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 공채에 동남아사 전공자를”···경북대 채용 논란

사학과 교수 "불공정 인사비리" 주장하며 천막농성
본부, 채용 보이콧 교수들에 "고발 지침" 공문

10:42

경북대학교 인문대학 사학과 신임 교수 공채 과정에서 채용 불공정 논란이 불거졌다. 사학과 일부 교수들은 학교 본부 측이 모집 대상 전공과 전공과목이 일치하지 않는 지원자에 대한 채용을 강행하려 한다면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14일 오전 8시 30분께 사학과 교수 6명(김유경, 전현수, 정재훈, 최윤정, 윤영휘, 황태진)이 경북대 본부 현관에서 2021학년도 사학과 공채 중단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이 이번 공채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면접 대상자로 선정된 최종 후보자가 모집 대상 전공자가 아니며 ▲학교 규정상 학내 심사위원 성원을 충족하지 못한 상황에서 심사를 진행해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14일 경북대 사학과 교수들이 전임교원 공채 중단을 요구하며 본부 천막농성에 나섰다.

■쟁점 1. 동남아시아사와 중국근현대사, 전공 불일치인가?

이번 공채에 지원한 A 박사는 싱가포르 국립대학에서 전시기(1937-1949) 동남아 화교송금과 화교 기업가의 대응을 주제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집필한 논문도 동남아시아 화교나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관련 연구가 주를 이룬다. 중국근현대사 전공자를 뽑기로 한 당초 공채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채 중단을 요구하는 교수들은 전공 불일치를 이유로 A 박사가 공채 대상도 아니며, A 박사가 중국근현대사 교육을 할 수 있더라도 전공 심화 과정까지 수행할 순 없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한국연구재단 연구자 명단에 본인 스스로 동남아시아사 전공자로 등재한 A 박사를 어떻게 중국근현대사 전공 모집 심사 결선에 올릴 수 있나”며 “모집 분야에 더 적합한 지원자들이 결선에 올라오지 못하고 탈락한 상황이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경북대 본부 측은 학과 심사위원들이 참여한 심사위원회에서 A 박사를 포함한 지원자에 대해 심사를 마쳤으며, 심사 결과 A 박사가 가장 우수한 성적을 기록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쟁점 2. 일부 심사위원 보이콧에도 진행되는 공채, 절차 위반인가?

공채 중단을 요구하는 교수들은 A 박사의 전공 불일치를 주장하며 학과 심사위원 6명 중 2명이 심사 단계에서 보이콧에 나섰기 때문에 공채를 더이상 진행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경북대학교 전임교원 공개채용 심사 규정에 따르면 공채 대상 학과 심사위원회는 5인 이상 9인 이내 심사위원으로 구성돼야 한다. 1~3단계로 나눠진 학과 심사 중 3단계 심사의 심사위원은 원칙적으로 학내위원으로만 5인 이상 9인 이내로 구성해야 한다.

3단계 심사 과정에서 학내 심사위원 6명 중 2명이 심사 점수 입력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보이콧에 나섰기 때문에, 학내 심사위원으로만 5명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공채 중단 교수들은 규정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관례상으로도 심사 결과를 제출한 심사위원이 5명을 넘기지 못하면 인사가 중단됐다고도 설명한다.

대학본부는 점수 입력을 거부하더라도 심사위원으로서 심사에는 참여한 것이기 때문에,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심사를 보이콧한 전현수 사학과 교수는 “불공정 심사라서 심사 결과 제출을 거부했다. 이 경우 인사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률 자문도 받았다”고 반박했다.

한편, 대학본부가 심사를 보이콧한 교수들에게 고발을 예고하며 압박했다는 반발도 나왔다. 지난달 25일 경북대 교무처가 인문대에 보낸 공문에는 “심사표가 제출되지 않아 공채 진행이 중단될 경우 관련자에게 징계 및 형사고발 등 행정처분 조치를 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신희 경북대 교무처장은 “성적을 입력해달라는 간곡한 표현이었다”고 설명했지만 반발은 농성으로 이어졌다. 공채 중단을 요구하는 교수들은 이번 사건을 국가권익위원회에 신고하고, 감사원에도 감사 청구할 계획이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가운데)에게 사학과 교수들이 전임교원 공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