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수상: 귀한 추석 선물

[기고] 이명재 덕천성결교회 목사(사드배치반대김천시민대책위 자문위원)

13:47

매년 맞이하는 추석이지만 제 마음 상태는 여느 해와 같지 않군요. 찌는 듯한 무더위 뒤에 맞이하는 명절이어서일까요?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른 특별한 이유가 없지 않을 것입니다. 사드가 요즘 우리 김천 시민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잖아요.

누군가 ”사드’를 한 단어로 말하면 무엇이라고 하겠는가’하고 물어 왔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저는 ‘유령’이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지난 4월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기로 발표한 뒤, 그것은 유령이 되어 전국을 헤집고 다녔습니다. 모두 무서워서 벌벌 떨었어요.

7월 13일, 최종 확정지로 경북 성주군 성산포대가 발표됐습니다. 성주 군민 전체가 똘똘 뭉쳐 정권과 싸웠습니다. 그러나 지역 국회의원과 군수는 성산포대가 아닌 제3지역으로 이전을 요구했습니다. 지극히 보신적이요. 사드는 성주 인근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운명이 달린 것인데 말이지요.

그 제3지역 이전 예정지는 같은 성주군 초전면에 위치한 롯데스카이힐 성주CC가 유력하다고 합니다. 이곳은 행정구역이 성주군이라고 해도 김천 코 밑에 붙어 있어 김천이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거주하는 사람들도 생활권을 김천에 두고 있지요.

더욱이 그곳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사드로부터 나오는 전자파가 김천 시내를 관통하게 되어 있어 우리 김천의 주거 환경은 그야말로 바닥까지 추락하고 말 것입니다. 주거 환경이 추락하면 많은 사람들이 김천을 떠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아직도 사드의 위험성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시민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진영 논리로 보고 있는 탓입니다. 새누리 텃밭인 김천은 천지가 개벽해도 새누리라는 정서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정치의 후진성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지금 정당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보는 시각은 확연히 나뉘어 있습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사드 한반도 배치 찬성,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반대, 그리고 제1야당인 더민주당은 반대하는 기류가 훨씬 우세하지만, 아직 당론으로 결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 대표도 새로 뽑혔으니 빨리 당론으로 정하라는 것이 국민의 요청입니다.

북한과 관계있는 것이어서 자칫 잘못하다가 안보의 덫에 걸릴 위험성 때문에 더민주의 사드 배치 반대 당론이 늦어지는 것 같습니다. 내년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여러 가지 생각할 점들이 없지 않겠지요. 승리만을 목적하고 올인한다면 복잡해질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한 가지만 말하려 합니다.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진리와 정의에 기초해서 정치를 하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할 때,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할 수도 있고 당이 위축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 발전은 이런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어요.

선거 때의 안보 프레임은 순응이 아니라 극복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수 여당의 전유물과도 같았던 소위 ‘북풍’을 많이 극복해 왔잖아요. 국민들도 그 용도의 부당성을 알고 속지 않을 만큼 성숙했습니다. 최근의 선거에서 그것이 입증되었잖습니까.

소견으로는 박근혜 정권으로서는 내년 대선에 승산이 없으니까 핵미사일 급의 안보 프레임을 들고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한반도 사드 배치에요.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을 방어한다는 명분으로.

그러나 그 방면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 사드는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용이 아니라 중국의 주요 군 시설 탐지용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야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정권의 근거 없는 안보 프레임을 겁낼 게 아니라 격파하고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DSC06665

명절 때마다 나부끼는 ‘고향 방문 환영’ 현수막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롯데 CC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저런 현수막도 더 이상 보지 못할지 모릅니다. 김천에 사는 사람들이 도회지 사는 아들 집으로 명절을 쇠러 가는 역귀향이 줄을 이을 수도 있습니다.

삼산이수 김천을 방문하는 귀향객 여러분! 고향이 사드로 인해 흉흉해지지 않도록 힘을 보내 주십시오. 엄마 품 같은 포근한 도시로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도록 응원을 아끼지 말아 주십시오. 사드에 대해 잘 모르고, 관성적으로 보수 여당을 무조건 지지해 온 부모님들께 사드에 대해 정확히 알려 주십시오.

명절 때마다 선물을 한 보따리씩 준비해서 고향의 부모님을 찾는 귀향객 여러분, 이번 추석 선물은 거기에 더해 우리 김천 나아가 한반도에 사드가 필요 없다는 확신을 부모님들께 선물로 전달하고 가시기 바랍니다. 추석 명절의 의미가 여느 때보다 중요한 금년 추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