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줄더니 관심 떨어져”…처우 개선 기약 없는 대구 간호사들

대구시, 2차 대유행 대비 계획...일반 환자 대책 없어
대구 간호사에 수당, 자가격리, 코로나19 검사도 없다
코로나19 의료현장, 간호사 희생 강요하는 '젠더' 문제
"간호사 처우개선 없이는 2차 대유행 대비 어렵다"

17:02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한 후 의료진이 병원을 코로나19 환자만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는 데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간호사실과 병실 사이 비오염 구역(전실)을 확보하는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아 병원 건물 전체를 코호트 격리했다. 대구의료원은 복도에 음압 병상을 더 마련하기 위해 낮에는 복도에 가벽을 세우고, 저녁에는 갓 만들어진 복도 병상에 확진 환자를 받았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병원을 비우고 간호사들은 짐을 챙겨 임시 컨테이너로 이사했다.

지난 2월 18일 대구서 첫 확진자 발생 후 딱 4개월이 지났다. 18일 기준, 대구에서만 6,896명이 확진됐고, 185명이 숨졌다. 확진자 중 6,759명이 완치돼 96.9% 완치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10일 확진자 발생 52일 만에 확진자 0명을 기록한 이후, 하루에 0~3명 정도 확진자가 나오며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전담 병원들은 일반 진료를 시작했다. 현장 의료진들은 지금이 2차 대유행을 대비할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대구는 어떨까?

지난 17일 오후 4시 대구시 중구 혁신공간 바람 2층 상상홀에서 ‘병원 노동자 갈아 넣은 대구 코로나19 전담병원’ 토론회가 열렸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지역지부(경북대병원, 대구가톨릭대의료원분회), 보건의료노조 대구경북지역본부(영남대의료원, 대구보훈병원, 근로복지공단대구병원지부), 대구의료원노동조합이 공동 주최했다.

대구시, 2차 대유행 대비 간호사 2,416명 충원 계획
일반 환자 대책 없어…1차 때와 같은 소요 우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기준으로 인력 확보해야”

대구시는 2차 대유행 시 대구 인구의 0.5%(12,164명)가 확진될 거라는 가정을 세우고, 대비계획을 밝혔다. 환자 발생 초기 병원과 생활치료센터를 동시에 가동하고, 중증은 대구의료원 등 일반병상 707병상, 최중증은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 235명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또 의사 372명, 간호사 2,416명 등 의료 인력 2,940명을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경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계명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영남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5개 중환자실은 모두 227개 병상이다. 대구시 계획대로 235병상을 마련하려면, 기존 중환자실 환자를 모두 내보내야 한다. 기존 환자에 대한 대책이 없다.

대구의료원은 지난 2월 20일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후, 이틀 만에 전체 병동을 비우고 확진 환자만 받았다. 기존 입원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보내기 위해 애를 쓴 건 오롯이 간호사 몫이었다.

허선우 대구의료원 간호사는 “저희 병원에는 거처가 일정하지 않은 환자도 많았고 집에 혼자 가기 어려운 분도 많았다. 병원 소개를 하는 동안 환자들의 불만이 저희에게 다 왔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소개령’ 떨어진 대구의료원의 하루, “나가도 우리 엄만 죽고, 여기서도 죽는다”)

최호정 대구동산병원 간호사는 “처음 저희 병원이 거점 병원으로 지정될 때 오전 직원 회의 후 3시간 동안 모든 게 이루어졌다. 입원 환자도 있었고, 그날 외래 예약 환자도 있었다”며 “대구시 계획처럼 상급병원 중환자실에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면, 일반 중환자실은 갑자기 어디로 가야 할까”라고 지적했다.

▲지난 2월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간호사 인력 확보 방안도 관건이다. 단순한 충원이 아니라 효율적인 환자 치료에 필요한 인력 분배가 필요하다. 코로나19를 진료하는 의료진은 방호복을 입고 2시간마다 교대 근무를 한다. 또, 간호사 외에 요양보호사, 간병인 등이 들어갈 수 없다. 이들은 감염병 특성상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기준 2배 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간호사 1명당 환자 5~7명을 담당한다.

