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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C가 경북 구미시와 전력반도체 생산 관련 투자협약을 맺었지만, 당초 예정된 기한을 넘기도록 투자협약을 대부분 이행하지 않았다고 노조가 지적하고 나섰다. 노조는 구미시와 KEC에 투자협약 이행을 촉구했다. 하지만 구미시는 KEC가 투자협약을 이행하고 있다며 노조 지적과 엇갈리는 해명을 내놨다.
앞서 KEC는 구미시, 경상북도와 지난해 3월 구미공장 내 전력 반도체 제조 설비와 시설 투자를 위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KEC가 구미공장에 1년간 648억 원을 투자하고, 72명을 추가로 고용한다는 내용이다. 구미시에 따르면 이 투자협정에는 KEC가 투자를 완수하면 구미시 측에서 지원금 등 일부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협약대로라면 지난 4월까지 투자와 추가 채용이 완수돼야 했다. 하지만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에 따르면 당초 예정된 협약 기한이 지나도록 구미공장에는 설비 투자도 추가 채용도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 29일 오전 11시 구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금속노조 구미지부는 “25년 4월까지 648억 원을 구미공장에 투자하고 72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으나 이 협약은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며 구미시와 사측을 규탄하면서 전력반도체 투자협약이행을 촉구했다.
노조는 “KEC는 물류센터 확대, 상업시설 도입, 공장부지 쪼개기를 통한 임대업 병행도 하고 있는데, 반도체기업으로써의 미래를 포기하고 팹리스(생산라인이 없는 반도체 회사)로 방향을 바꾼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는 “이행하지도 않을 투자협약을 왜 발표했나. 구미공장에 전력반도체 투자는 없었고 채용도 없었다. 구미시장에게 면담을 요구했으나 거부했다. 협약 체결의 경위와 실상을 밝혀야 한다”며 “이 협약은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제조 공동화를 막을 중요한 장치다. 이미 구미공단에서 여러 기업이 철수했고 인구도 줄고 있다. 구미가 활기를 되찾을 길은 공단 부지의 상업용 재개발이 아닌 공단 활성화”라고 밝혔다.
반면 구미시는 KEC에 협약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있으며, 실제로 KEC가 상당 부분 협약을 이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구미시는 일부 설비 투자에 대해서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설비 발주 후 수입해 공장에 설치하는 데까지 수 개월이 걸리며, 발주 기준으로 투자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한 KEC가 투자 기한 연장을 요청해, 1년의 기한을 연장한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구미시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KEC는) 건설 투자 일부와 설비 투자도 상당 부분 이행했다”며 “전력반도체에 관련한 투자가 맞다”고 말했다.
추가 고용이 퇴직 등 감원에 대한 채용도 포함되느냐는 물음에, 이 관계자는 기존 채용 규모에서 추가적으로 늘어난 부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의 인원을 유지한 상태에서 추가적인 고용을 하는 걸 약속했다. 그 약속한 인원의 70% 이상인 50여 명을 고용했다”고 설명했다.
노조와 구미시의 설명이 엇갈리는 상황. <뉴스민>은 29일 KEC에 수 차례 문의했으나 담당자 설명을 듣지 못했다.
한편 KEC 직원수는 투자협약이 체결된 2024년 전후로 연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3월 기준 KEC 직원 수는 610명, 2024년 3월 기준 567명, 25년 3월 기준 566명이다. 구미시 설명대로라면 2024년 560여 명을 유지하면서 50여 명을 추가로 채용했다는 말로 여겨지지만, 2025년 직원수는 오히려 1명 줄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