다. 2016년 희망원 인권침해 사태 이후 희망원이 탈시설 자립생활 지원 정책을 펼쳤고, 2022년 전 씨도 자립생활을 시작했다.

2017년 한 차례 희망원을 나와 고향인 아산시를 배회했지만 가족들을 만날 수는 없어서 다시 희망원에 돌아가기도 했다. 이후 전 씨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에서 강제수용 피해사실이 인정됐다. [관련 기사=대구희망원 강제입소 피해자, 국가상대 손배소 제기(‘24.12.10.)]

첫 기일에서는 사건의 쟁점 정리가 이뤄졌고, 구체적인 주장과 반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한민국 측은 재판에 앞서 제출한 준비서면을 통해 ▲전 씨가 대구희망원에 자발적으로 입소했을 가능성이 크며 ▲희망원에 강제로 입소했다 하더라도 어느 시점 부터는 자유롭게 희망원을 벗어나 생활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시점으로부터 3년이 지났기 때문에 시효도 소멸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또한, 대한민국 측은 2017년 한 차례 시설에서 도망 나와 고향을 찾았던 전 씨가 다시 희망원으로 돌아간 점도 언급한다. 대한민국 측은 “원고는 희망원을 나와 고향을 찾아갔으나 고향집 찾기를 포기하고 스스로 택시를 타고 희망원에 입소했다”며 “1998년경 원고가 의사에 반해 희망원에 입소해 피고의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된다고 해도 2016~2017년에 희망원을 나와 얼마든지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었으므로, 그 시점부터 손해배상청구 소멸시효기간 3년이 지난 때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전 씨 자립생활을 지원하면서 재판에도 동행한 노진영 나로장애인자립생활주택지원센터장은 발달장애인의 상황을 외면하고, 대구시립희망원에서 광범위한 인권침해 사실이 입증됐다는 사실도 생략한 변론이라고 지적했다.

노 센터장은 “대한민국 측은 봉수 씨가 성인이고, 강제로 입소 됐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성인이라 할지라도 지적장애가 있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충청도에 살던 사람이 자기 발로 대구에 있는 시설로 가서 자진 입소했다는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주장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희망원은 (인권위 조사 등을 통해) 이미 인권침해 사실이 알려진 시설이다. 그러한 시설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것 그 자체로 이미 인권침해”라고 덧붙였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7월 24일이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