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정책 협약 갈등 격화···권영진 대구시장 후보 앞에 무릎 꿇은 부모들

420장애인연대, “30일 협약 하기로 하고 일방적 파기”
권영진 후보, “협의하는 중, 확정된 건 아냐”

14:36

권영진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후보와 지역 장애단체 간 정책 협약 협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6.13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1일, 권영진 후보 유세 현장에 420장애인연대 회원들이 항의 방문하면서 권 후보는 발언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서둘러 현장을 떠났다.

▲권영진 후보와 장애인 단체 관계자가 설전을 벌이고 있다.

420장애인차별철페투쟁연대(420장애인연대)와 권 후보 측 이야기를 종합하면 양측은 지역 장애인 정책 협약 논의를 해왔다. 420장애인연대 측은 최근 3차례 실무 협의를 통해 협의안이 마련됐고, 어제(30일) 협약식을 체결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서승엽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처장은 “어제 오전에 협약식을 하기로 날도 정해 놓은 상황에서 후보 측에서 갑자기 협약식을 취소해버렸다”고 말했다.

반면 권 후보 측은 협의에 나선 실무진이 제안받은 안으로 후보와 상의 후 협약 체결을 결정하려 했지, 협약식이 확정된 건 아니었다고 반론했다. 정해용 권영진 후보 캠프 상황실장은 “단체에서 요구하는 구체적인 안이 무리한 부분이 있어서 어제 저녁에 후보가 다시 협의하라고 지시했다”며 “어제(30일)까지 수정협의안을 협의하는 중이었지, 협의안이 마련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31일 낮 12시 중구 동아쇼핑 앞에서 열린 권 후보 유세는 아수라장이 됐다. 권 후보가 발언을 위해 유세 차량에 오르자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회원들은 권 후보 앞에 무릎을 꿇었고,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휠체어에서 내려와 무릎 꿇듯 바닥에 앉았다. 이들 앞에는 “장애인과 부모들의 절규를 버려두지 마십시오. 장애인 권리 보장 정책 협약을 파기하지 말아주십시오”라고 쓴 현수막이 펼쳐졌다.

▲권영진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후보가 발언에 나서자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권 후보는 “여러분 죄송합니다. 이분들은 420장애인투쟁연대 단체입니다. 이분들이 이번 후보들에게 협약에 사인을 하자고 했는데, 제가 아직 사인하지 않아서 이러는 것 같다”고 현장에 모여든 지지자들에게 설명했다.

박명애 장애인연대 상임대표는 권 후보 발언 중간에 “3월부터 만나자고 그렇게 말씀드렸다. 오늘 이런 일을, 이렇게까지 끌고 오신 게 원망스럽다”며 “30일 날 협약하자던 걸(깼다), 우리가 얼마나 약속하자고 말씀드렸나. 우리도 이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박 대표 발언 중에 후보 캠프 측 관계자가 발언을 막으면서 현장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장애인연대 회원들은 야유를 보내고 소리치며 권 후보를 비판했다.

더 이상 유세 진행이 어렵게 되자 권 후보는 “어떤 난관이 있든 어떤 도전이 있든 저 권영진은 대구 변화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당당하게 전진하겠다. 6월 13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승리하겠다”면서 발언을 마쳤다.

권 후보는 발언 전에 기자들과 만나 “협의를 하는 중”이라며 “요구를 협의하는 중인데 계속해서 안 받아 준다고 비판하고, 반대하고,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후보는 “지난 시장으로 4년 동안도 장애인을 위해 일 해왔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대구시지체장애인협회장이 맡을 정도로 장애인 친화적인 사람”이라며 “일부 장애인들이 자기들 요구에 사인을 하라고 하면, 지킬 수 없는 사인을 어떻게 하느냐. 그래서 협의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권 후보 측은 420장애인연대가 지속해서 선거운동을 방해하면 선거법에 따라 조치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420장애인연대 측은 협약 내용이 2014년 선거에서 맺은 협약 수준으로 당시 달성하지 못한 걸 이행하자는 수준이라면서 권 후보 말처럼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니라고 반발했다.

420장애인연대는 대구시장에 출마한 후보자들에게 ▲장애인 복지 공공시스템 구축 강화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환경 조성 ▲장애인의 탈시설, 자립지원 체계 강화 등 5개 주제와 관련된 정책 협약을 맺고, 당선 후 공약 이행을 위한 세부 계획 수립을 합의하려 했다.

한편, 임대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는 정책 협약을 체결했고, 김형기 바른미래당 대구시장 후보는 420장애인연대의 정책 협약 제안에 응답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