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원 사태 잊었나?”···대구시, 2017년 장애인 탈시설 정책 축소 논란

자립생활가정 5→2, 체험홈 10→ 6으로 신규 확충 계획 축소
대구시, "당초 예산으로 힘들어···탈시설 목표 포기한 건 아냐"

15:37

대구 대규모 장애인 시설 비리가 잇따르는 가운데 대구시가 장애인 탈시설을 위한 예산을 삭감해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성보재활원, 청구재활원, 대구시립희망원. 최근 2년간 대구 대규모 장애인 시설 3곳이 거주인 인권 침해, 강제 노역 등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받은 곳이다. 권영진 대구시장 취임 당시 장애인 탈시설 보장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시설 거주 장애인 인권 유린 사건이 계속해서 불거지는 가운데도 오히려 탈시설 정책은 축소하고 있다.

대구시가 지난 2015년 수립한 ‘시설 거주 장애인 탈시설 자립 지원 추진 계획’에 따르면, 대구시는 전체 시설 거주 장애인 20%인 300명 탈시설을 목표로 정했다. 오는 2018년까지 100명 탈시설을 목표로 자립생활가정 23개, 자립생활 체험홈 21개 등 44개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한 개소당 최대 3명이 생활할 수 있다.

현재 대구시 장애인 자립생활가정은 13개소, 체험홈는 6개소가 있다.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17년 자립생활가정 5개소, 체험홈 10개소가 신규 확충되어야 한다. 하지만 2017년 대구시 예산안에는 자립생활가정 2개소(4억4천만 원), 체험홈 6개소(1억5천만 원) 설치비만 책정됐다.

중증장애인 자립생활을 돕는 활동지원서비스 예산도 2016년도에 36억 3,600만 원으로 전년과 동일하게 책정된 데 이어, 내년에는 2,000만 원 증액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구지역 30개 시민사회, 정당 등으로 구성된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420장애인연대)는 12일 오전 11시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영진 대구시장 면담을 요구했다.

이들은 “권영진 임기 내에만 벌써 3번째 장애인, 사회복지시설 문제를 겪고 있는데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필요한 기초적인 탈시설 인프라 확충조차 제대로 마련하고 있지 않다”며 “2017년 책정된 활동지원서비스 역시 서비스 시간당 단가 자체 인상에 따른 자연증가분만 반영돼 사실상 동결”이라고 지적했다.

전은애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수석부회장은 “우리는 대구시장 얼굴을 보고 뽑은 게 아니라 약속을 보고 뽑은 것”이라며 “탈시설 300명이라는 숫자가 100이 줄고, 200이 줄었다. 단순히 숫자가 준 것이 아닌 200명이 삶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걸 아는 사람이라면 자립생활주택 예산, 활동지원서비스 예산을 쉽게 줄이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박주국 대구시 장애인복지과장은 “계획대로 예산안을 올렸지만 체험홈 4개소, 자립생활가정 2개소가 미반영 됐다”며 “당초 예산으로는 힘들지만 내년도 4월 추경 예산에 반영하기 위해 예산 파트와 협의 중”이라고 해명했다.

박주국 장애인복지과장은 “시장님이 약속한 것이고, 저희도 탈시설 정책에 공감하기 때문에 추진해왔다. 이번 본예산에는 빠졌지만, 목표와 계획을 포기한 건 아니”라며 “예산이라는 게 세수가 적으면 거기에 맞춰서 해야 한다. 4개년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분명히 그 목표는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420장애인연대는 기자회견 후 권영진 대구시장과 면담 약속을 잡기 위해 시청으로 들어가려했지만, 대구시청이 정문을 모두 걸어잠궈 20여 분 동안 크고 작은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들은 오는 23일 오후 4시 권영진 시장과 면담 일정을 확정하고 12시께 해산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420장애인연대가 시청으로 들어가려 하자 청원경찰들이 안에서 문을 막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