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바시] 장애인, 비장애인 벽을 허무는 연극인 박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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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를 바꾸는 시간, 대바시] 대구에는 많은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대구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차별에 맞서 싸우거나, 이웃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거나,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도 있고, 일상의 작은 변화를 꿈꾸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뉴스민은 2021년부터 대구를 바꾸기 위해서 노력하는 시민의 이야기를 짧은 강의 형식을 빌려 전하고자 합니다. 내가 꼭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 주변의 사람을 추천해주고 싶다는 분들이 있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newsmin@newsmin.co.kr, 010-8585-3648)

다섯 번째는 극단 함께사는세상에서 30년째 연극을 하고 있는 박연희 씨입니다. 배우, 연출가로 활동하는 박연희 씨는 장애인, 비장애인의 문을 허무는 연극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문턱 없는 극장을 열고, 장애인과 함께 연극을 만들고 있습니다. “다름의 차이를, 그 사이를 발견하는 일, 장애인 당사지 이야기를 듣고 연극적인 경험을 같이 공유하면서 함께 배우고 있다”는 박연희 씨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안녕하세요. 극단 「함께사는세상」에서 연극을 하고 있는 박연희입니다.

고등학교 연극반 활동부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 하나의 질문이 있었는데요. 과연 내가, 내 삶이, 내 존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질문은 어릴 때부터 시시때때로 저를 찾아오는 그런 질문이 있었습니다. 일상 속에서 그 해답을 발견할 수가 없어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 그것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고자 했습니다.

연극이라는 가상의 시간과 공간, 허구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 보는 일을 하면서 존재에 대한 우울증, 이런 부분을 일정 정도 해소를 했던 거 같습니다. 극단 「함께사는세상」에 입단할 즈음에 대구에서 민족극한마당 행사를 하게 됐습니다. 전국 각지에 있는 마당극 하는 단체들이 와서 마당극 공연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풀이하는 축제였죠.

그곳에서 제가 봤던 공연이 광주 놀이패 신명의 <일어서는 사람들>, 광주 5.18을 다룬 마당굿이었고요. 극단 「함께사는세상」의 전신이었던 놀이패 탈에서 공연했던 거창 양민 학살 이야기<[이 땅은 니캉내캉>라는 작품이었습니다. 작품을 보면서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게 되는데요. 우리가 몰랐던 분단이라는 민족적 현실. 이 속에서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데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들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것을 아는 사람들과 모르는 사람들 그 속에서 현재적 삶이 과연 이렇게 일상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극단 「함께사는세상」에서 본격적으로 마당극 활동을 하게 되지요. 그래서 분단이라는 민족적 현실, 그리고 계급 모순 이런 주제에 맞는 작품을 주로 창작하고 시민들과 만나고 나누는 활동들을 하게 됩니다. 극단 「함께사는세상」도 마당극의 내용과 양식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합니다. 기존 무대극이 가지고 있었던 제4의 벽, 그러니까 배우와 관객의 선, 배우가 살고 있는 시간과 공간, 관객이 살고 있는 시간과 공간이 달랐던 그 벽을 허무는 작업을 극단에서 극장 공연에서 어떻게 녹여 낼 수 있을까. 고민을 참 많이 했습니다.

관객과 제4의 벽이 없는 경계 없는 공연으로 우리의 이야기,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 그리고 사회적 시스템의 전반, 민주화에 대한 열망들을 담아내고자 그런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의 개인적인, 연극적인 열망들은 극장 안에서 이렇게 소통하고 토론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극장을 찾지 못하는 관객들도 있습니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서 현장으로 나가자. 다양한 실험들과 현장 속에서 소통하는 일들을 하자고 해서 거리극을 창작하고 공연을 하게 되죠.

최근에는 장애 예술의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대학 졸업 이후에 어느 치료실에서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치료 교육을 하고 있었고, 부모님들과 소통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그때 진로가 특수교육이 아니고 연극으로 가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들이 많이 섭섭해하셨거든요. 그때 제가 약속을 했어요. 연극을 하더라도 반드시 꼭 예술 현장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을 하겠다고 약속했던 기억이 납니다.

본격적으로 이제 장애인문화예술교육 작업을 시작했던 것은 「함께사는세상」이 6년 전에 대명동으로 소극장 함세상을 만들어 이전하면서입니다. 문화예술공간이 생긴 거죠. 이 공간을 어떻게 불릴 것인가. 문턱 없는 공간으로 가자. 이런 합의가 있었고요. 계단을 없애고, 경사로를 설치하고, 이 동네에서 장애인이든 어린이든 노인이든 누구라도 일상적으로 와서 연극을 만들고 같이 놀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공간을 만들어 보자.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발달장애인, 그리고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과 연극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때 제가 또 새로운 인연으로 만났던 사람들이 지체장애인분들, 집에서 30년 만에 자립을 한 장애인분들, 아주 오랫동안 시설 생활을 하다가 지역으로 자립하게 된 장애인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분들이 30년 만에 외출하고 세상을 만나고 숨을 쉴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역시 인터뷰를 통해서 살아있는 생생한 이야기로 창작 공연을 하게 됩니다.

