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성주에 타오른 촛불, “사드 몰아내고, 성산을 되찾자”

"71년 전 조상들, 외세 맞서 우리처럼 목 터져라 싸웠을 것"

23:06

71주년 광복절을 맞은 15일, 성주군민들이 사드 배치를 철회하고 성산을 되찾자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34차 성주

대규모 삭발식을 벌인 이날 저녁 8시, 어김없이 1,500여 명의 군민들은 34번째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박수규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 홍보분과 위원은 “71년 전 오늘 조상들은 외세에 맞서 오늘 우리처럼 목 터져라 싸웠을 것입니다. 이 땅을 물려주기 위해 싸운 선조들을 생각하며 잠시 묵상하겠습니다”며 묵념으로 촛불문화제 시작을 알렸다.

삭발한 모습으로 자유발언에 나온 윤금순 씨(성주군 대가면)는 “오늘 삭발을 하면서 희끗희끗한 흰머리들이 앞에 툭툭 떨어지는데, 잘린 머리가 늘어선 걸 보면서 왜 이리 서러운지 모르겠더라”며 “우리에게 분명한 것은 우리가 다같이 연결돼 있다는 거다. 우리가 이렇게 외치는 한 우리 땅을 지키고 살 것이고, 나 혼자 살겠다고 하면 우리는 이 땅에서 발붙이고 살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끝까지 성주를 지키고, 평화를 지키고, 이 나라를 지키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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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금순 씨(성주군 대가면)

성주가 고향인 유길종 한신대 초빙교수는 “사드 때문에 그동안 드물게 오던 고향에 일주일에 한번 씩 온다. 오늘 유림 어르신들이 다 머리를 깎았다. 그분들이 머리를 깎는다는 것은 목숨을 건다는 것”이라며 “우리 사드를 성주에서 내치는 것만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내칠 것이다. 이 성산에서 포대를 쫓아내고 원래 있던 봉화를 복구하고, 평화의 공원으로 세워나가자”고 말했다.

성주군은 옛 성산가야(벽진가야)의 도읍지였다. 성산에는 성산리고분군 등 가야 유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곳은 지난 1967년 방공포대(성산포대)가 들어서면서 국가 소유가 됐다.

34차 성주

이날 촛불집회는 오후 9시까지 예정돼 있었지만, 군민들의 요구로 30분 연장했다. 사회를 맡은 이재동 성주군농민회장은 “벌써 30일째 대안을 내놓고 있는데, 대통령은 아직 우리에게 대안을 내놓으라 한다. 아직도 꽉 막힌 것 같다”며 “그 꽉 막힌 길을 뚫고, 5천만 군민들이 주인된 자세로 권리를 행사할 때 사드가 미국으로 가고, 한반도에 평화가 오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드가 철회되고 나면 우리는 저 성산을 돌려받아야 한다. 우리 성주군민들 최선두에서 끝까지 싸워줬으면 좋겠다”며 “우리 성산 돌려달라”는 구호를 외쳤다. 군민들을 함께 구호를 외치고, ‘고향의 봄’을 개사한 노래를 함께 부르며 촛불문화제를 마쳤다.

한편, 투쟁위는 오는 17일 오후 2시 성주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비공개 간담회를 연다. 또, 18일 오후 2시 군민 간담회를 열어 국방부장관 간담회 내용을 보고하고, 향후 사드 배치 철회 투쟁 진로를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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