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포항시, 의회, 주민 목소리 안들어···SRF반대 계속”

양은향 오천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 반대 어머니회 사무국장
"우리가 감시하지 않으면 정치인과 행정가들은 정말 엉망으로 일 하는구나"

12:13

양은향 오천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 반대 어머니회 사무국장은 2019년 2월, 포항SRF가 가동되고 나서야 아파트 인접한 곳에 SRF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당시 아파트에 붙은 SRF 반대 전단을 보고 SRF가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 검색해보니 이름은 어려워도 결국 ‘쓰레기 발전소’라는 뜻이었다.

그제야 SRF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한 양 사무국장은 더 많은 문제점을 알게 됐다. 포항 공항 때문에 고도제한이 걸려, 굴뚝 높이가 34M밖에 되지 않는다. 주거단지인 데다가, 학교도 많아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느낀 양 사무국장은 반대 집회에도 나가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이미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 등 주민으로서 의견을 낼 수 있는 단계는 모두 끝나 있었다. 이웃들에게 물어봐도 몰랐다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왜 건설 전 단계에서 의견을 낼 수 없었던 것일까. 양 씨는 생각해보니 포항시의 잘못된 행정이 문제였다. 또한, 주민 목소리를 행정에 반영하고 행정을 견제·감시해야 할 시의원들도 문제였다.

시의회 회의 기록을 살펴보니, 오천읍 선거구의 시의원 3명 중 1명(박칠용)은 꾸준히 SRF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나머지 두 시의원(이나겸, 박정호)은 SRF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양 씨는 이들이 시청 편을 들어 민의를 전달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양은향 오천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 반대 어머니회 사무국장

“회의 자료를 봤더니, 2015년도에도 이나겸 의원이 SRF 관련 언급을 했더라고요. 그때라도 제대로 알렸다면 주민들이나 포항시에도 도움이 됐을 겁니다. 그런데 의원들은 포항시장만 따라다니지 잘못된 행정에 대해서는 견제도 감시도 전혀 하지 못했어요. 의원과 시장이 정당이 같으니 서로 지적하지도 않고. 그러니 주민소환이라도 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8일 주민소환 결과, 투표율 미달로 투표함을 개봉하지 못했다. 이날 포항시 오천읍 유권자 4만 4,028명 중 9,577명(21.75%)이 투표해, 투표함 개봉 요건(유권자 ⅓인 1만 4,676명 투표)을 충족하지 못했다. 양 사무국장은 주민소환 무산에도 SRF 시설과 행정의 문제를 알리려 했던 목적은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양 사무국장은 앞으로도 시청 항의를 이어나가며, 소송 등 대책도 계획하고 있다.

“누군가를 끌어내린다는 건 사실 지역 어른들 정서상 거부감이 있어요.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런 만들 많이 해요. 시의원들이 잘하겠거니 했죠. 그런데 이 일로 막상 알아보니 그게 아니구나. 우리가 계속 감시하지 않으면 정치인과 행정가들은 정말 엉망으로 일을 하는구나. 이제라도 눈 뜨고 지켜봐야겠구나. 이런 걸 많이 느꼈어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느 정도 경종은 울렸다고 생각해요. 투표 공고문도 가정마다 전달됐고, 반대 과정에서 주민투표에 찬성하지 않더라도 SRF는 문제가 있다고 느낀 주민들도 많고. 앞으로 있을 지역 선거에서도 SRF는 무시 못 할 주제가 될 겁니다. 앞으로가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