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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12.3 내란 이후 매주 대구와 경북 곳곳의 광장에 선 시민 41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내란의 원인과 그로 인해 악화된 문제는 무엇이며, 대구·경북이 그것에 더 기여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뿐만 아니라 12.3 내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완수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광장의 힘으로 우리는 대구·경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을지 엿보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TK리부트는 가능할 것인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광장 : TK리부트] ① 박정희를 청산해야, ‘윤석열 내란’도 청산할 수 있다
[광장 : TK리부트] ② ‘윤석열’과 ‘윤석열들’을 만든 사회
[광장 : TK리부트] ③ 내란으로 핀 혐오의 꽃
[광장 : TK리부트] ④ 내란 청산이 제1과제
[광장 : TK리부트] ⑤ 내란이 들춘 언론의 민낯
[광장 : TK리부트] ⑥ 양당체제가 키운 내란의 씨앗
[광장 : TK리부트] ⑦ 내란을 넘어 대전환으로 : 어떤 민주공화국인가
대학생 홍성탁(27) 씨는 사회를 억누르는 ‘공포 심리’에 주목해 일련의 내란 사태를 분석했다. 공론장의 오염으로 음모론에 빠진 시민들 중 한 명이 전직 대통령 윤석열 씨였고, ‘빨갱이’로 대표되는 반공주의의 영향력을 언급했다. 특히 “파시즘은 경제적 위기 속에 누적된 불만 속에 발현된다. 폭력적인 독재로 그 돌파구를 찾는 상황에서 내란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고 해석했다.
그는 대구·경북은 특히 이러한 공포감에 지배되고 있다고 본다. 진보정당 대학생 당원으로 활동한다는 성탁 씨는 “저는 직접적으로 잘 알지 못하지만 친척 중에도 해방 이후 실종되고, 결국 사망 신고를 해야했던 분이 계시다. 그런데 다들 제대로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며 “적색공포에 의한 반공주의, 이로 인한 생존 문제는 시간이 흘렀지만 해소되지 못했다. 반공주의적 폭력과 광기는 정당화하기 어렵지만, 역사적 상황을 떠올리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12.3 윤석열 내란사태 이후 직면한 우리 사회의 문제도 파시즘에 주목했다. 성탁 씨는 윤석열이 파면됐다고 해서 파시즘 세력이 당장 사라질 수 없다면서 오히려 더 사회가 분열될 것으로 전망했다. 파시즘 세력에 대항해 민주적, 진보적 개혁을 이뤄나갈 세력의 부재도 안타까워 했다.
성탁 씨는 “사실 민주당은 내란세력, 파시즘 세력에 맞서는데 정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향후 개혁 과정에서도 민주당을 빼고는 어렵다”면서도 “민주당은 현 체제를 유지하려는 보수적인 세력이고, 지지층 역시 내란세력 척결에 집중하고 있을 뿐 어떠한 사회적 개혁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러 진보적 의제들이나 민주적 개혁들에 대해 민주당은 적극적인 관심이 없다. ‘반 국민의힘 빅텐트’로는 이런 개혁에 대해 정치적 한계를 안고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내란 세력 척결에서 민주당의 역할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의 사회대개혁 측면에선 민주당의 단일 독주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국회로 달려나온 시민들과 이재명 당시 대표가 이끄는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수습됐다. 광장으로 상징되는 ‘빛의 혁명’의 끊임없는 연대 목소리로 윤석열은 파면되기 이르렀다. 성탁 씨는 이런 상황을 톺아보며, 민주주의의 연악한 지점을 주목했다.
그는 “대중들은 악의적인 음모론에 노출돼 쉽게 선동됐고, 대통령도 그랬다. 대통령이 계엄령의 절차를 지키지 못했는데도 집행 과정에서 바로 잡히지 못했다”며 “민주당은 군인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했지만, 제대로 집행됐을 수도 있었던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좀 더 냉정하게 말해 시스템을 움직이는 엘리트 공직자들은 영혼 없는 관료거나, 반공주의에 물든 반민주주의자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의 허약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민주주의라는 사회체제가 사회적 통합과 연대에 기초한다면, 동료 시민의 정신적 건강도 위기 상황으로 고려가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성탁 씨는 진정한 내란 사태의 종식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런 민주주의 체제의 연악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믿었다. 경제적 불평등 해소와 함께 정치개혁, 사회적 약자를 제도적으로 더 보호하는 사회대개혁이 필요하다는 거다. 그는 “파시즘 세력은 경제적인 문제에서 기인하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 좀 더 평등한 사회경제 체제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정부가 민중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양당제를 통해 정치적인 절망과 답답함, 분노가 계속 되고 있는데, 권역별 비례대표나 권력 구조 개혁을 통한 대통령 권력 축소 등 민주적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정치제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성소수자,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등 우리의 이웃을 죽음으로 내몰지 않도록 국가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