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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12.3 내란 이후 매주 대구와 경북 곳곳의 광장에 선 시민 41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내란의 원인과 그로 인해 악화된 문제는 무엇이며, 대구·경북이 그것에 더 기여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뿐만 아니라 12.3 내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완수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광장의 힘으로 우리는 대구·경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을지 엿보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TK리부트는 가능할 것인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광장 : TK리부트] ① 박정희를 청산해야, ‘윤석열 내란’도 청산할 수 있다
[광장 : TK리부트] ② ‘윤석열’과 ‘윤석열들’을 만든 사회
[광장 : TK리부트] ③ 내란으로 핀 혐오의 꽃
[광장 : TK리부트] ④ 내란 청산이 제1과제
[광장 : TK리부트] ⑤ 내란이 들춘 언론의 민낯
엄해웅(30) 씨는 광장에 자주 나가면서도 고민이 많았다. 1년에 한 번 기회가 있는 국가공인시험을 준비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를 자꾸 광장으로 이끈 건 부채감이다. 대학 신입생 시절의 세월호 참사, 박근혜 탄핵 정국에 군인 신분으로 사회에 제대로 목소리 내지 못했다는 부채감을 그는 안고 살아왔다. 해웅 씨는 “공부도 해야 하니까 오늘 가고 내일 안 가야지 했다가, 당일이 되어선 또 나가고 그런 적이 많았다”며 “그때(세월호, 박근혜 탄핵)의 기억으로 내가 지금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해웅 씨는 ‘12.3 윤석열 내란 사태’의 원인을 윤석열의 인지 부족과 보수언론, 고위공직자의 사익 추구로 꼽았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 씨의 객관적 상황 인지 능력이 문제가 있다고 느낀 지점도 윤 씨의 담화문이 극우 유투버와 비슷하다고 느낀 것이 컸다. 해웅 씨는 “무절제하게 권력을 휘두르다 보니 상황을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편향적인 극우) 유튜브 채널 내용만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의 문제를 살폈다. 해웅 씨는 “자본주의 논리의 작용 측면에서 언론들이 기본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광고주의 입맛에 맞춰야 하니까”라며 “제한적으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일반 시민들에 비해 기자들은 지난 대선 때도 취재 과정에서 윤석열의 민낯도 많이 봤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런 부분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해웅 씨는 윤석열 정권에서 언론이 비판적인 보도를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주변 고위 공직자들에게서도 비판적 목소리를 듣지 못했을 거라 추측했다. 이런 상황이 결국 내란사태까지 이르게 됐다고 생각한다. 해웅 씨는 “결과적으로 언론은 저널리즘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국민의 의사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했다. (윤석열 정부가 실정을 해도) 비판적인 보도를 하지 않았다. 주변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을 거니까, 메타인지가 부족한 윤석열은 스스로 옳다고 계속 믿어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해웅 씨는 우리사회가 다시 내란 사태를 겪지 않기 위해선 국가 폭력에 대한 처벌, 권력자 감시, 고위공직자들의 공익 추구를 강조했다. 먼저 강력한 처벌과 관련해 역사적으로 친일파 숙청이나 국가폭력에 대한 심판이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짚었다. 해웅 씨는 “국가폭력에 대해 제대로 처벌을 안 해서 결국 윤석열의 내란이 나왔다”며 “실패하면 죽는다고 생각했으면 그랬을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모두 국가폭력에 대해 법적 처벌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권력자 감시와 관련해서는 소득 재분배, 노동시간 감소 등 경제와 사회 상황 개선을 통해 시민들의 더 많은 정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했다. 물론 정치와 사회 문제에 대해서 올바른 정보가 잘 제공될 수 있도록 언론도 역할을 잘 해주길 바란다. 필요에 따라서는 많은 시민들이 그 ‘스피커’의 역할도 적절히 하길 기대했다. 해웅 씨는 “시민들이 직접 광장에 나온다거나,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등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 낼 필요가 있다”며 “시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우리 사회를 더 공익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