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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1,000일 가량 시장으로 재임하면서 100+1 대구 혁신을 ‘완성’했다고 주장하지만, 반대로 그가 말하는 성과라는 게 과장되었고, 오히려 재임 기간 동안 시정이 사유화되고, 민주주의는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시장이 권한대행을 하는 1년여 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이 문제는 계속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민>은 후임 시장이 당선되어 새로운 대구 시정이 열리기 전까지, 홍준표 재임 1,000일이 대구에 무엇을 남겼는지 기록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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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재임 중 공언한 ‘지자체 최초 공무직 근로자 정년 연장’이 노사 합의 과정에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대구시는 임금피크제 없이는 정년 연장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노동조합은 노사 합의 없이 대대적으로 홍보부터 한 대구시 책임을 묻고 있다. 홍 전 시장은 ‘지자체 최초’ 타이틀을 강조했으나, 홍 전 시장이 떠난 대구시는 논의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0월 14일 행정안전부는 ‘행안부 공무직 등에 관한 운영규정’ 시행으로 정년을 65세까지 단계적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어 10월 22일 대구시도 보도자료를 통해 ‘지자체 최초로 공무직 정년을 연장하겠다’고 공표했다. 노사 협의 후 운영규정을 개정하고 알린 행안부와 달리 대구시는 노사 간 협의나 교섭 없이 일방적으로 이 내용을 발표했다.
대구시가 이같이 무리한 배경에는 홍준표 전 시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지난해 5월 7일 홍 전 시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재 60세로 돼 있는 정년을 65세까지로 연장해야 되는 시대가 아닌가.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60세부터 65세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임금을 다소 줄이더라도 원하는 사람은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고, 10월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 공무직 정년 연장이라는 깜짝 발표도 내놓았다. 이 발표에는 임금피크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홍 전 시장은 구체적인 시행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았다. 공무직은 공무원법이 아닌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고 임금과 복지는 소속 기관과의 임금·단체 협약을 통해 결정된다. 대구시는 일방적 공표 후 약 2주 뒤인 11월 4일, 노조에 ‘임금피크제를 전제로 한 정년 연장’ 내용을 담은 보충교섭 공문을 발송했다. 이미 5달 전인 6월에 노사는 정년 연장 쟁점 없이 정년을 만 60세로 합의한 단체협약을 체결한 상황이었다.
노조는 임금피크제를 전제한 정년 연장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교섭은 공전했다. 그 사이 홍 전 시장은 대구시장직을 조기 퇴직했다. 지난 4월 30일 다시 시작된 교섭에서 대구시는 61~65세 연장 시 매년 임금 10% 삭감안을 제시했다. 5월 14일 양측이 입장을 좁히지 못하면서 교섭이 결렬됐고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할 예정이다.

대구시 공무직 노동자들은 대구시 본청과 산하 사업소에서 시설물 유지보수 및 장비관리·상담·상수도검침 등 업무를 한다. 이들이 가입한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대구본부,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대구지역지부는 27일 오전 10시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는 노동조합이 수용하지 못하는 안인 임금피크제를 내세워 정년 연장 약속을 뒤집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 대구지역지부 수도검침지회 조합원인 A 씨는 “지난해 정년 연장 소식을 듣고 홍 전 시장이 고마웠다. 주변 친구들은 수도검침한다고 고생하더니 그래도 정년이 연장되어서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홍 전 시장이 뻥카를 날린 거였다”며 “우리 호봉제의 최고 호봉인 30호봉도 연봉이 3,400만원 정도 밖에 안 된다. 대구시가 제시한 임금피크제 대로라면 65세에 1,700만 원만 주겠다는 거다. 헌법에 명시된 최저임금도 안 된다”고 말했다.
박중영 공공연대노조 대구시 공무직지부장은 “홍 전 시장의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의 연장이다. 치적에만 매몰되어, 정작 내용은 반쪽도 안 되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라며 “대구시는 전임 시장의 졸속 행정을 폐기하고, 정년 연장 정책을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 노조와의 정당한 교섭을 통해 임금 삭감 없는, 완전한 정년 연장을 실현하라”고 주장했다.
안중곤 대구시 행정국장은 “조정 결과가 나오면 입장을 낼 것”이라며 “정년 연장은 국가적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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