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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부터 뉴스민이 주최하는 연속 기획강좌 ‘TK리부트 : 광장의 미래’가 시작됐다. 첫날 강연은 진태원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연구교수가 나서 “더 많은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공화정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그는 “조기 대선을 통한 새로운 대통령의 선출은 내란 종식의 한 계기에 불과하다”고 진단하면서 진정한 내란 종식과 더 많은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공화정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진 교수는 프랑스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의 <팡세>를 인용해, 정의와 힘의 결합이 필연적인 정치의 현실을 분석했다. “힘없는 정의는 무기력하다. 정의 없는 힘은 전제적이다.” 그는 현실 정치에서 정의가 힘을 얻는 과정에서 현실과 타협하게 되고, 때로는 내란 종식을 이끈 광장의 세력을 배척하거나 위계화하게 된다고 해설했다.
정치적 세력화의 과정은 정의로움의 일부 상실을 요구한다. 진 교수는 이 점을 “정의로운 세력은 이미 현실과 타협하고, 강해질수록 정의로움에서 멀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새로운 정권도 비슷한 경로를 밟으며,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에서 고민한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진 교수는 ‘동일시’와 ‘탈동일시’의 문제를 강조했다. “정치에서 무조건적인 지지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는 점을 들며, 민주당에 대한 맹목적 결집이 오히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주디스 버틀러의 논의를 참고해, “정의로운 정치가 가능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가 탈동일시임을 자각하는 것”이라 밝혔다.
진 교수는 “어려운 것은, 이렇게 명백히 사악해 보이는 적들에 맞서는 저항 세력과 탈동일시하는 일”이라며 ‘탈동일시’의 실천이 바로 민주주의의 깊이를 더하는 출발점임을 시사했다. 그는 “저항 세력들 내부에서 강한 집단을 중심으로 결집해야 한다는 사실에서 약한 집단 및 개인들의 희생이나 손실이 생겨난다”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지난 6개월간의 탄핵정국에서 ‘상호증언의 연대’라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가능성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소한 이들, 곧 을 중의 을들과의 동일시, 더 정확히는 그들의 투쟁과 동일시를 통해 민주주의의 진실이 드러난다”고 했다. 서로의 투쟁을 자신의 투쟁으로 받아들인 시민들이 광장 곳곳에서 출현했다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소수자들과 을들의 투쟁이 탈동일시로서의 연대, 상호증언의 연대를 발명해낼 때 민주주의는 진전하고, 정치는 진실을 회복할 수 있다”며 “몫 없는 이들의 몫이 민주주의의 다른 이름인 것은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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