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의료공제회, 대구서도 설립 추진

"의료 사각지대 이주노동자, 다치면 병원비 감당 못해···예방 필요"

16:32

대구에서 이주노동자 의료공제회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이주노동자는 크고 작은 상처를 입어도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거나 치료 시간을 얻지 못하는 등 적절한 진료·치료를 받기 어려운데, 자구적이나마 공제회를 만들어 사각지대를 줄여보자는 취지다.

지난 7월 이주노동자 의료공제회 설립 추진을 위한 준비 모임 성격의 ‘이주민 건강권 실현을 위한 동행’이 창립됐다. 동행에는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행동하는의사회 대구지부, 대구이주민선교센터, 성서공단노조, 이주와가치, 경북북부이주노동자센터, 위드교회 담임목사가 참여한다.

▲이주노동자 공제회 설립을 위한 간담회. (사진 제공=성서공단노조)

기존에도 의료사각지대에서 적절한 재해 치료를 받지 못하던 이주노동자의 처지는, 특히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특히 여타 이유로 미등록 처지가 된 이주노동자는 지역에서 유일하게 치료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대구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길이 없어지는 상황도 확인됐다.

지역에서 이주노동자의 의료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원하는 민간단체·개인이 활동하고 있지만, 제도화되지 못한 임기응변식 대처로는 한계가 있다는 고민도 나오기 시작했다.

동행은 의료공제회 설립으로 이주노동자가 우선 적절한 치료와 예방적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궁극적 목표는 민간이나 이주노동자의 자구적 노력을 넘어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제도화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효성 있는 의료공제회 운영을 위해서는 자본금 마련이 중요하다. 동행은 조만간 회원 모집과 후원 모집, 미등록 이주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 등 본격적인 준비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동행 대표 양선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교수는 “최근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질병으로 치료받다가 사망한 일이 있었는데, 진료비가 3천만 원 가까이 나왔다.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든 지원책을 찾아보지만, 제도화되지 않다 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주노동자는 병이 심한 상태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진단을 받더라도 급여를 제때 제대로 받지 못해서 병원비를 내지 못하기도 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결국 이주노동자의 보장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그전까지는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또한 나라가 필요해서 이주노동자를 모으면서 이들의 건강권은 방치하는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