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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12.3 내란 이후 매주 대구와 경북 곳곳의 광장에 선 시민 41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내란의 원인과 그로 인해 악화된 문제는 무엇이며, 대구·경북이 그것에 더 기여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뿐만 아니라 12.3 내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완수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광장의 힘으로 우리는 대구·경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을지 엿보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TK리부트는 가능할 것인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광장 : TK리부트] ① 박정희를 청산해야, ‘윤석열 내란’도 청산할 수 있다
[광장 : TK리부트] ② ‘윤석열’과 ‘윤석열들’을 만든 사회
윤석열이 보여준 정치, 그리고 12.3 내란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 ‘한탕주의’. 정치란, 특히 통치자의 정치란 서로 다른 이해관계에 있거나 대척점에 있는 이들 중 어느 한쪽을 배척하거나 적대하지 않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윤석열은 설득과 통합보다는 어느 집단을 배제하고 배척했다. 배척과 갈등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은 직면하지 않았고, 이로 인한 문제를 한탕주의로 해결하려 했다는 지적이다.
이경규(40) 씨는 그래서 윤석열의 정치를 ‘한탕주의’로 요약한다. 어떤 문제를 시스템에 의해서, 절차를 지키고 갈등은 설득해 해소하는 과정 없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한 방’. 그것의 극단적인 형태가 바로 12.3 내란이라고 지적한다.
“국민을 통합시키려는 노력이 실종됐습니다. 여당은 시작부터 불통이었고, 야당과 국회와는 전혀 대화를 하지 않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계속 등용함으로써 인사 참사를 야기했고, 각종 사고에도 책임을 지지 않았고, 그런데 야당도 강대강의 정치를 했고, 극단으로 치닫다 보니 내란의 빌미까지도 제공한 것은 아닌가. 이 부분은 반성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대통령은 인사할 때도 전문성을 따지지 않고 자기 뜻에 맞는 사람을 썼고, 국민의힘은 자정 작용을 하지 못하고 친윤 일색 정당이 됐고, 검찰 기득권, 정치군인 등용하면서 정권 내부의 문제가 시작됐죠. 그러면서 비판이 나올 때마다 한탕주의를 보여줬죠. 대왕고래 프로젝트,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한일 관계 개선을 띄우면서 굴종적으로 나선 부분이나 부산 엑스포. 마지막으로 12.3 내란이 정점이었죠.”
경규 씨는 내란 사태 동안 확인한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다양성을 상실한 사회’라고 꼽았다. 각자도생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다양성이 훼손됐고, 나아가 사회 극우화로도 이어졌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윤석열 퇴진 광장이 보여줬듯, 시민들이 연대해서 만들어내는 힘도 확인한 점은 새로운 발견으로 꼽았다.
“박근혜 퇴진 집회 당시 이런 얘기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박근혜 탄핵 얘기가 중요하지, 다른 문제는 꺼내지 말라.’ 이것도 다양성을 잃은 사회랑 연결돼요. 먹고 사는 게 중요하지. 각자도생의 시대니까 다른 목소리를 왜 내느냐. 그런 식으로 눌러왔죠. 각자도생이 강한 사회일수록 정치에도 관심이 없어지고요, 극우화나 우민화로 이어지죠. 그러면 기득권과 정치권은 영합하고 그들이 원하는 사회를 쉽게 만들어가요. 반면에 이런 상황이 다시 좀 고른 사회를 원하는 시민들을 결속하게 한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이 힘이 결국 사회를 바꿀 것이라 생각합니다.”
경규 씨는 내란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내란 세력의 엄격한 척결과 심도 있는 개헌 논의를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교육의 개혁’을 중요한 가치로도 꼽았다.

“교육 개혁으로 시민의식 함양, 다양성 회복을 해야 해요. 지금 교육의 장도 정치적 중립이 강요되고 있죠. 중립이 아니고 정치적 올바름을 교육해야 해요. 사회가 어떠해야 올바르냐를 가르쳐야 해요. 그게 민주주의 교육이죠. 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1995~6년쯤에 5.18에 대해서 처음 배웠거든요. 그때 역사 바로 세우기 한다고 5.18 특별법 제정하고, 전두환, 노태우 구속시키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점점 역사 교육, 시민 의식이나 정치 교육이 입시 논리에 밀려나고 있거든요. 그래서 교육 개혁이 중요합니다.”
경규 씨는 마지막으로 지역 정치를 바로잡는 일도 중요한 과제로 강조했다. 계엄 포고문에 지방의회의 활동을 금지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는데, 지역에서는 그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지역 정치의 취약성을 살펴볼 수 있었다는 지적도 했다.
“대통령이, 당이 하라는 대로, 뻔히 잘못을 알면서 비판도 못 하는 그런 지역 정치권이 지역사회와 주민을 얼마나 우롱했습니까. 권력 교체, 정치 교체 없이는 대구의 미래는 없습니다. 지역에 광역, 기초의원들이 풀뿌리 정치인인데, 이런 풀뿌리 정치인들마저 기득권과 내란을 옹호하고 정치인으로서 기본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건, 대구 경북의 풀뿌리 정치부터 정말 무너져 있는 거죠. 정치 교체, 권력의 교체가 되지 않고 1당 독주의 공고한 체제가 계속 유지된다면, 대구의 정치적인 대구 경북의 정치적인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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