최 간호사는 “1차 때 많은 외부 파견 간호사가 왔지만 저희 병원 전산 시스템이나 시설에 익숙지 않아 많이 힘들어했다. 인원은 많았지만 경력도 다양해서 파견자 중에서도 고경력자가 신규 교육까지 병행했다”며 “간호 인력 2,400명을 확충한다는 것이 결코 많은 인력이 아니다. 2인 1조로 2시간 휴게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5조3교대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간호사도 “저희도 초기에는 인력이 부족해서 3교대에서 2교대로 전환해야 했다. 방호복을 입고 6시간까지도 근무했다. 한사랑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생기면서 요양병원 환자들이 입원하는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며 “환자의 식사, 배설물 등까지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가 했다.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인력 확보를 위해 간호간병통합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평소에도 서비스를 유지해야 코로나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현 사회진보연대 정책교육국장는 “정부 일자리위원회는 장기적으로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5명까지 줄이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대구지역은 3,309명의 추가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더욱이 현재 코로나19 대응에 참여하는 공공병원인 경북대, 칠곡경북대, 대구의료원, 대구보훈병원은 모두 간호 2등급이다. 1등급인 민간병원에 비해 간호 인력 여유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수당, 2주 자가격리, 코로나19 검사도 없다
대통령·총리까지 다녀갔는데…파견 의료진과 차별 대우
“처우개선 없이는 2차 대유행 대비 못 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현장 간호사들은 하나같이 파견 간호사와 차별 대우를 지적했다. 파견 의료진에게는 지원하는 수당이 대구 간호사들에게는 지원되지 않았다. 대구시는 전담 병원 손실보상위원회에 관련 항목이 추가되도록 정부에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수당 지급 규정이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 기사 = “저희는 건강권, 휴식권 없나요?”…코로나 전담 대구 의료진 피로 누적말로만 덕분에? 특별재난지역 의료진 지원 대책 없는 정부·대구시)

정부는 대구·경북 지역으로 오는 파견 의료진에게는 특별활동지원수당 1일 20~55만 원을 지급하고, 건강권과 휴식권 보장을 위해 근무 후 2주 동안 공가 또는 유급휴가를 보장하라고 했다. 하지만 현지 간호사들은 수당은커녕 2주간의 휴가도 없이 일반 환자 병동에 투입됐다. 코로나19 검사도 지원하지 않았다.

이경화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간호사는 “차츰 코로나 환자가 줄어들면서 두 달 만에 지정병원 해지 통보를 받고 기뻤지만 유종의 미는 없었다. 방호복이 제일 안전하다며 자가격리와 코로나 검사도 할 필요 없다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두 달 동안 위험 속에서 묵묵히 견뎌온 우리였다. 아직도 그 누구도 이 차별을 해결해주지 않고 있다. 파견 의료진과 차별을 둔다면 누가 지정병원에서 계속 일하고 싶어 하겠나”고 꼬집었다.

▲지난 2월 소개령이 떨어진 대구의료원

허 간호사도 “보상을 바라고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노동강도가 점점 세지고 휴일 없이 일하다 보니 이 상황이 끝나면 어떤 보상이 있을까 기대하게 됐다. 대통령도 오시고, 총리까지 저희 병원에 오시면서 기대감이 커졌다”며 “지금은 상황이 끝나는 걸 기다리는 게 아니라 가을, 겨울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더욱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진자가 줄어들다 보니 관심도 떨어지는 거 같다. 우리가 정말 영웅인 듯했지만, 이제는 아니”라며 “오늘 아침까지도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진료했다. 앞으로 더 힘을 내서 일하려면 처우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의료진의 안전을 위해 의료장비, 방역 물품 문제도 꼬집었다. 확진자가 급증할 때는 방호복이 모자라 실제로 우비를 준비했다. 순환펌프기(PAPR), N95 마스크도 부족해서 알코올로 소독해 재사용하기도 했다. 전국에서 보내온 기부 물품으로 방호복, 고글, 마스크 등을 충당했지만 그마저도 성능이 제각각이었다. 실제로 지난 4월 대구의료원에서 확진 환자를 돌보던 간호사가 코로나19에 감염되기도 했다.(관련 기사 = 코로나19 전담병원 대구의료원에서 의료진 첫 확진자 발생)

최 간호사는 “방호복을 소독해서 재사용했을 때 안전하다는 기준이 없었다. 갑자기 재사용해도 된다는 지침으로 바뀌었을 때 현장에서 불안감은 엄청났다”며 “저희가 전쟁 세대는 아니지만, 전우애로 코로나를 대응했다. 결론적으로는 잘 대응했지만, 뿌듯함이 없는 게 아쉽다. K방역은 운이 좋았다. 2차 대유행은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호사 희생 강요하는 ‘젠더’ 문제
“사명감과 희생으로는 현장 지속하기 어려워”

▲김혜영 계명대 간호대학 교수

18일 오후 2시 대구여성가족재단은 ‘코로나19, 의료현장에서 젠더문제’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발표자로 나선 김혜영 계명대 간호대학 교수는 간호사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를 ‘젠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것은 매우 노동집약적이다. 여전히 간호사의 전문적인 역할보다 희생적인 역할로 미화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비화된다”며 “나의 희생으로 국민을 구할 수 있는 교육을 대학 때부터 배운다. 우리 사회의 기대 역시 간호사에게 희생을 강요한다. 마치 엄마에게 강요하는 희생과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간호사들이 감염 가능성도 높고, 처우 불공정성도 느끼지만 사명 의식은 높다. 적절한 보상 없이 이들의 사명감을 소진시켜야 하는가”라며 “사명감은 때로는 강요된 압박이 하기 때문에 지속하기 어렵다. 앞으로 다가올 2, 3차 대유행을 대비하기 위해 환자 일선을 지키는 의료진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