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숙 의장 외 ‘논문 표절’ 대구시의원 또 있나?

대구시의원 30명 가운데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 18명
배지숙 의장 제외 12명, 논문 쓰고 석사·박사 학위 취득
김규학 대구시의원, 2013년 2월, 12월 두 곳에서 박사학위 취득
유사도 검사 결과 10% 미만 결과, 드러나는 표절은 없어

16:17

지난 10월 5일 경북대 연구윤리위원회는 배지숙(50, 자유한국당) 대구시의회 의장의 석사논문에 대해 표절 판정을 내렸다. 배 의장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스스로 석사 학위를 경력에서 삭제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그리고 시민단체의 의장직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배 의장은 지난달 15일 <영남일보> 기자와 통화에서 “이번 일이 이렇게 ‘마녀사냥식’으로 끝날 게 아니라 지방선거에 나온 모든 출마자들과 정치권 인사들의 논문 전수조사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뉴스민>은 배 의장 이야기대로 대구시의원 당선자들의 학력을 바탕으로 논문 표절 여부를 전수조사 했다. 경북대 연구윤리위원회가 배 의장 논문을 두고 KCI(한국학술지인용색인) 논문유사도검사를 한 결과 45% 표절 결과가 나왔다.

다른 대구시의원 논문도 배 의장과 마찬가지로 논문유사도검사 시스템을 활용해 확인해 봤다. 표절에 대한 정의는 조금씩 차이는 있어 해당 결과만으로 표절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유사도 검사는 표절 검증에 기초적인 절차로, 2010년대 들어서는 대부분의 대학이 학위 논문 제출 전 KCI 논문유사도검사 결과를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구시의원 30명 가운데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 18명
배지숙 의장 제외 12명, 논문 쓰고 석사·박사 학위 취득

▲대구시의회 [사진=대구시의회]

대구시의원은 모두 30명(지역구 27명, 비례 3명)이다. 학력으로 보면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가 18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대졸 8명, 전문대졸 2명, 대학 재학, 고졸이 각 1명씩이다.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 18명 모두가 학위 논문을 쓰지는 않았다. 특수대학원은 논문을 작성하지 않더라도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과정이 있다. 강민구(더불어민주당, 경북대 경영대학원), 이만규(자유한국당, 영남대 경영대학원), 장상수(자유한국당, 경북대 행정대학원), 하병문(자유한국당, 경북대 정책정보대학원), 황순자(자유한국당, 대구대 산업행정대학원) 등 5명이 이에 해당한다.

표절 판정이 난 배지숙 의장을 제외하면 12명이 논문을 제출하고 학위를 받았다. 이 중 3명은 KCI 논문유사도 검사 결과를 통해 검증할 수 없었다. 김지만(자유한국당, 와세다대학 법학박사) 의원 논문은 일본어로 되어 있어 검사기를 활용할 수 없었고, 박우근(자유한국당, 계명대 정책대학원), 윤영애(자유한국당, 영남대 행정대학원-대구한의대 사회복지학) 의원은 논문이 비공개 요청 상태였다. 기본적으로 학위 논문은 해당 대학에서 검색과 확인이 가능하고, 본인이 비공개를 요청하면 논문 파일로 공개하지 않고, 대학 도서관에서 논문집 열람만 가능하다.

김규학 대구시의원, 2013년 2월, 12월 두 곳에서 박사학위 취득
유사도 검사 결과 10% 미만 결과, 드러나는 표절은 없어

▲뉴스민은 KCI 논문유사도 검사 시스템을 통해 시의원들의 학위 논문을 검사했다.

<뉴스민>은 이들을 제외한 9명의 논문을 KCI 논문유사도검사 시스템으로 검증해봤다. 강성환(자유한국당) 의원의 2000년 7월 영남대 행정학과 석사논문과 박갑상(자유한국당) 의원의 2010년 1월 경북대 경영학과 석사논문은 ‘검사 불가’로 나왔다. ‘검사 불가’는 논문유사도검사 시스템이 논문 파일을 글자로 인식할 수 없을 때 나타나는 결과다.

김규학(자유한국당, 경북대, 대구한의대 박사) 의원은 2013년에만 2개 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규학 의원은 2013년 2월 대구한의대 사회복지학과, 같은 해 12월 경북대 정치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사도는 각각 2%로 나왔다.

김병태(자유한국당) 의원의 2008년 2월 영남대 스포츠과학대학원 석사논문은 유사율 37%로 나왔으나, 검사 대상 논문 대부분이 김 의원 논문 이후에 나온 것 이었다. 오히려 다른 논문들이 김병태 의원 논문을 출처를 밝히지 않고, 표절한 것이라 볼 수 있다. 2011년 12월 영남대 체육학과 박사논문은 유사도 8%가 나왔다.

김성태(더불어민주당) 의원의 2013년 6월 경북대 행정대학원 석사논문은 유사도 9%가 나왔고, 송영헌(자유한국당) 의원의 2013년 6월 경북대 행정대학원 석사논문은 유사도 19%가 나왔다. 송 의원의 경우, 논문 유사도 검사 대상이 된 논문들 중 송 의원 논문 보다 늦게 작성된 논문도 포함됐다. 이를 제외하면 유사도는 10%에 미치지 않는다.

2000년 12월 대구교대 유아교육 석사 학위, 2015년 2월 대구한의대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태손(자유한국당) 의원 논문은 각 7% 유사도를 보였다. 2006년 6월 경북대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은 임태상(자유한국당) 의원 논문 유사도는 6%로 나타났고, 2017년 6월 경북대 산업대학원 건축전공 석사학위를 받은 홍인표(자유한국당) 의원 논문 유사도는 3%로 나타났다.

▲왼쪽이 배 의장이 표절한 논문, 오른쪽이 배지숙 후보의 경북대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KCI 논문유사도 검사 결과 45% 유사도가 나왔다.

배지숙 의장처럼 ‘논문유사도’ 검사만으로 명백히 논문표절로 판정할 수 있는 다른 대구시의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KCI 논문유사도 검사는 6어절 이상 일치, 인용문장, 출처표시문장을 포함하는 것을 기준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