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희망원 특별감사 법 위반 사항 발견하고도 ‘고발 0건’

법 위반 사항 10건 지적...모두 주의 처분
희망원대책위, "검찰 고발과 철저한 진상규명"

16:08

대구시가 대구시립희망원 특별감사를 통해 운영 전반에 법 위반 사항을 발견하고도 ‘주의’ 조치에 그치자 시민단체가 제대로 된 처분 조치와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구시는 지난해 10월부터 38일 동안 실시한 대구시립희망원 특별감사 결과를 지난달 말 대구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결과에 따르면 원장 사택으로 보조금 지원, 공사 쪼개기 계약, 생활인 입·퇴소 관리 부적정 등 모두 45건이 지적됐다.

법 위반 사항 10건 지적…모두 주의 처분
쪼개기 계약 방식으로 50억 원 부당 처리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복지사업법, 보조금 관리법, 지방계약법 위반 등 법 위반 사항이 모두 10건에 달한다.

사회복지사업법상 시설장은 상시 근무해야 하지만, 대구시립희망원장은 1983년부터 대구정신병원장과 겸직하면서 별도 급여를 수령했다. 대구시 복지정책관실은 감사원에 접수된 민원으로 2015년 이 사실을 인지했지만, 아무런 초지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한 예산도 모두 72건으로 8백여만 원에 이른다.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법인회계 및 시설회계 예산은 세출예산이 정한 목적 외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대구희망원 소속 시설 협회 임원 회비 납부 등으로 부당하게 사용했다.

물품 계약이나 공사 발주를 2천만 원 이하로 분할 계약하는 이른바 ‘쪼개기 계약’ 사례도 6건이나 지적됐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단일 사업에 분할 계약을 금지하고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에 따르면 2천만 원을 초과하는 용역은 지정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해 수의계약해야 하지만, 부당하게 분할 계약을 체결하면서 지정정보처리장치도 이용하지 않았다. 이런 방식으로 부적정하게 처리된 예산이 5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대구시는 법 위반에도 ‘주의’ 처분에 그쳤다. 대구시는 “대구시립희망원장은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란다”고 처분 결과를 적었다.

약물 투약도 제멋대로
생활인 입·퇴소 심사 부적정
대구시 지도·점검도 안 해

이번 감사에서는 검찰 조사를 통해 알려진 심리안정실 감금, 생활인 폭행 등 외에도 의사가 처방한 약물을 제멋대로 투약한 사실도 발견됐다. 생활인이 먹는 약 종류에 따라 식후 30분으로 투약 시간이 정해져 있었지만, 희망원과 라파엘의집에서는 주말인 경우 인력 부족을 이유로 저녁 시간이나 식전에 투약했다. 또, 변질 위험이 있는 의약품을 계속해서 상온 보관해 왔다.

대구희망원은 노숙인 탈시설을 위한 노력도 소홀했다. 노숙인복지법에 따르면, 시설은 매월 1회 이상 상담해 사회 복귀 가능한 사람을 파악하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노숙인 등의 퇴소심사를 요청해야 한다. 하지만 대구희망원은 분기별 1회, 또는 입소자가 희망할 때만 상담을 했다. 또, 달성군에 퇴소심사를 요청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더구나 대구시는 2011~5년까지 사회복지사업법,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지도·점검을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고, 대구시 민관위탁 촉진 및 관리 조례에 따른 감사 역시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희망원 4개 시설에 대구시 담당 직원이 운영위원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 운영위원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희망원대책위, “검찰 고발과 철저한 진상규명”

대구시는 이번 감사 결과 적발된 45건에 대해 주의, 개선, 시정 등 권고 수준 처분을 했다. 모두 24명이 징계 조치됐지만, 대구시, 달성군 담당자는 모두 경징계 이하 징계에 머물렀다.

