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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 기자들의 주장과 생각, 취재 뒷이야기를 전하는 기자칼럼 코너입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독자들과 만나기 위한 뉴스민의 한 방편입니다.
나의 첫 대통령 선거는 2012년 겨울이었다. 의미 있는 제3후보 없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간 양강 구도로 치러진 선거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 여론이 강했음에도 집권 여당의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다. 대학교 1학년이던 나의 관심사는 진로, 동아리, 친구들, 아르바이트 같은 데 있었다. 친구들과 ‘투표도 헌혈처럼 영화관람권을 주면 좋겠다’ 같은 말을 나눴다. 그해 대선에서 19~29세의 투표율이 68.5%로 가장 저조했다.
다음 대통령 선거는 2017년 봄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 다자구도 속에서 문재인 후보가 41% 득표율로 승리를 거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치러진 조기대선이었다. 대학 졸업반이던 나는 학내에서 민주주의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촛불집회에 나가고 친구들과 페미니즘 책을 읽었다. 투표장에 가기 전까지 동아리방에서, 거리에서 많은 토론을 벌였다. 19대 대선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진보정당 후보로써 역대 가장 높은 득표율(6.17%)을 얻었다.
2022년 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선 젠더 이슈가 전면에 등장했다.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20대 여성)의 투표 성향을 분석한 기사가 쏟아졌다. 윤석열과 이준석의 반페미니즘 행보가 성별 갈라치기를 본격적으로 조장했다. 국민의힘은 선거기간 동안 ‘여성가족부 폐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같은 말을 이어갔다. 기자 초년병으로 일하며 보고 들은 사건 사고, 친구들이 겪은 성차별·여성혐오·데이트폭력·온라인 성착취가 나의 투표에 반영됐다. 20대 대선에서 20대 후반 여성의 투표율은 같은 연령대 남성보다 8.9%p나 높았다.
그리고 2025년, 다시 조기대선이다. 12.3 윤석열 내란사태 이후 급한 일정으로 치뤄지는 선거인만큼 심판의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내분이 이어지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중도보수를 천명한 더불어민주당, 극우 영남당의 길을 택한 국민의힘, 이대남만 보고 가는 개혁신당, 한 줌의 희망들을 힘겹게 모아내는 민주노동당까지···. 이게 한국사회 현주소라 생각하니 투표장 앞에서 사실 좀 막막했다. 그럼에도 광장의 시간을 회고하며 사전투표를 마쳤다. 변화를 기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이번에도 변화보단 지키기를 택하려는지, 대구의 사전투표율은 25.63%로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뉴스민>은 대선 기획으로 퇴진 광장 속 대구·경북 시민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지역의 광장에서 나온 다양한 요구가 대선 과정에 묻히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기획을 시작했다. 내란 사태 이후 대구·경북이 새롭게 태어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단초를 찾겠다는 목적도 있다. 우리가 만난 시민 41명은 윤석열을 비롯한 내란동조 세력에 대한 처벌, 엘리트 권력의 해체, 박정희 신화로 대표되는 과거사 청산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대구의 콘크리트가 지역에 투자하지 않고 나눠먹기 한 정치권의 책임이자 그로 인한 결괏값이라는 공통된 인식도 갖고 있었다.
21대 대선은 대한민국을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 농민을 살리는 사회, 성평등한 사회,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사회로 향하게 할 것인가. 대구·경북의 콘크리트를 부술 것인가. 지난해 12월 3일부터 올해 4월 4일까지 123일간 이어진 광장의 목소리들을 떠올려본다.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나의 키워드는 이 목소리들이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