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코로나19로 민간병원 진료 기피…경북, 의료 인력 지원 절실

최기문 영천시장, "선별진료소 확대, 인력 충원, 음압병실 확보 중요"

21:21

“우리 아기가 아픈데 3시간 넘게 진료를 못 받고 있습니다. 이 병원 가라, 저 병원 가라 하는데 아이 아픈 건 어쩌란 말입니까”

영천시민 원모 씨(40)는 배가 아픈 딸을 데리고 병원에 갔지만, 진료를 받지 못했다. 딸의 체온이 38도였기 때문이다. 다른 병원도 가 봤지만, 선별진료소를 운영 중인 곳으로 가라고만 했다. 결국 원 씨는 영천시보건소로 향했다.

원 씨는 보건소에서도 딸의 처방을 바로 받지 못했다. 18일 영천시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의심 증상을 호소하며 검진받으러 온 시민들이 많았다.

기다리다 지친 원 씨는 “아기가 아파서 내과에 갔는데 진료를 못 하겠다고 한다. 무조건 보건소에 가라고 한다. 아이는 학원도 안 다니고 집에만 있었다”라며 “배가 아픈 걸 먼저 해결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오늘 3시간 돌아다니고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원 씨는 “그런데 보건소에서도 진료는 안 본다고 한다. 그게 말이 되나. 다른 걸로 아파서 온 사람은 그럼 어떻게 하나”라고 호소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원 씨의 딸이 진료를 받으려면 다시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일반 병원에서는 소아과 질환 가능성이 높은 이런 상황에서도 진료 거부할 우려가 크다. 만약에라도 확진자가 병원에서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이라며 “보건소도 일반 진료는 중단한 상황이라 코로나 감염 여부만 확인할 수 있다. 이후에 다른 병원에 가서 보건소 확인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일, 영천시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영천시보건소 앞에 진료를 받기 위해 시민이 몰렸다

진료와 감시 체계가 통일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도 있었다. 37번째 확진자와 접촉했던 남성 A 씨 사례다. A 씨는 이날 진료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보건소를 방문했다. 하지만 진료를 받을 수 없었다.

“지금 회사가 나 하나 때문에 밥도 다 따로 도시락으로 먹고 있습니다. 보건소가 검사 하자고 해서 왔는데 또 안 된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자가격리 중이면 오지 말라고 하든지, 오라고 해서 왔는데 왜 안 된다고 합니까”(A 씨)

보건소 관계자는 “오라고 해서 온 경우, 증상 있다고 하니 방문하라고 할 수 있다. 한 번에 다 (결정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역학조사관이 있다. 다시 판단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영천시는 현재 선별진료소가 영천시보건소 포함 2곳을 운영하고 있다. 확진자 발생으로 시민들이 선별진료소로 몰리지만, 벌써부터 업무 과중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관내 확진자가 입원할 수 있는 음압병실이 없다. 대구, 경주, 포항 등 다른 도시로 이송해야 하는데 별도 인력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원 씨 사례처럼 민간 병원에서 진료할 수 있는 다른 환자도 선별진료소를 찾는다.

보건소 관계자는 “지금은 검체 채취를 전부 다 할 수 있는 인력이 안 된다. 확진자 발생 때마다 (지정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하는데, 오늘은 안동까지 이송해야 할 상황이 생겼다”라며 “우리도 주말에 계속 근무하겠지만, 만약 확진자가 지금보다 더 늘어난다면 인력에도 한계가 있으니 상황은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4시께 최기문 영천시장이 영천시보건소를 방문했다. 최 시장은 장기적으로 선별진료소 확대, 인원 충원, 음압병실 확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시장은 “선별진료소 확대, 인력 충원, 음압병실 확보가 중요하다. 오늘 확진자를 이송하려 했는데 동국대병원도, 포항의료원도 어려웠다. 그래서 안동까지 갔다. 지금 진료 업무를 보는 직원들의 업무 교대가 안 되는 것도 문제”라며 “당장 진료소나 인력을 늘리는 건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도 시민이 숨기지 않고 자발적으로 협조해주는 것이 고맙다”라고 말했다. 의료현장의 진료 거부 우려에 대해 최 시장은 “의사의 판단을 행정이 뭐라 하긴 어렵다”라고 답했다.

21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질병관리본부가 확인한 영천시 코로나19 확진자는 4명이다.

▲20일 오후 4시, 최기문 영천시장이 영천시보건소를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