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이사장 지낸 영남대 학생 ‘하야’ 시국선언

영남대 학생, 107명 '박근혜 하야' 연서명
경북대 시국대회, 450여 명 모여 "거짓 정권 퇴진하라"

16:07

박근혜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낸 영남대학교 학생들이 시국선언에 나서는 등 대구경북지역 대학가에서 박 대통령 하야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영남대는 1980년부터 1988년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재단 이사장과 이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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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11시, 영남대 학생 12명은 대학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27일부터 시국선언단을 모집해 107명이 연서명했다.

영남대 이재영(산림자원학과) 씨는 “저는 오늘 용기를 내어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무당에게 통치권을 위임해 놓고도 우리나라같이 살기 좋은 나라가 어디 있느냐던 박근혜 대통령을 규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며 “이 사태를 일으킨 방조자이자 부역자 새누리당과 그 소속 의원들에게도 책임을 묻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고 말했다.

“대학은 신앙공동체가 아니다, 학문은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다수의견을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한다, 그런 집단 사고방식이 대학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젠 사상까지 강요하고 있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어 서글프다, 세계 어떤 대학에서 독재자의 리더십을 교육할까. 정지창 전 영남대 교수님의 말씀입니다. 이 말을 꺼내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두렵습니다. 이곳에는 반인반신이 있습니다. 그들은 제게 구체적 두려움으로 다가옵니다. 감히 주장합니다. 우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넘어서야 합니다. 박근혜 현 대통령을 넘어야 합니다. 그들은 우리의 신이 아닙니다. 우리는 현재 살아있는 과거와 작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하야하십시오.” – 영남대학교 학생 이재영 씨(산림자원학과)

김경주(행정학과) 씨는 “보수적인 가정에서 태어나 보수적으로 자랐고 지금도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4년 전 박근혜 대통령을 제 손으로 찍을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행정학도로서, 박근혜 대통령에 표를 던진 한 사람으로서 엄중히 요구합니다. 국민의 손으로 선출된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국민의 뜻에 따라 하야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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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정치외교학과) 씨는 “민주주의 헌법에 의거해 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창출했지만, 우리가 창출한 대통령은 최순실이었다. 너무나도 부끄럽고 암담해 말로 할 수 없다”며 “정치학의 기본인 헌법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르쳐주고 싶다. 대통령님, 하야하셔서 검찰에 떳떳하게 출두하시고 수사받으십시오”라고 말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측근인 최외출(새마을국제개발학과) 교수가 최근 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문제도 지적했다. 최외출 교수는 박근혜 대선캠프 기획조정특보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박정희새마을연구원장, 글로벌새마을포럼 회장 등을 맡고 있으며 얼마전까지 영남대 부총장을 지냈다.

이들은 “2만 천마학우들은 피 흘리며 투쟁한 87년 6월 항쟁과 학원대투쟁으로 비리의 온상이었던 박근혜를 몰아낸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비록 박근혜의 때가 묻은 최외출 박정희새마을연구원장이 총장 자리를 엿보고 있지만, 다시 2만 학우가 하나가 된다면 영남대를 돌려받을 수 있음을 믿는다”고 밝혔다.

영남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27일 성명서를 내고 “최순실 게이트 논란을 집중 수사하기 위해 구성된 검찰의 특별수사본부를 통해 국정 농단 의혹을 성역없이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하여 국민들에게 진상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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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경북대학교 총학생회는 경북대 본관에서 시국선언대회를 열었다.

이날 12시, 경북대학교 본관 앞에는 학생, 교수, 동문 등 450여 명이 모여 ‘경북대학교 시국선언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최순실 꼭두각시, 거짓 정권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민족 복현 주권 수호”,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피켓을 들었다.

박상연 경북대 총학생회장은 “우리는 그동안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침묵하였습니다. 누군가 분노할 때 진리를 탐구해야 할 대학은 침묵했습니다. 단순히 정치가 아니라 옳고 그름에 대해 대학은 사회에 나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침묵했던 우리가 이 시국을 만들었습니다”고 말했다.

오영준(신문방송학과) 씨는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20년 동안 배워왔다. 정부가 무능한 것도 인간미라고 봐줘야지,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까”라며 “박근혜는 순수한 마음으로 했다며 1분 30초짜리 녹화 영상으로 국민들의 상실감과 분노를 가라앉히려고 한다. 박근혜는 나라를 운영할 자질이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손광락(영어영문학과) 교수는 2순위 후보자 총장 임명에 항의하며 시작했던 단식농성을 마무리했다. 박상연 총학생회장은 앞서 28일부터 “거짓 정권이 임명한 2순위 총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본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학내에서 매주 시국대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