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완료된 다음날, 방송인 김제동(43) 씨가 경북 성주군 소성리를 방문해 주민들을 위로했다. 주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를 지시한 데 아쉬움을 토로했고, 주민들 이야기를 들은 김제동 씨는 “경제적 보상이든 뭐든 필요 없고, 원래 살던 그대로 살게 해달라는 게 할매들 요구이며, 삶을 파괴하지 않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8일 오후 3시 김제동 씨는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 왔다. 김제동 씨는 해외 교민 상대 강연을 마치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를 타고 8일 오전 서울에 도착한 후 자가용을 타고 혼자 소성리에 왔다고 했다. 그는 해외에서 6~7일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현장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준비하던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대표 문규현 신부와 인사를 나눈 김 씨는 주민들 옆으로 갔다.
소성리 주민 도금연(80) 씨는 “김제동이도 반갑도 안 하다. 우짜노 이제. 김제동이가 문재인이한테 우리 말을 좀 잘 해줘야지. 촛불하면서 우리편 되는 척하면서 이래 사드를 들여다 놓느냐”고 정부의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제동 씨는 주민들 옆에서 함께 미사에 참석했고, 문규현 신부가 강론 시간에 김제동 씨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60대 이상 고령의 주민들이 울면서 대통령과 청와대에 화를 토로하자, 김제동 씨는 “하루 늦게 왔다고 욕 죽도록 먹고 있다. 성에 안 차고 화가 나셔도, 함께 우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까, 그 모습을 많이 봐 달라”고 말했다.
도금연 씨는 “사드 가지고 가라고 그래. 우리 소원이다. 사드만 다 가져가라”고 말했고, 김제동 씨는 “그래도 할매들 목소리 짱짱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김제동 씨는 “우리가 뭘 원하는지 들어야 한다. 어머니들은 울 자격 있고, 그 사람들은 들을 의무가 있다. 장관이라는 사람이 보상해준다 이런 얘기 하면 안 되죠. 정치적 고려? 하면 안 되죠. 두 번씩 사람 마음 다치게 해. 사람 마음 모르는 것이고. 장관들이 뭐라고. 지금 여기 (언론이) 다 있으니까 전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강론에 나선 문규현 신부는 “우리 할매, 할배들이 8천여 명에 맞선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18시간을 버텼다. 18시간 버텼어도 뺏겼는데 어쩌라고? 사드 지나가는 데 참 죽겠더라. 이 조국이 나의 어머니이고 아버지이고 우리 할매, 할배다. 평화의 사람들, 생명의 사람들이 다시 살아나자. 곧 함께 확인하고 춤추며 뺏고 빼앗기는 것 없이 살아갈 희망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약 30분 동안 주민들과 함께 미사에 참석한 김제동 씨는 “할머니가 우리도 고맙다. 미안하다고 말하더라. 뒤에 계신 어머님들이 전한 말을 제가 대신 이야기 드리겠다. 경제적 보상이나 자꾸 뭐 해주겠다고 한다. 필요 없고, 소성리는 뭐 더 해달라는 게 아니고, 수십 년 동안 살아온 그대로 살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원래 주인들이 살던 그대로 살게 해달라는 거다. 그게 정부, 국가의 역할이다. 정치가 필요한 이유는 사람들이 살아온 방식 그대로 뒷받침 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씨가 “경제적 보상 이런 말 입에 담으면 삶의 존엄을 짓밟는 행위다. 돈 몇 푼 없어도 다른 사람 먹이고 자식 먹이고 했다. 그런 얘기는 입에 담을 수 없다”고 말하자 미사에 참석한 주민들은 눈물을 훔치며 박수를 보냈다.
오후 4시 20분께 미사를 마친 후 김 씨는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눈 후 5시께 서울로 돌아갔다. 김 씨는 사드 장비가 처음 반입(4월 26일)된 직후인 4월 30일에도 소성리를 방문해 주민들을 만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