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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12.3 내란 이후 매주 대구와 경북 곳곳의 광장에 선 시민 41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내란의 원인과 그로 인해 악화된 문제는 무엇이며, 대구·경북이 그것에 더 기여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뿐만 아니라 12.3 내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완수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광장의 힘으로 우리는 대구·경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을지 엿보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TK리부트는 가능할 것인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광장 : TK리부트] ① 박정희를 청산해야, ‘윤석열 내란’도 청산할 수 있다
[광장 : TK리부트] ② ‘윤석열’과 ‘윤석열들’을 만든 사회
[광장 : TK리부트] ③ 내란으로 핀 혐오의 꽃
[광장 : TK리부트] ④ 내란 청산이 제1과제
[광장 : TK리부트] ⑤ 내란이 들춘 언론의 민낯
[광장 : TK리부트] ⑥ 양당체제가 키운 내란의 씨앗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 박혜령(55) 씨는 지역에서 진보 정치의 세력화가 중요한 내란 극복의 과제라고 설명한다. 국민의힘이 독점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진보 정치를 성장시키려면, 지역에 기반을 두고 세력화하고 또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거다. 제도 개선도 과제다. 혜령 씨는 양당제를 공고하게만 하는 지금의 정치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도 지적한다.
“이번 내란을 보면 기존 법질서로는 파행적인 정치 상황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죠. 정치 제도의 한계가 드러났고, 어떻게 제도를 바꿀 것인지가 중요하죠. 대통령제를 어떻게 바꾸자 하는 지배 권력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지만, 저는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회의원을 전면적으로 비례대표로 선출한다든지, 정당법을 개혁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요.”

소수 정당, 특히 진보 정당의 입지가 좁다는 현실은 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혜령 씨는 정치 개혁을 과제로 여기면서도 당장 제도나 사회가 격변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않는다. 다만 조금씩 사회가 진전하기 위해, 지역에서부터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혜령 씨는 현재 거주하는 경북 포항시에서 시민사회와 진보정당이 연대의 경험을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를 시도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거의 장악한 이 지역에서 진보 정치 세력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남아 있어요. 포항은 공단의 비중이 커서 노동운동 면에서도 투쟁력이 높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치적으로는 보수색이 강해요. 그래서 진보 정당의 활동력도 크지는 않아요. 이번 사태에서 지역 시민사회가 연대의 연습을 하면서, 단합도 하는 기회도 만들어가려 해요.”
혜령 씨는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지역도 사람들의 연대와 저항이 쌓이면서, 조금씩 변화한다고 느낀다. 혜령 씨는 “정치 제도 개선이 있다면 탄력을 크게 받겠지만 단숨에 바꿔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래도 지역에서 연대를 강화하고 함께하는 경험을 쌓아가는 동안 조금씩 지역 정서도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에서도 지금 기득권 정치세력이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는 하고 있고, 변화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