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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12.3 내란 이후 매주 대구와 경북 곳곳의 광장에 선 시민 41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내란의 원인과 그로 인해 악화된 문제는 무엇이며, 대구·경북이 그것에 더 기여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뿐만 아니라 12.3 내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완수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광장의 힘으로 우리는 대구·경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을지 엿보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TK리부트는 가능할 것인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광장 : TK리부트] ① 박정희를 청산해야, ‘윤석열 내란’도 청산할 수 있다
[광장 : TK리부트] ② ‘윤석열’과 ‘윤석열들’을 만든 사회
[광장 : TK리부트] ③ 내란으로 핀 혐오의 꽃
[광장 : TK리부트] ④ 내란 청산이 제1과제
[광장 : TK리부트] ⑤ 내란이 들춘 언론의 민낯
[광장 : TK리부트] ⑥ 양당체제가 키운 내란의 씨앗
[광장 : TK리부트] ⑦ 내란을 넘어 대전환으로 : 어떤 민주공화국인가
123일간 이어진 윤석열 퇴진 집회에선 노동자, 농민, 여성, 청년, 성소수자 등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됐다.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일상의 민주주의를 이뤄야 한다는 요구도 터져 나왔다. 하지만 정치권의 권위주의는 여전하다. 박석준(45) 씨는 광장의 요구를 정치에 반영하기 위해,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토론을 하고 의견을 모아내는 일에 관심이 많다.

Q. 내란 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윤석열 일당의 위기와 망상 때문이다. 명태균 게이트 등으로 인한 위기 탈출용으로 내란을 도모하고 실행을 한 거라 본다. 역사 속에서 독재정권이 해 온 게 있기 때문에 의아하다기보단 ‘21세기에도 가능하구나’라는 걸 확인했다.
또한 유튜브로 대표되는 일방적인 정보 취합이나 편향이 우리 사회 큰 문제로 드러났다. 특히 이게 혐오와 폭력으로 드러난 게 심각한 문제다. 어느 세대이든 대중교통에서 유튜브만 보지 않나.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 시대다. 대통령까지도 유튜브를 보고 부정선거론을 믿는 걸 보면 얼마나 많은 이가 편향된 정보를 취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지역주의 색깔론이 여전하다는 것도 내란 사태의 원인이었다고 본다. 아마 윤석열이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이 서문시장 일거다. 윤석열과 내란 주범들은 반공을 국시로 해서 대구·경북을 토대로 내란을 도모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Q. 대구·경북 지역이 유독 크게 기여한 게 있다고 보는가?
내란사태 전후로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세력이 큰 역할을 했다. 윤석열도 지역주의에 기반해 많은 힘을 얻었다. 레드콤플렉스, 색깔론이 바탕이 돼 지역주의가 지금까지 활개 칠 수 있었다. 앞으로도 한국사회의 주요한 문제로 대두될 것 같아 걱정이 많다.
Q. 내란 사태를 지나오며 목도한, 혹은 강화됐다고 보는 우리 사회 문제는?
혐오가 심화됐다. 집회에 나가보면 느낀다. 남녀 간 대비되는 모습도 보인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친구들이 ‘이재명 사형’을 외치며 지나가는 모습도 종종 봤다. 내 주장을 펼치기보단 맥락 없이 남을 헐뜯고 비난하고 폄훼하면서 정당성을 취하려는 문화가 강화됐다.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에서도 ‘빨갱이는 죽여야 한다’는 말이 스스럼없이 나왔다. 향후 한국사회에서 공존이 가능할지에 대한 걱정이 된다.
양극화도 강화됐다. 부, 계층의 양극화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 지형의 양극화도 강화되고 있다. 대선국면으로 넘어가선 정치 지형상 양 끝의 세력이 각자 자신의 주장만을 외치는데, 합리적인 토론이 아예 불가능해 보였다.
나아가 불확실성, 불안정성이 커졌다. 내란 사태를 겪으며 헌법재판소 판결도 대선 일정도 불확실한 시간이 길었다. ‘헌정질서 수호’는 보수에서 외치던 구호였는데 오히려 진보에서 외치게 됐다. ‘판결이 나도 불안하다’라거나 ‘판결을 수용 못 한다’는 불안정성이 우리 사이에 팽배했다. 예를 들면 일반 시민도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법을 안 지키는데, 나는 왜 꼭 지켜야 하나’라고 경찰에 되묻는 경우가 생길 수 있지 않나. 불확실성, 불안정성에 국민들이 노출되어 있고, 여기에 불안해하는 심리가 커졌다.
Q. 내란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한 우리 사회 과제는?
지금의 정치 체계, 국정 운영이 민심을 반영하고 있나 돌아봐야 한다. 승자 독식의 정치체계로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에는 대다수가 공감하니, 좀 더 다양성이 존중되고 소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문화, 정치체계, 행정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직 우리 사회엔 수많은 윤석열이 있다. 파시즘에 더해 권위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홍준표, 권성동 의원이 기자들에게 불편한 질문을 받지 않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정치권의 권위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광장에는 이미 권위주의 타파가 거스를 수 없는 문화가 됐다.
한국사회의 복잡다단한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근본적으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심층적으로 토론할 필요도 있다. 사회대개혁으로 대변되지만 노동자, 농민, 여성, 청년, 서민의 어젠더가 뭔지 구체적으로 잘 정리되지 않는 느낌이다. 더는 미룰 수 없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