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선우] 반도보단 낫네, ‘아미 오브 더 데드’

17:10

좀비가 창궐해 폐허가 된 도시의 지하 금고에 있는 거금을 손에 넣기 위해 위험을 무릎 쓰고 그 도시에 잠입한다. <아미 오브 더 데드(Army of the Dead)>의 줄거리는 <반도(2020년)>와 흡사하다. 임무를 완수하는데 장애물이 진화된 좀비라는 것과 인간성을 상실한 군인조직이라는 점만 다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인체실험으로 탄생한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다.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환락의 도시는 폐허로 변한다. 당시 베테랑 용병 스콧 워드(데이브 바티스타)는 딸 케이트 워드(엘라 퍼넬)와 살아남았지만, 좀비가 된 아내를 죽인 것에 대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딸 케이트와는 연락을 끊고 산다.

스콧의 조직 일원인 마리아 크루즈(아나 데 라 레게라), 반데로(오마리 하드윅), 마리안 피터스(티그 노타로)도 살아남아 도시에 정착했다. 스콧의 용병 조직은 좀비로 가득한 도시에서 장관을 구한 공을 세웠지만, 라스베이거스 밖에선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스콧은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고 마리아는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한다. 반데로는 요양원에서 일하고 마리안은 생활고에 시달리며 헬기 조종사로 일한다.

어느 날 라스베이거스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던 타나카 블라이(사나다 히로유키)가 스콧에게 찾아온다. 팀을 꾸려 폐쇄된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에 들어가 금고 안에 있는 2억 달러를 가져와주면 거액의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제안한다. 스콧은 타나카의 의뢰를 수락하고 금고를 열 기술자 루트비히 디터(마티아스 슈바이쿠퍼)를 영입해 일행을 꾸린다.

금지구역에서 좀비를 사냥하는 영상을 찍는 유튜버 마이키 구즈만(라울 카스티요)과 그의 동료 체임버스도 스콧의 일정에 합류한다. 이 과정에서 스콧의 딸 케이트가 친구인 기타(후마 쿠레시)를 구하겠다고 임무에 억지로 끼어든다. 또 자신의 권력을 남용해 사적 이익과 여성에 대한 성착취하는 격리구역의 치안담당자 버트 커밍스(테오 로시)와 다나카의 경호부장 마틴(개릿 딜라헌트)도 합류한다.

짐을 떠안게 된 스콧의 용병 조직은 코요테(노라 아르네제더)의 안내에 따라 라스베이거스 내부로 들어간다. 스콧 일행은 32시간 뒤 정부가 핵폭탄을 도시에 투하하기 전까지 도시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 안에는 아둔하거나 느려터진 좀비만 있는 게 아니다. 고도화된 지능과 힘을 지닌 ‘알파 좀비’가 도시를 점령한 상태다.

최초의 좀비 제우스(리처드 세트론)와 여왕 알파 좀비는 위계질서까지 갖추고 왕국을 만들어뒀다. 좀비라기보다는 뱀파이어에 가까운 외형과 능력이 있다. 알파 좀비들은 자신들의 규율을 어기지 않는 한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 코요테는 버트를 제물을 바치고 카지노 내부로 잠입한다. 하지만 마틴이 여왕 알파 좀비를 공격하는 바람에 일이 틀어진다. 제우스를 필두로 한 알파 좀비 떼가 스콧 일행을 공격한다.

진화한 좀비가 등장하고 좀비들이 점령한 도시에 무언가를 구하기 위해 용병들이 잠입한다는 설정은 참신함보다는 기시감이 두드러진다. 좀비가 진화하는 건 2005년 개봉작인 <랜드 오브 데드>에서 나온 바 있다. 그 후 많은 좀비물에서 진화한 좀비를 선보여 왔다. 좀비가 지배하는 도시에 잠입하는 건 <반도>에도 나온 설정이다.

긴박감 넘치는 좀비물을 기대하고 <아미 오브 더 데드>를 본다면 실망이 클 것이다. 잭 스나이더 감독이 17년 전 연출한 <새벽의 저주(2004년)>와는 전혀 다르다. 긴장감은 떨어지고, 용병과 격투를 벌이는 좀비의 모습은 긴박감조차 없다. 짜임새나 개연성이 부족해도 액션 연출 면에서 늘 호평을 받아온 스나이더 감독 특기도 살리지 못했다.

액션 비중도 낮고 액션 장면들도 밋밋하고 단조롭다. 영화의 핵심축을 감정의 골이 깊었던 스콧과 케이트의 부녀 관계의 화해로 잡은 탓이다. 스나이더 감독이 4년 전 딸을 잃은 감정을 영화에 녹여낸 것인데, 안타깝게도 연출과 서사가 빈약해졌다. 엉성한 서사와 연출 때문에 감독이 의도한 사회적 메시지도 옅어졌다. 그래도 반도보다 낫다.

손선우 전 영남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