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8분 접종 시작하겠습니다.”
26일 오전 대구 중구보건소, 직원의 한 마디와 함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중구보건소 첫 접종자로 나선 이는 중구에서 요양시설은 운영하는 김혜원(61) 닥터김노인요양센터 원장이다. 김 원장을 시작으로 센터 직원 9명이 추가로 접종을 마쳤다. 중구보건소에 따르면 26일 중구보건소에서 이뤄지는 접종은 모두 20명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시작된 접종은 만 65세 미만을 대상으로 먼저 진행된다. 정부는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백신의 효과가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추가 임상 정보가 확인될 때까지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접종을 미뤄둔 상태다. 정부 결정으로 애초 요양병원, 시설 등 종사자와 입소자 약 64만 명이 26일부터 접종 예정이었다가 27만 명 정도로 줄었다.
닥터김노인요양센터의 경우에도 이날 접종을 마친 10명을 포함해 직원 70명은 접종을 순차적으로 진행하지만, 입소자는 1명만 접종 대상에 포함됐다. 김 원장은 입소자가 모두 100명 정도라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과성 문제 때문에 접종이 늦춰진 것으로 안다. 하루빨리 다른 백신으로라도 접종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혹시 있을지 모를 부작용과 직원들의 두려움을 불식시키기 위해 본인이 가장 먼저 접종을 받기로 했다. 그를 비롯한 직원들은 접종을 마친 후 15분 정도 따로 마련된 관찰실에 머물며 부작용을 살폈지만 부작용은 없었다. 김 원장은 “열이 난다거나 접종 부위가 부어오르는 것 같은 현상은 없다”며 “접종을 하기 전에는 긴장도 했지만 맞고 나니까 이런 걸 무서워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접종 과정을 살피던 류규하 중구청장은 김 원장을 비롯한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류 구청장은 “접종 후 두시간 동안은 어지럼이 있을 수도 있다”며 주의를 주면서도 “저도 뉴스를 접하면서 불안함이 있었지만 오늘 보니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예방주사 맞던거랑 대동소이하지 않나 생각된다. 용기 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소감을 전해달라는 부탁에 “저희만 맞아서 되는 게 아니니까 순서가 되면 다들 빨리 접종을 해주셨으면 감사할 것 같다”며 “전혀 겁내실 거 없을 거 같다. 저도 그렇고 직원들도 겁을 냈지만, 지금은 다 편안하다. 저희들은 다 괜찮다”고 말했다.
집단 면역 형성을 위해선 대략 인구의 70% 정도가 항체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게 정부나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 원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접종이 빛을 보기 위해서도 시민들이 접종에 나서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더불어 지난해 11월 3차 유행 이후 매주 이어지고 있는 검체검사에서도 요양병원과 시설 종사자들이 벗어날 수 있다.
이날도 접종을 마친 한 직원은 류 구청장에게 “백신 접종이 마무리되면 매주 하는 검체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김 원장도 “검체하는 간호팀도 그렇고, 저희 직원들도 그 부분이 힘들긴 하다”고 덧붙였다.
황석선 중구보건소장은 “지금으로선 검체 검사를 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위험도가 떨어지고 걱정을 안 해도 될 쯤이 되면 지침도 변경되지 않을까 싶다”며 “검사를 함으로해서 건강 상태도 확인할 수 있고, 가족들 건강이나 시설 가족 건강도 확인할 수 있으니까, 함께 해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오늘부터 실시되는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 백신 접종 대상은 210개소 1만 2,148명이다. 1회 접종은 3월까지 완료하고, 4월부터 2회 접종을 실시한다. 병원 자체 접종이 가능한 8곳은 자체 접종을 하고 그렇지 못한 곳은 방문 접종, 보건소 접종 등을 통해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