그 작품이 <괜찮다, 정숙아. 골방탈출>이라고,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연을 극장에서 올리게 되죠. 장애인연극제라고 해서 무엇보다 이분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어떤 예술적인 공간,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5년 전부터 장애인 연극제를 열어서 네트워크를 만들고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연극화하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제가 거기서 소중하게 얻었던 것은 저희는 공동창작을 통해서 작품을 생산하게 되는데 사실 전혀 다른 목소리와 그리고 몸짓, 이 차이들, 이 다름의 차이를, 그 사이를 발견하는 일, 장애인 당사자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가진 연극적인 경험을 같이 공유하면서 함께 배우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배운다는 새로운 예술적인 그 감각, 감각을 발견하는 일, 예술적인 목소리, 몸짓을 발견하고 실험하는 일들로 굉장히 큰 자극을 줬던 경험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일상적인 삶 속에서 지역에 살고 계시는 장애인분들이 극장을 찾게 되고 연극 수업도 하고 공연도하고 있습니다.

제가 앞으로 어떤 연극 작업을 하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데요. 이미 제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질문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작업을 할 것인가로 변화가 됐고요. 일상 속에서 우리의 지역에서 함께 공연을 나누는 일. 그 작업은 좀 더 취약계층, 좀 더 우리의 일상에서 보이지 않는 곳 들리지 않는 곳에 계신 분들을 위한 이야기를 담아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후에 연극 작업을 하게 된다면 일상, 우리가 일상적으로 숨 쉬고 있잖아요. 이렇게 들이마시고 내쉬고 들이마시고 내쉬고 자유롭게 이룰 수 있어야 되는 세상에 대한 어떤 희망 이런 것들을 가지면서 일상을 함께 지역에서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자. 어떤 큰 사건이라든지 해결해야 될 문제, 이런 부분을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서 일상적인 만남들을 통해서 좀 만들어 가보고자 하는 그런 생각들이 좀 많이 들고 있습니다.

건강한 예술생태계를 만들어야 되겠다. 오랫동안 닫혀있던 극장의 문을 조금씩 열면서 이제는 공연을 위한 특별한 시간과 공간을 경계가 없는 제5의 벽, 차별과 배제. 그게 연극에 있어서 제5의 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벽을 허물자. 누구라도 찾아와서 이곳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으면 몸짓으로, 몸짓이 불편하면 목소리로 어떤 것이든 그것을 담아서 우리 이렇게 살고 있어. 우리 이렇게 살아갑시다. 우리 이 문제 같이 좀 고민하고 공유하면서 만들어 갑시다. 그러면서 즐거운 놀이터가 될 수 있는 그런 연극을 꿈꿔봅니다.

장애인 당사자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관객들이 질문을 던지죠. 아마추어 연극 혹은 복지 수준 어떤 그런 시선으로 보는. 그래서 가서 그 공연을 보고 함께 감동하고 공감해야 되는 거 아닌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일정 정도 부담도 느끼시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불편해하시기도 하고. 그런데 저희가 작업을 하면서 많은 부분을 발견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관습적으로 알고 있었던 연극의 언어들이 있습니다. 그 언어들과 전혀 다른 전혀 다른 소리와 몸짓을 작업을 하면서 발견을 하게 되고요. 그것은 새로운 어떤 비주류의 예술의 모습으로 새로운 예술 감각으로도 발전할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사실 그 작업을 하면서 저희가 많은 발견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도 장애인 연극제를 또 개최할 건데요. 장애인들만의 잔치가 아닙니다, 이것은. 비장애인 장애인 이런 경계가 없는 제5의 벽이 없는 공연으로 함께 숨 쉬고 함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분들 역시 이런 작업들을 하면서 선뜻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과 낯섦, 이런 부분들이 시작은 있었죠. 있었지만 지금은 이곳에서 당당하게 내가 내 목소리를 내야 된다는 경험들. 무엇보다 내가 한다는 거. 내가 결정하고 내가 선택하고 내가 움직인다는 것에 대한 힘들. 이런 부분들을 같이 발견해 나가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좀 더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죠.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고 지역의 무대에서 함께 공연하고 지역의 관객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어떤 예술가로서의 권리, 이런 부분들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기대를 해 주시고요. 격려해 주시고,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서 관람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촬영=천용길, 여종찬, 권지해
편집=권지해
출연=박연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