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편집자주] <뉴스민>은 12.3 내란 이후 매주 대구와 경북 곳곳의 광장에 선 시민 41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내란의 원인과 그로 인해 악화된 문제는 무엇이며, 대구·경북이 그것에 더 기여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뿐만 아니라 12.3 내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완수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광장의 힘으로 우리는 대구·경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을지 엿보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TK리부트는 가능할 것인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광장 : TK리부트] ① 박정희를 청산해야, ‘윤석열 내란’도 청산할 수 있다
[광장 : TK리부트] ② ‘윤석열’과 ‘윤석열들’을 만든 사회
[광장 : TK리부트] ③ 내란으로 핀 혐오의 꽃
[광장 : TK리부트] ④ 내란 청산이 제1과제
[광장 : TK리부트] ⑤ 내란이 들춘 언론의 민낯
[광장 : TK리부트] ⑥ 양당체제가 키운 내란의 씨앗
[광장 : TK리부트] ⑦ 내란을 넘어 대전환으로 : 어떤 민주공화국인가
[광장 : TK리부트] ⑧ 뉴스민이 만난 대구·경북 광장 시민들
지난 4월 4일 윤석열 파면으로 내란은 일단락됐지만, 장애단체는 “계엄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 받은 것처럼, 장애인들은 여전히 일상에서 무수히 많은 기본권을 침해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투쟁연대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박동균(32) 씨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부터 123일간 꾸준히 대구시민시국대회에 깃발을 들고 참석했다. 30년을 대구 토박이로 살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시장이 되든 변화를 느끼기 어려웠다. 지역에도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지만, 이미 굳어진 콘크리트를 허물긴 어려웠다. 박 씨는 12.3 윤석열 내란사태에서 대구·경북이 그저 콘크리트를 유지함으로서 사태가 지속되는데 기여를 했다고 본다.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어요. 윤석열이 엄청난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 된 김에 이것저것 기능을 다 써보고 끝내자는 생각을 한 게 아닐까. 게임의 운영자 같은 느낌인 거죠. 어차피 서비스를 종료할 시기는 정해져 있으니까요. 대통령의 역할과 위치를 무시한 행동이었죠.”
전직 대통령 윤 씨가 임기 중 누른 버튼에는 장애단체 탄압도 있다. 박 씨가 속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내란의 비선으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에 수거 대상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임기 내내 장애단체들은 ‘더 기다릴 수 없다’며 기본권을 보장해달라 요구했어요. 하지만 논의나 협상이 아닌 탄압이 돌아왔죠. 저항하면 할수록 탄압한다는 기조가 전국적으로 있었고, 대구도 다르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내란이 발생했고요. 그나마 진행 중이던 논의가 완전히 멈췄어요. 광장에 참여한 시민은 많았지만 ‘내란 종식’이라는 구호 때문에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논의하는 일은 뒤로 밀린 것 같아요.”
박 씨는 좌우가 갈라져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게 가장 우려스럽다. “젊은 세대는 SNS로 소통을 하잖아요. 극우 지지자로 보이는 게시물이 보이면 차단 버튼을 누르면 되죠. 사람 관계를 끊는 게 사실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기술 발전으로, 또 내란 사태 이후 양극단으로 치닫는 분위기 때문에 점점 쉬운 사회로 넘어가고 있는 걸로 보여요.”
내란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국민의 정치 참여도를 높여야 한다. 박 씨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내란 사태를 통해 학교에서 배운 이 말을 체감하게 됐다. 윤석열 씨는 반짝 스타성을 갖고 대선에 출마해 당선이 됐다. 이 과정에 검증은 부족했다.
“후보에 대한 검증 절차가 필요해요. 우리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언론 등 공적 영역에서 절차적인 부분도 수반돼야 하죠. 이번 내란 사태로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으니 다음에 누가 정권을 잡던 이런 짓을 다신 못할 거라 봐요. 우리 힘으로 내란 사태를 막았으니 다음 대통령은 경각심을 갖고 임하겠죠.”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