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촛불 45일, “사드도 알고 국제 질서 변화도 알자”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여러분들이 진짜 안보 지키고 있는 것"

10:23

45일째 촛불을 켠 성주군민들이 한반도에 사드는 필요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한반도 사드 배치로 인한 국제 질서 변화를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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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8시, 45번째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를 위한 촛불 문화제가 성주군청 앞에서 열렸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탓인지 평소보다 조금 적은 800여 명이 모였지만, 전국 50여 개 도시에서도 함께 촛불을 밝혔다.

이재동 성주군농민회장은 “오늘은 전국 58곳에서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를 위한 전국 다른 곳의 촛불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 성주가 끝까지 촛불을 밝히자”며 촛불문화제 시작을 알렸다.

MD(Missile Defence, 미사일 방어 체계) 전문가인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가 이날 촛불문화제를 찾아 약 20분 동안 한반도 사드 배치로 인한 미국, 중국과의 관계,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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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정욱식 대표는 “사드 레이더가 중국 미사일을 탐지하지 않는다는 것은 웃기는 이야기다. 레이더는 미사일의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 탐지 범위 안에 들어오면 탐지가 가능하다”며 “중국이 한국 사드 포대가 유사시 제1타격 대상이라고 하는 건 빈말이 아니다. 만일 미국과 중국이 무력 충돌이 벌어질 때, 미국은 우리나라에 있는 사드 포대로 중국 미사일을 탐지할 것이다. 그러면 국제법상 우리나라는 중국에 적대 행위를 한 것이 된다. 제3자인 한국이 미국에게 사드 포대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언하지만 사드는 북한의 핵을 막을 수 없다. 비가 옆으로 내리는데 우산을 높이 들고서 나는 비를 피할 수 있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라며 “국방부 장관은 사드를 1개 포병부대라고 폄하했지만, 미국은 전략 자산이라고 부른다. 전략 자산은 주변 방어가 굉장히 중요하다. 사드가 들어와도 결국 다른 무기를 더 들여와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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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이 두려운 것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성주군민도 마찬가지였다. 설명이 길어지자 한 군민은 “도대체 무슨 무기를 들여와야 북한 핵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이냐”고 물었다.

정 대표는 “어렵겠지만 북한이 핵을 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발사하지 않도록 하면 된다. 중국과 러시아가 핵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쏠까봐 두려워하지는 않는다”며 “우리에게 쏘지 않은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관계가 좋기 때문이다. 북한과 관계를 개선해서 혹시라도 북한이 핵을 쏠 일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핵을 발사할 일이 없도록 하면 된다. 대화와 협상이다. 그동안 협상다운 협상이 없었다”며 “북한과 협상을 마다한 지난 8년동안 북한의 핵 능력은 계속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욱식 대표는 “사드 배치 최대 수혜자는 김정은이라는 플랜카드를 봤는데, 맞는 말이다. 사드 배치 발표 후에 북한이 미사일을 잠수함으로도 쏘고, 위로도 쏘고, 낮게도 쏘는데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그 흔한 규탄 성명서 하나 내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에 사드 배치하는 걸 철회하자는 내용을 같이 넣자고 하기 때문이다. 북핵이라는 혹을 떼려다가 중국과 러시아를 군사적 적대국으로 만드는 더 큰 혹을 붙이고 있다. 그 혹을 떼내려는 여러분들이 진짜 안보를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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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동 성주군농민회장

정 대표의 발언이 끝난 뒤, 군민들은 조금 지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이재동 농민회장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처음에 사드만 뭔지 알면 됐는데, 이제는 사드 때문에 생기는 동북아의 정치, 외교, 안보 다 배우고 있다. 조금 길었지만, 귀에 쏙쏙들어오는 강의였다”고 말하자, 군민들은 박수와 환호로 정욱식 대표에게 감사를 표했다.

한편, 성주투쟁위는 27일 오후 6시, 성주읍 성산포대 입구에서부터 성주군청까지 약 2.6km 구간에서 ‘사드 철회 평화 실천 평화 인간띠 잇기’ 행사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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