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우 고택 사업 친일 논란’···중구청장, “역사적 관점, 다른 평가 있을 수 있어”

대구 중구의회 임시회 이경숙 의원 구정질의
“친일단체 가담, 신사 기부한 흔적 있지만 독립운동 증거 없어“

09:55

대구 중구가 추진 중인 소남 이일우의 고택 리모델링 사업을 두고 이일우의 친일 행적 및 사업 추진 절차에 문제가 제기됐다.  이경숙 중구의원은 “중구청이 해당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일우 선생을 항일운동가로 홍보했는데, 오히려 친일파라 해야 맞다”며 “기부채납 과정도 행정 절차가 미흡했다”고 비판했다. 류규하 중구청장은 역사적 관점은 다를 수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26일 대구 중구의회 274회 임시회 본회의 구정질의에 나선 이경숙 중구의원은 이일우 고택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2일 중구는 ‘대구의 선각자 이일우 선생의 항일정신 되살린다’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일우 고택(서성로1가 44) 기부채납 협약 소식을 알렸다. 중구는 “민족지사 양성을 위해 우현서루(友弦書樓)를 운영하고 교남학원(現 대륜고) 설립에도 관여한 이일우 선생의 항일 정신을 기리고, 이일우 고택을 지역민에게 돌려 주고자 하는 취지로 기부채납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중구는 고택 리모델링을 통해 게스트하우스와 인문·역사 아카데미 및 체류형 교육 프로그램 운영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2017년 민족문제연구소(민문연)가 이일우의 친일 행적을 일부 공개하면서 그에 대한 선양 사업이 불필요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당시 민문연 대구지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일우의 친일 행적 자료 30여 점을 공개했고, “친일단체에 가담하고 신사에 기부한 흔적은 있지만 독립운동 증거는 없다“며 “친일잔재 청산과 역사 바로 세우기를 위해 부당한 사업은 끝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숙 중구의원(더불어민주당, 동인·삼덕·성내1·남산1·대봉동)은 26일 274회 임시회 2차 본회의 구정질의에 나서 “이일우는 국채보상운동 참여나 교육사업을 하기도 했지만, 이후 ‘친일 매국노’로 변절했다”며 “이런 사실은 감춘 채 사실 확인 없이 언론에 이일우의 ‘항일 정신’을 운운하며 ‘독립운동가’로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은 역사 왜곡”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일우가 친일파라는 근거로 ▲1915년 일본군 사단 설치 청원서 참여 ▲1919년 독립만세를 자제시키는 자제단 참여 ▲1934년 신궁 봉찬회 경북도지부 위원 위촉 ▲일본적십자사 특별사원 이일우에게 보낸 총회소집 엽서 ▲신사 기부, 천황 축하연 초대장 등을 예로 들었다.

이 의원은 기부채납 절차에 관해서도 “2019년 8월 공유재산심의위원회에서 의회 승인이 됐을 때는 고택 소유자 이원호 씨 개인의 기부채납을 전제로 했다”며 “그런데 지난달 보도된 내용을 보면 그 주체가 법인 건설사 2곳“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일우의 현손인 이원호 씨가 대표로 있는 ㈜명남개발이 대지 중 0.4%를, 나머지 99.6%는 주택개발사업업체 건설사 A&A파트너스가 기부 채납했다. 이 의원은 “중구청에 2019년 당시 기부 의향 서류를 받았냐고 했다니 없다고 했다. 서류도 없이 의회에 승인을 요구하고 사업을 추진한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소남 이일우 고택 전경 (사진=중구)

류규하 중구청장은 답변에 나서 친일 여부에 대해선 관점의 문제로 평하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류 구청장은 “역사적인 관점에서 다소 다른 평가도 있을 수 있겠지만, 독립운동 유적인 근대 건축자산을 보전하고 독립운동 정신 및 항일 정신을 기억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며 “민영 개발로 사라질 뻔한 고택이 기부채납을 통해 유지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중구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뉴스민>에 “2020년 12월에 추가된 도시재생특별법 30조 9항 ‘도시재생사업을 위해 공유재산 취득한 경우에 관리 계획 수립, 변경 사항은 적용하지 않는다’고 단서 조항에 의해 별도 의회 승인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며 “기부 채납 내용이 바뀌었다고 해서 의회 재승인이 필요했던 사안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친일 논란에 대해서도 “역사적 관점에 따라 친일 행적도 있고, 계몽 운동에 참여한 공도 있다. 학계도 확실히 어느 한쪽으로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이런 지적이 계속되면 주민 협의 과정이 필요할 수는 있겠지만, 국토부 승인 사업인 만큼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