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TK리부트] ③-2. 임선영, “내란 사태로 혐오와 극단적 대립 강화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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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12.3 내란 이후 매주 대구와 경북 곳곳의 광장에 선 시민 41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내란의 원인과 그로 인해 악화된 문제는 무엇이며, 대구·경북이 그것에 더 기여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뿐만 아니라 12.3 내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완수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광장의 힘으로 우리는 대구·경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을지 엿보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TK리부트는 가능할 것인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광장 : TK리부트] ① 박정희를 청산해야, ‘윤석열 내란’도 청산할 수 있다
[광장 : TK리부트] ② ‘윤석열’과 ‘윤석열들’을 만든 사회
[광장 : TK리부트] ③ 내란으로 핀 혐오의 꽃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이전부터 민주노총은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윤석열 정권의 노조 탄압이 전방위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건설노동자, 화물노동자, 언론노동자 등 다양한 업종에서 노동정책이 과거로 회귀했고, 이는 노동조합 조직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대구 지역의 산별 노동조합을 지원하는 민주노총 대구본부도 윤석열 정권 내내 기자회견, 집회, 선전전 등 몰아치는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부턴 대구에서 광장을 열어내는 데 온 전력을 쏟았다. 대구본부 조직국장인 임선영(38) 씨도 그 중 한 명이다.

“민주노총 간부로 비상계엄 전부터 ‘윤석열 퇴진’을 외쳤어요. 그땐 노동조합이 주축으로 요구했다면, 비상계엄 이후엔 시민이 주축이 됐죠. 집회나 선전전을 하다 보면 우리와 입장이 같은 이들을 만나 힘을 얻지만, 정반대 입장을 가진 이들도 마주쳐요. 나와 생각이 다를 순 있지만, 가끔은 그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를 때도 있거든요.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때론 설득되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욕을 하거나 치고 지나가요. 내란 사태 동안 이런 혐오와 극단적 대립이 더 강화됐다고 느꼈어요.”

혐오와 극단적 대립은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킨 주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윤석열은 후보 시절부터 문재인 정부, 더불어민주당 등 반대 진영에 대한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대통령 임기가 시작한 뒤에도 자신과 반대되는 세력은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며 반감을 감추지 않았다.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도 국회를 통제하고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물론 윤석열 개인의 광기가 내란 사태가 발생한 핵심 원인이죠. 계엄이 터진 직후에는 그 자체를 안 믿는 국민도 많았잖아요. 상상조차 못 한 거죠. 자신의 치부가 드러날 위기 상황 속 최후의 발악이자 광기라고밖에 설명이 안 돼요.”

선영 씨는 다시 윤석열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대구·경북이 바뀌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게 이곳에선 정설에 가깝다. 내란 사태에서도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은 윤석열을 옹호하기 바빴다. 대구·경북에 책임이 있다면, 그건 윤석열과 그를 비호한 국회의원을 뽑은 것일 테다. 그래서 선영 씨는 ‘인물과 공약을 보고 선택하는 선거’만이 대구·경북과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임선영, “나와 생각이 다를 순 있지만, 가끔은 그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를 때도 있거든요.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때론 설득되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욕을 하거나 치고 지나가요. 내란 사태 동안 이런 혐오와 극단적 대립이 더 강화됐다고 느꼈어요.”

나아가 혐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외부 세력도 마찬가지지만 같은 입장을 표명한 우리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많아요. 자라온 환경이나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생각이 완전히 같을 순 없거든요. 때문에 같은 부분을 중심에 두고 나머진 논의해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 안에서 서로 상처받지 않고, ‘내 의견이 이 정도 반영됐다’는 효능감을 느끼는 것도 필요하죠. 마냥 막막하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혐오의 감정, 극단적 대립을 줄여가는 방향으로 우리도 노력해야 해요.”

덧붙여 선영 씨는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며 ‘내란기록은폐 방지법’이나 언론 기록 같은 걸 통해 제대로 남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용혜인 의원이 발의한 내란기록은폐 방지법안에는 내란 세력이 대통령기록물 보호기간 지정으로 내란의 중요한 증거들을 봉인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 등이 담겼다.

“4개월 간 광장이 열려 있을 땐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졌잖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도 그 순간, 그 목소리를 우리가 기억할 수 있을까요. 모든 국민이 지켜봤던 4개월을 잘 기록하고 제대로 남기는 게 중요해요.”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