이에 대구시립희망원인권유린및비리척결대책위(희망원대책위)와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는 6일 오전 11시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구시는 특별감사를 통해 확인된 사항에 대해 검찰 고발과 추가적인 진상규명에 나서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감사 결과를 통해 직원의 생활인 폭행, 금품 편취 등 문제와 별개로 또 다른 인권침해 가능성이 짐작될 수 있다”며 “희망원 입소인에 대한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외부 기관의 인권 상담, 약물 복용 등 건강관리 상태의 적정성이 조사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감사 결과 사회복지사업법, 장애인복지법, 정신보건법 등 각종 법령에 대구시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던 것이 확인됐다”며 “대구천주교유지재단, 천주교대구대교구가 운영하는 132개 사회사업기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은재식 희망원대책위 공동대표는 “2010년부터 감사한 내용이 이 정도면 그 이전에는 어떠했겠는가. 모든 부분이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한다”며 “대규모 시설의 폐해다. 철저한 진상 규명은 시설이 폐쇄되고 생활인들이 지역 사회 당당한 시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시작이다. 대책위에서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립희망원 특별감사 결과 처분 목록

1. 민간위탁사무 지도·점검 및 자체감사 미 이행 [주의]
2. 민원처리 소홀 [주의]
3. 사회복지시설 장의 상근의무 미 준수 [시정]
4. 시장의 승인을 받지 않고 자체규정 제정·개정 시행 등 [시정]
5. 내부인사로만 징계위원회(인사위원회)구성·운영  [개선·주의]
6. 근무평정 및 승진자 결정 부적정 [주의]
7. 수습직원 평가점수 수정(최종 정규직 임용) [주의]
8. 세출예산 예산목적외 사용 [주의]
9. 지출증빙서류 징구 소홀 및 훗나래커피숍 영업신고 미이행 [시정]
10. 물품 분할계약 등 [주의]
11. 희망원 기능보강사업 정산검사 미 이행 [주의]
12. 기능보강사업(목욕탕 및 식당)설계 및 감리용역 계약․대가지급 부적정 [주의]
13. 소방설비 기능보강사업 실시설계용역 분할발주 등 [주의]
14. 희망원 목욕탕 증축공사 분할발주 및 감액사유 미 이행 [주의]
15. 소규모시설공사 분할발주 등 [주의]
16. 희망원 생활체육시설(운동장)조성공사 공사감독 미선임 등 [주의]
17. 라파엘의 집 생활관 증축공사 분할발주 및 예정가격 미 작성 [주의]
18. 희망원 공동식당 리노베이션 공사 분할발주 및 예산의 목적외 사용 [주의]
19. 기능보강사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및 환경보전비 예산 과다 집행 [주의]
20. 장애인 등의 편의시설 설치 및 유지·관리 소홀 [개선]
21. 입·퇴소시 심사위원회 구성·운영 및 입소심사 부적정 [주의·시정]
22. 생활인 간 폭행에 대한 경찰관서 신고 등 적극적 조치 미 이행 [주의]
23. 생활인 간 성추행(성폭행)사건에 대한 경찰관서 신고 등 적극적 조치 미 이행 [주의]
24. 성요한의집 심리안정실 운영 부적정 등 [개선]
25. 희망원 외 2개 시설 심리안정실 운영 부적정 등 [개선]
26. 생활인 간 폭행 사망사고 처리 부적정 [주의]
27. 보장시설 수급자 생계비 신청·지급 및 관리 부적정 [시정·주의]
28. 부식비 부당청구 환수금 생계비 사용 부적정 [시정]
29. 의약품 투약시간 미 준수 및 실온보관 [개선]
30. 원장신부 사택 공공요금 지원 부적정 [개선]
31. 시설 종사자 배치기준 위반 [시정·개선]
32. 신원 미 확인자 및 주민등록 전·출입자 관리 부적정 [시정]
33. 시설 운영위원회에 관계 공무원 미 참여 [주의]
34. 생활인 상담 및 퇴소보고 소홀 등 [주의]
35. 상속인 없는 사망자 유류금품 등 처리 부적정 [시정·주의]
36. 입소정원 관리 소홀 [개선]
37. 시립희망원 직원의 거주인 폭행사건 처리 소홀 [주의]
38. 생활인 대상 금품편취 관련 관리책임자 문책 미실시 [주의]
39.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침해 조사방해 [주의]
40. 성요한의집 자체규정에 대한 시장 승인 미이행 등 [개선]
41. 성요한의집 시설운영에 대한 지도·감독 소홀 [개선]
42. 희망원 외 2개 시설 자체규정에 대한 시장 승인 미이행 등 [개선]
43. 희망원 외 2개 시설 시설운영에 대한 지도·감독 소홀 [개선]
44. 장애인 등의 편의시설에 대한 지도·감독 소홀 [개선]
45. 식당표 작성·관리 등 업무 소홀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